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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02. 2022

땡볕 릿지산행, 불암산

일자바위를 찾아서

아라비아 숫자는 인도의 브라트미 문자에서 기원하였다. 아라비아 숫자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1(일)'이다. '1(일)'은 시작을 뜻하기도 하고 최고를 뜻하기도 한다. 달나라를 최초로 밟은 사람은 미국의 '암스트롱'이라고 기억하지만 2등은 기억하지 못한다. 대통령 후보 선거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이처럼 왠지 사람들은 '1(일)'이라는 숫자를 은연중에 선호한다. 한 달 전 네이버 산행 밴드에 '일자 바위' 공지가 게시되었다. 평소에 자주 다니던 본가 근처의 불암산이었다.


며칠 내내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더니 산행 전날 날씨를 확인해 보니 해가 쨍쨍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조심스럽게 가족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다. 원두커피를 내리고 냉장고에 보관 중인 방울토마토를 꺼내서 물에 담갔다. 물은 얼음물 대신 뜨거운 물에 홍삼진액을 타서 물병에 담았다. 건강을 위해서 평소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겨 먹는다. 하지만 오늘의 선택은 산행 중에 느꼈지만 빅 미스테이크(Big mistake)였다. 점심 식사용으로 김가네 식당에서 '킹크레미 고추냉이 김밥'을 가져간 통에 담아냈다.


모이는 장소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이었다.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하고 지하철에서 읽을 책도 한 권 챙겨서 집을 나섰다. 다음 주에 신청한 북 콘서트 저자가 쓴 ' 라틴어 수업(한동일 지음)'을 읽다, 졸다를 반복하며 들머리에 도착했다. 십여 명이 모인 1번 출구 앞은 10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가 뜨겁게 내리쬐어 피부가 따갑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후다닥 불암산 입구로 이동하여 산속으로 들어가 무성한 나무숲으로 햇살을 피했지만 이미 머리에서 장딴지까지 땀으로 젖어 들었다.


산행 공지에는 분명히 '초보' 수준이라고 쓰여있었지만 쏟아져 내리는 땀과 단단해지기 시작하는 장딴지의 근육들은 이미 초보의 수준은 넘어선듯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산행을 시작하고 나자마자 일행은 인적이 드문 코스로 들어섰다. 거친 나무 가지들을 겨우겨우 피해 가며 경사도가 급한 바윗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안전한 바위 산행을 위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졌다. 특히 바위를 내려갈 때 후진으로 두 손과 두발을 이용하는 방법은 평소 안전한 산행을 위해 꼭 필요한 실습인 듯했다.


정오 즈음 약수터 근처 전망 좋은 나무그늘 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일자 바위'에서 사진도 찍고 일등을 위한 기운도 충분히 느꼈다. 하지만 이미 한낮의 온도는 34도까지 올라갔고 바람까지 불지 않아서 체감온도는 거의 38도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나는 얼음물 대신 뜨거운 물을 마시다 보니 몸은 더욱더 후끈 달아올랐다. 불암산 정상을 400미터 남겨두고 과감하게 덕릉고개 능선으로 하산을 했다. 불암산은 수락산에 비해 물이 적다. 하지만 다행히 하산길에 계곡물을 만나 너 나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몸을 담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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