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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2. 2022

냉골 릿지 트레킹, 도봉산

서울 도봉산 후기

'길을 걷는 사람들(일명 길사랑)' 모임에 한 달 만에 함께했다. 작년 말에 가입하고 오늘이 12번째 참가이다. 열 번 정도가 넘어서니 이제는 아는 얼굴도 생겨서 그다지 부담스럽지가 않는다. 특히 오늘 리딩 해주는 등반대장은 비탐전문가 이다 보니 매 등반 시마다 다이내믹하고 재미가 있었다. 더군다나 나랑 나이도 같다 보니 뭔가 편안한 느낌이다. 일요일 아침 넉넉하게 집에서 2시간 전에 출발해서 목적지인 도봉산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녀 김밥' 집에서 내가 제일 선호가는 '묵은지 김밥' 과 ' 멸치 김밥'을 주문하고 식당 아주머니가 내가 가져간 락앤락 용기에 싸주셨다.


냉골 코스는 릿지를 하는 이들에게 유명한 코스이다. 우리의 목표는 총 8코스이다. 냉골 코스 5곳(연습 바위, 소나무길, 번데기 길, 덧장바위, 공룡길) 과 미륵봉 3곳이다. 등반대장은 모든 코스를 오르는 요령을 '상급자 루트' 와 '중급자 루트'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였다. 그런데 왜 초급자 루트는 없는 걸까. 갑자기 첫 번째 연습 바위에서부터 참가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몇 개 코스는 기를 쓰고 기어 올라갔고, 몇 개 코스는 등반대장의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올라갔고 또 몇 개 코스는 우회 코스를 활용했다. 말 그대로 '빵점'은 면했다.


점심은 전망 좋은 스카이라운지 분위기의 암릉의 편평한 곳을 찾아서 돗자리를 폈다. 총 10명이 앉기에 넉넉한 자리였다. 각자 점심 도시락을 꺼내는데 대부분이 김밥을 가져왔다. 오늘의 메뉴를 '김밥'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온갖 종류의 김밥 뷔페가 되었다. 식당 아주머니가 싼 것이 아닌, 직접 회원이 싼 야채김밥과 돈가스 김밥이 단연 돋보였고 계란이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계란말이 김밥도 맛보았다. 버섯과 두부가 들어간 쌈장과 시원한 총각김치, 갓김치도 함께 했다. 역시 산 정산에서 자연과 함게 하는 식사는 그 어떤 식사보다도 맛난다. 후식으로 커피와 과일로 마무리를 했다.


체험 코스를 살짝 벗어나 사진을 찍기 위한 포토 스폿(Photo Spot)으로 이동 중에 한 회원의 근육 경직이 발생했다. 일명 종아리 부위에 쥐가 난 것이다. 릿지 코스를 대담하게 오르던 에이스 회원이었는데 다리 근육에 무리가 축적되어 결국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경험 많은 다른 회원이 빠르게 발은 펴고 응급조치를 했다. 발가락을 잡고 밀었다가 댕기기를 반복하면서 뭉친 근육을 스트레칭 시켜서 근육 경직을 풀어 주었다. 추가적으로 종아리 마사지와 더불어 응급 키트에 있는 소독된 응급침을 근육에 찌르고 피가 순환하도록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근육 이완제를 먹고 가까스로 하산했다.


하산길에 쓰레기 줍는 작대기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길가에 떨어진 비닐봉지를 보고 바로 작대기와 비닐봉지를 꺼내 오랜만에 클린 산행을 했다. 역시나 하산길에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이 자꾸 보인다. 오늘의 왕건이는 소형 고량주 2병이다. 누군가 다음을 기약하며 바위 밑에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해둔 오픈하지 않은 유리병 이었다. 뚜껑을 따고 내용물은 바닥에 버리고 병만 쓰레기 봉지에 담았다. 하산 내내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클린산행을 통해 산을 위해 뭔가 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하산은 원래 계획했던 오후 4시보다는 30분 정도 지체되었지만 워낙 힘을 많이 쓴 후라서 배가 출출했다. 수많은 도봉산 입구의 식당들 중에 등반대장의 단골집인 두부전문점으로 갔다. 채식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난 나로서는 제일 선호하는 음식이 두부인데, 갑장인 등반대장이 나의 마음을 읽은 걸까. 보통은 산행 후에 뒤풀이를 잘 참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산은 서너 시간 타고 술은 거의 네다섯 시간 마시던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 경험한 릿지 산행에 대해 스스로 축하주를 해주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얀 순두부와 더불어 가볍게 쭈욱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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