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전 당일치기

( feat. 성심당)

by sommeil



아침 9시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갑자기 남편이 미리 예매해 둔 대전행 KTX 왕복 기차를 바꾸자고 했다.

저녁에 만날 딸과 남자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늦어질까 봐 서울행 열차를 1시간 당겨 오후 3시 48 분행으로

바꾸었다. 다행히 역방향이지만 두 자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사실 남편은 여행 다니는 걸 썩 즐겨하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맛있는 먹거리 여행이면 모를까 굳이 장거리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설득을 하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가 볼만한 장소가 있어야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오랜 세월 함께 봐온 걸로 대전을 같이 가자고 한 것이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전의 성심당 빵집을 가보자고 먼저 대전 여행을 권했다.

유튜브인지 인스타인지 누가 올린 빵투어에 마음이

꽂힌 듯했다.

남편은 원래 빵을 좋아한다. 서울에 비해 방콕은 빵이 그리 다양하게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성심당 빵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결국 우리는 대전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중앙로역에 있는 성심당 본점에 도착했다.

대전역에도 성심당이 있었지만 이왕이면 본점을 가보자고 해서 찾아갔다.

평일인데도 예상대로 엄청난 인파가 빵집안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는 일단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빵을 골랐다.

시그니처라는 튀김소보로, 판타롱 부추빵을

담고 유명하다는 명란 바게트도 담고 야채 크로켓,

카레빵도 담았다. 가족수를 생각해서 메뉴당 3-4개

이상씩 고르고 딸과 남자친구 것 1 세트, 둘째 아들과 막내아들 1 세트, 어머니 것까지 넉넉하게

양손 가득 빵을 골랐다. 본점 위층에는 빵을 시식할 수 있는 식당이 있어서 테이블에 앉아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별도로 시킬 수 있는

돈가스 같은 음식 메뉴도 따로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우리가 구입한 빵을 나와 나눠 먹으며 따로 음식을 주문하진 않았다.

빵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니 이따가 빙수 하나 시켜 먹고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가자 하였다.

빵을 4개 이상 종류별로 먹다 보니 배가 부르긴 했다. 그러자 남편은 배부르니 빙수 생각도 없다고

평양냉면도 못 먹겠다고 주위에 갈만한 곳이나 있는지 알아보라고 말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답정너인 남편은 본인 생각대로

정말 빵만 먹으러 대전에 온 것이었다.

날 보고 빵이 참 맛있다며 가격도 착하다고 잘 왔다는 식으로 자랑을 했다.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하면서.

나는 교통비로 2명의 KTX 비용을 생각하면 그렇게

착하지는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이러면서 빵 플렉스 하는 거지 라며 내심 기분 좋아했다.

그럼 됐다. 그나마 왜 여기까지 빵만 사러 왔냐고 하면 다시는 이런 여행조차 꿈도 못 꾸리라.

나는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끓어오르는 무엇을 꿀꺽

삼켰다.



서울 올라가는 기차 시간까지 2시간 남짓 남았다.

갈만한 곳을 검색하니 한밭 수목원이 나왔다.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린다니 탈락이다. 결국 도보로

5분 거리의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와 대흥동 문화

예술거리를 둘러보고 근처 10분 거리의 커플 브리지를 둘러보았다. 주변 로드샵을 구경하다 다시 대전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에 도착하니 대합실 앞에 길게

늘어선 좌석들에 우리와 같은 성심당 빵집 가방이 거의 1명당 2 봉지씩 있었다. 모두 우리처럼 빵을 사러 온

사람처럼 보였고 대전에 일하러 왔다가 역에 있는 성심당에서 산 듯 보였다. 젊은 커플들은 서울에서 빵 투어로 기차 타고 내려온 듯 보였다.

우리말고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또 있어서 재밌었다.



기차 출발시간이 되어 1시간 정도 되니 서울에 도착했다.

우리는 딸과의 약속장소인 연남동으로 향했다. 원래는 맛있는 소고기를 사주려 했었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 부근에 있는 퓨전 파스타집으로 정했다.

남자친구가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감바스, 스테이크, 리소토, 차돌박이 깻잎 파스타 등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남자친구도 자주 보니 남편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전 성심당 빵을 전해주니 딸과 남자친구가 아주 좋아했다.

애들이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남편은 얼마 안 남은 일정을 애들과 자주 만나는 것으로 정해서 평소에 못해준 것을 충분히 사주고 싶어 했다. 아이들도 평소에 먹고 싶은 걸 먹으니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남편을 따라 매일매일 함께 쫓아다니니 몸살이 났다.

방콕에서부터 아파온 족저근막염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양 발꿈치에 주사 맞고

물리치료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일정이 바빠서 물리치료는 2번만 받았다. 남편이 간 후에 차차 병원치료도 받고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애들과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즐거웠다.


오늘 대전이라도 갔다 왔잖아.

그럼 됐지 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