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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랑 May 20. 2024

나를 만나러 공원에 갑니다.

아침에 에너지, 저녁에 위로

  우리 집 주변에 큰 공원이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5개 정도 합친 크기다. 공원 가운데에는 작은 광장이 있고, 농구대, 운동기구, 어린이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공원을 둘러싸며 빨간색 우레탄이 깔려 있어 한쪽 방향으로 돌면 내 걸음 속도를 기준으로 30분 후에는 출발점에 도착한다. 빨간색 우레탄 외곽으로 완만한 언덕에 오솔길이 있다. 나는 하루에 공원을 두 번씩 찾는다. 이른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공원으로 나간다. 공원에 들어서면 고요와 고독이 나를 맞이한다. 우레탄이 깔린 길을 걸으며 가족의 건강을 기도하고 하루 일과를 생각한다. 깊은 생각에 빠지면 걸음이 느려진다. 걸음이 느려질 때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새소리도 들리고 상쾌한 공기도 몸 안으로 들어온다. 등 뒤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나를 비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에너지를 받는다. 마음이 안정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터에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소파에 누워있다가 저녁 8시에 다시 공원으로 나간다. 하루종일 받았던 불안과 스트레스를 산책하며 내려놓는다. 오해와 미움을 받았던 일도 걸으며 잊어버린다. 분노와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무작정 걸으며 지워 버린다. 공원에서 침묵하며 혼자서 걸었더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음이 맑아지니 새로운 생각과 영감이 떠올랐다. 새로운 생각과 영감을 스마트폰에 기록한다. 기록하는 동안 살고 싶어졌다. 책을 읽고 싶고 글을 쓰고 싶어서 살고 싶어졌다. 지치고 무거웠던 발걸음은 흥겹고 가벼워졌다. 홀로 걷는 내가 사랑스러워졌다.  8년 동안 공원에서 많은 치유를 받았다. 절망할 때 공원을 걸었고, 고통스러운 날에도 공원을 걸었다. 시련이 닥쳐 죽고 싶을 때도 공원을 걸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도 공원을 걸었다.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우울증에 빠져있을 때도 공원을 걸었다. 상처를 받고 더러워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공원을 걸었다. 8년 동안 공원을 걸었더니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나만의 세계에서 내면의 집중으로 진정한 고요와 고독을 즐길 수 있었다. 공원을 걸으며 깨달음의 체험이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나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공원에가기

#혼자서걷기

#위로받기

#에너지받기

#다시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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