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되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위하여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사무엘하 22장 2절)
다윗은 많은 시를 지었다. 다윗은 위대한 왕이었지만 또한 위대한 시인이었다. 성경 속의 시편 150편 중에서 반 이상을 다윗이 지었다. 다윗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하나님을 향해 감사하는 노래를 불렀다. 평안하고 좋은 시절에만 노래한 것이 아니고 고난과 위험 중에도 하나님을 향해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오늘 사무엘하 22장에는 긴 다윗의 감사의 노래가 나온다. 51절이나 된다.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의 반석, 요새. 자신을 건지시는 자, 방패, 구원의 뿔, 피난처, 구원자, 폭력에서 구원하신 분으로 노래한다. 하나님은 다윗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최고의 칭찬을 하셨다. 다윗에게도 죄악이 있어 고통도 많았지만 그는 이스라엘 민족 중 가장 위대한 사람, 위대한 왕으로 평가된다.
사무엘서를 묵상하는 요즈음, 특히 그의 감사하는 마음을 닮고 싶고 그가 부른 노래와 같은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감사의 중요성이 밝혀졌다. 감사하는 마음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세로토닌이 있는데, 이 세로토닌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에 관여하는 행복호르몬이다. 감사라는 것은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감사회로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불평회로는 줄어든다고 한다. 감사하다 보면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이 더 많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교회에서 감사노트를 쓰는 캠페인이 있었다. 매일 5가지 이상 감사를 써 보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무덤덤하게, 기쁨도 없이 지나는 날이 많은데 어떻게 매일 감사노트를 쓰라는 것인가 하고 교인들은 의아해했다. 나 역시 이 일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순종하는 마음으로 새 노트를 사서 그해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4월 30일에 대학노트 한 권이 채워졌다. 감사노트를 적다 보니 감사할 것이 점점 많아진 것이다.
그 노트를 꺼내어 읽어보았다. 1월이라 날씨 이야기가 많았다.
"날씨가 너무 춥다. 영하 10-15도 , 체감온도 20도쯤. 이런 날씨에 따뜻한 집에서 살 수 있고 추운 곳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이 감사하다. 택배 하는 분들이 너무 고생 많은데 주문하신 식품을 다음 주에 택배 보내면 안 되느냐고 문의가 와서 그러라고 했다. 전화한 사람이 좀 놀라며 고마워했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택배 하는 사람을 위해 그러라고 했다.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심에 감사한다.(1월 8일)"
"함박눈이 내렸다. 따뜻한 집에서 창을 통해 눈 오는 것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때 밖에서 딩동 택배가 온 것이다. 택배기사들이 이런 날 참 힘들 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미안하면서 감사하는 마음. 이중적 감정이다.(1월 12일)"
별 것 아닌 것이지만 매일매일을 이런 사소한 것들로 감사하며 산 듯했다.
제2권, 5월 1일부터 계속 써 나갔다.
"부엌 창문으로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비는 아침에 그쳤다. 날씨는 흐렸지만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남편에게 숲 속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니 군말 없이 따라나선다. 날씨가 쌀쌀해졌다. 어젯밤에는 강원도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따뜻하게 옷을 입고 등산로 계단을 올라 나무의자가 있는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공기는 맑고, 비 온 뒤라 나뭇잎들이 초록으로 빛난다.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너무 행복했다. 감사.(5월 1일)"
"비 오는 날, 커피콩을 갈아 드립해 마시며 커피 향을 즐겼다. 감사.(5월 28일)"
사소한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다 보니 행복했던 것 같다. 감사 노트를 보니, 힘들었던 일 혹은 바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기도 제목들이 몇 년 시간이 지난 지금 보니 이루어져 있는 것이 많이 보였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다윗처럼 감사하며 기도하다 보니 불평회로는 줄어들고 감사회로가 활성화된 것 같다.
인간이 범하는 가장 큰 죄는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지옥은 배은망덕한 무리들로 가득 차 있다.(세르반테스)
이렇게 이 글을 다 마치고 발행하는 날에 맞춰 예약만 남았다.
TV에서 저녁 뉴스를 보았다. 가자지구 소식이었다. 구조 물자가 봉쇄되어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팔다리가 나무젓가락 같은 아사 직전의 아기 사진을 보았다. 수만 명이 정말 아사직전이라는 것이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감사하는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나 자신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브런치를 중단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도 시간에 이 문제를 가지고 깊은 기도를 했다.
"평화를 주옵소서. 가자지구를 구해주옵소서."
그리고 이 글을 계속한다.
나는 1952년 생이다. 우리나라가 1950년 6.25 사변이 났고 1953년에 휴전을 했으니 전쟁 중에 태어난 것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어른들만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내 또래 아이들 중에는 수많은 고아가 있었고, 밥을 굶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랐다. 전쟁은 정말 비극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자유로운 나라, 풍요로운 나라가 된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가자 지구도 정말 평화가 와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부흥한 것과 같이 다시 일어서기를 빌었다. 우리와 같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