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정 Jan 15. 2024

캐나다 거위와 겨울나기(6)

폭풍우 후 평화

 


  처마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다. 고드름, 얼마 만에 보는 광경인지!

어젯밤 또 눈이 많이 왔다. 집 앞 소나무 잎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오전 8시경, 창밖을 보고 있는데 “꽉 꽉.” 거위 소리가 들린다. 두 마리가 왔다. 큰 어른 거위다. 어린것들은 아직 어디선가 웅크리고 있을 텐데. 오늘 이곳 상태는 어떤가 하고 보러 온 것 같다. 혹시 큰 나무 밑에 눈이 녹아 드러난 풀이 있을까, 물이 녹은 곳이 있을까 하고 정탐하는지 10분쯤 있다 사라진다.

 

   이 층에서 잠시 아기를 돌보고 내려오니 집 앞 호수 조금 못 미쳐 있는 조그마한 도랑에 어느새 거위 30~40마리가 와 있다. 물이 얕고 흐르던 물이라 녹았는지 종지 물 같이 조그마한 웅덩이가 생겼다. 그 좁은 웅덩이에서 싸우지 않고 차례차례 물을 마시고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거위는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인 것 같다.


   정오다. 거위들이 자꾸 날아온다. 이제 100마리가 넘는다. “여기 얼음이 녹았어. 물이 있어.” 하고 SNS에 올렸나 보다. 바로 눈앞에서 100마리가 넘는 거위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다. 사진작가들이 철새 사진을 찍기 위해 야외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이 생각난다.


   항상 제일 끝에서 목을 쭉 빼고 서 있는 거위가 있다.

  “얘, 네가 대장이니, 보초니?” 나는 묻고 싶다. 참 열심히 무리를 지킨다.


   햇빛이 쨍쨍 내려쬐니 처마에서 고드름이 한두 개씩 떨어진다. 고드름이 굉장히 투명해졌고 햇빛에 보석처럼 반짝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드름은 녹아 떨어지고 정남향인 집 베란다 앞 처마에는 달려있던 고드름이 거의 다 없어진다. 지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오후 2시경, 영상의 온도에 나무 밑의 눈이 다 녹고 풀밭이 거의 드러났다. 이 도시 거위가 다 몰려오는 듯 자꾸자꾸 어디선가 날아온다. 300~400마리는 될 것 같다. 호수의 눈도 많이 녹아 그곳은 하늘빛을 닮아 푸르스름하다. 수백 마리의 거위들이 풀밭에서 열심히 풀을 뜯고 놀고 있는 모습이 푸른 들판에 양 떼들 같다. 정말 아름답다. 평화로운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수백 마리의 양 떼를 보는 듯, 전원교향곡 5악장의 폭풍우 후 다시 평화를 찾은 자연의 장엄한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 한순간 환상에 빠진다.



호숫가에서 <캐나다 거위와 겨울나기>는 긴 글이라

6번에 나누어 실었습니다. 잘 읽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거위와 겨울나기(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