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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영혼의 노래

by 권민정


할머니가 집 앞에 앉아 있었다. 작은 손녀는 그녀의 옆에서 거친 손으로 짚바구니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해질녘 붉은 빛이 강을 비추고, 가을 잎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Akhsotha(할머니)” 손녀가 말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야 해요. 전 밤이 무섭거든요.”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일찍 들어가면 우린 하늘에 밝게 빛나는 곰(Sky bear)을 볼 수 없을 거야. 곧 그녀가 나타날 거다.”

“그 곰이 하늘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나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도요?” “얘야, 그녀가 하늘을 여행할 때 모든 것들이 그녀의 발아래 있단다. 자, 내가 너에게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Sky bear가 나타나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마.”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를 여행할 때 인디언 문화센터를 방문했다. 문화센터는 미주리강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인디언학교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인디언 동시집을 한 권 샀다. 위의 시는 그 동시집에 나오는 ‘큰곰자리 발아래 지구’라는 제목의 시, 이야기 1이다. 이야기2 ‘큰곰자리별’은 계속 된다.


오래전에, 사냥꾼 3명이 작은 개 한 마리와 함께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지나간 길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그 길을 쫒았다. 어두워졌을 때조차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하였고, 마침내 막 쌓인 눈으로 반짝 반짝 빛나는 언덕을 올라가는 곰을 발견했다.

그들이 곰을 잡기 위해 언덕을 오르며 열심히 뛰고 있는데, 한 사냥꾼이 말했다. “아래를 봐봐.” 아래를 보고 나서야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높이 올라와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쫒던) 그 곰은 은하수 사이를 달리는 sky bear였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봐!”


이 시집은 13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디언들이 얼마나 별을 사랑하고 해와 달에게 감사하며 살았는지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된다.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콜럼버스나 그 뒤에 유럽에서 온 백인들이 그들을 야만인 취급을 했지만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영적인 삶을 살았고 욕심 없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동물기>의 저자 시튼은 북미 인디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관찰하여 인디언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인디언, 영혼의 노래』라는 책을 썼는데 북미 인디언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인디언 문화의 본질은 정신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백인의 문화와 문명이 물질적인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백인들은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가’ 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면 인디언들은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 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고 했다. 시튼은 인디언이야말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위대한 종족, 인간이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구현한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인디언은 가장 영적이고 이타적인 사회성을 갖춘 종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삶을 이타(利他)의 세계로의 긴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주의에서 이타주의로의 여행인 셈이다.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내가 그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연민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힘이 크다. 예수님이 가지신, 사람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나도 가질 수 있기를, 또 나를 그렇게 봐 주시기를 소원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이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고 잔인한 짓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아메리카 인디언역사를 연구한 미국의 역사학자 스태나드(David E. Stannard)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독교인” 이라는 대답을 했다.

큰곰자리별과 은하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와 손녀, 그들도 그 잔인한 기독교인에 의해 죽고 말았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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