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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엔지니어 Oct 19. 2024

두 번째 이직, 해야 할까?

두 차례의 정리해고가 지나고 두 번째 회사를 다닌 지 2년이 다가올 때쯤부터 나는 두 번째 이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두 번의 정리해고로 꽤나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직을 생각하게 된 원인은 아니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기여하는 만큼 회사에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첫 번째 회사에서 조직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두 번째 회사는 연봉을 많이 따지지 않고 이직을 했다. 


그런데 사람이 참으로 간사한 게 이제 회사에 적응이 되고 조직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시피 하자 많이 받고 오지 못한 연봉이 불만이었다. 지금 이직을 하면 여기보다는 훨씬 더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2년 전에 이미 이직을 한번 했었기 때문에 이직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는 과정은 편했다. 미국회사들의 기술 면접을 어떻게 준비하고 통과해야 할지는 이미 많은 내공이 있었다. 게다가 2년 동안 좋은 경력까지 쌓인 상태였다.


덕분에 오퍼를 여러 개 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오퍼는 지금 내가 있는 곳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준다고 했고, 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일치했다. 하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면접 때 느낀 느낌이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절하게 되었다.


두 번째 오퍼를 또 다른 회사에서 받았는데, 역시나 여기도 나의 지금 연봉보다 훨씬 더 좋은 연봉을 제시했고 회사의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거절했다.


세 번째 오퍼는 마음에 들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못 가는 상황이 생겼다 (이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 쓰도록 하겠음). 그래서 결국 세 번째 오퍼까지 모두 거절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수많은 지원을 하고 여러 번 면접을 본 후에 모든 오퍼를 거절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자의로 또 타의로 세 개의 오퍼를 모두 거절하고 나자 내 결정에 후회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모두 거절하고 지금 현재 직장에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만족감이 찾아왔다.


사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모든 오퍼를 거절했지만 사실 별로 이직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현재 직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고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것을 포기하고 돈을 조금 더 많이 받기 위해 이직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직장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데 이곳을 이렇게 빨리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만드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 조금 불만이 있다고 도망치듯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문제가 생기면 도망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 해결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이직이 매우 잦은 미국 사회에서 이 직장을 수년 더 다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더 이상 현재 직장에 머물러도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정말 나의 발전에 도움을 줄 새로운 회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 번째 회사에서 마치 도망치듯이 이직을 했듯이 또다시 도망치듯 조금 더 높은 연봉을 쫓아 떠나지는 않기로 결심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다음 회사, 나에게 엔지니어로서의 발전을 가져다줄 회사가 나타날 때까지 나는 이곳에서 내공을 더 쌓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이직 지원과 면접으로 보낸 후 결국 나는 예상하지 못한 것을 얻었다. 더 이상 도망치듯 회사를 옮겨 다니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도망은 한번으로 족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얻은 것이 있다면 많은 기술 면접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 강하고 어떤 부분에 약한지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현재 직장에 머물면서 동시에 나의 내공을 더 쌓아 다음 이직때는 도망이 아닌 내 마음에 쏙 드는 직장으로 옮기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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