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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Apr 03. 2024

그 여자 이야기를 쓰려 한다.

책 <깊은 슬픔> - 신경숙


- 그 여자 이야기를 쓰려 한다.


3년 전쯤이었나. 술을 잔뜩 마시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에 걸어가고 있었다. 집 앞 언덕 오르막길 끝에 한 여자가 있었다. 저기서 뭐 하지? 하며 바쁜 숨을 쉬고 계속 올라가니 여자의 우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렸다. 새벽 3시, 그것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길에서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여자를 마주치는 일이란 쉽지 않다. 당황해서 바닥의 놓인 벽돌 무늬 패턴을 바라보며 걷는데, 내가 그 여자의 옆을 지나갈 때쯤 갑자기 오열을 하는 게 아닌가. 순간 온몸의 털이 하늘을 향해 바짝 솟았고 나의 두 팔은 해체되기 전 핑크 빛깔의 생닭처럼 오그라 들어 그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후 술에 취해서인지 놀라서인지 자꾸만 흔들리는 내 다리와 심장을 겨우 부여잡고 얼른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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