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lancssam
Jul 07. 2023
영어, 일본어 동시에 정복하기-1
나의 첫 미국인 친구
내가 일본에서 살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일본 땅에 살고 있다.
일본어를 모르는데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이주를 할 수 있었던 건 여기가 오키나와라서였다.
영어만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 지역이어서.
미국인이 정말 많은 지역이라 우리 아이는 미국 유치원, 미국 학교를 보내고 나는 미국인들이랑 친구가 되면 되니까.
그럼 내가 이루고 싶었던 미국이나 유럽권의 유학 생활의 꿈을 일부는 이루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처음 이주를 하고서는 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살았다. 앞집도 미국인 옆집도 미국인.
근데 하는 말이라고는" hello."가 끝이다.
우와~어떻게 헬로로 끝나지??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는 미국인들은 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쉽게 친구가 되기 힘들 것 같았다.
하긴 한국에서도 옆집에 사는 사람도 얼굴 한번 본 적 없이 살았었는데 그땐 또래 아이가 있거나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이 아니면 말을 건네기는커녕 마주쳐도 눈인사만 하거나 그냥 지나가는 일도 많았는데 헬로~인사라도 하는 건 양반이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아쉬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를 너무 좋아하던 미국 친구가 우리 아이를 보고 너무 좋아하며 친구가 되고 싶다며 다가왔다. 그리고 식사 초대도 받고 우리 집과 그 친구 집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놀았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입은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는 단어들이 뒤죽박죽이고 말을 한마디 해도 도대체 내가 생각해도 뭐라고 말하는 건지... 도저히 알 길이 없을 지경이었다. 거의 눈웃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만나기 전부터 긴장하고 만나서는 진땀이 흐를 정도로 온 신경이 영어에 집중되고 헤어지면 안도의 한숨과 바보 같았던 창피함과 영어가 뭐라고 그리 긴장을 했는지 허탈함 등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 엉켜져 있었다. 두통약을 먹고 다시는 그 친구에게 전화가 오지 않기를. 영어만 생각하면 영어 울렁증이 생길 만큼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어쩌나 여긴 오키나와인걸.
영어도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어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답답하기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