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는 법
일본 생활이 7년째인데 이사만 4번을 했다.
처음 살던 집은 방이 4개에 트로피칼 비치가 눈에 딱 보이는
밤마다 집에서 바베큐를 하면서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호텔 저리 가라 하는 정말 근사한 집이었다.
정원의 나무들도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집.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못 하는 뷰와 정원이 딸린 오션뷰의 궁전 같은 집이었다.
그런 집에 사는 게 평생소원이라면 소원일 수 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참 괜찮았지만
너무 집이 덥고 아이 유치원 때문에 픽업문제로 너무 힘들어서 이사를 해야 했다.
두 번째 집은 아이 유치원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의 정말 평범한 일본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의 한 집이었다.
공원이 집 바로 뒤에 있어서 아이랑 산책도 할 수 있고 첫 번째 집보다는 작고 그리 멋진 뷰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생기고 우리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월세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에 11평 정도밖에 안 되는 곳으로 세 번째 이사를 하게 되었다.
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있던 골목 안에 있어 그나마 꽃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하며 이사를 했는데
앞집이며 주인집이며 우리 아이들을 손주처럼 예뻐해 주셨다.
실평수 11평 정도의 집에 무엇을 놓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조차 안 되는 평생 살아본 적도 생각조차도 안 했었던 11평…
20평 대도 작아 30평으로 이사를 하고 40평대를 꿈꾸며 살던 나에게…
이게 무슨 시련인가 싶었지만 그곳에서 받은 이 사람들의 정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 넉넉하고 따뜻했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4번째 집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면서 아침에 라이딩이 너무 힘들어서 학교 근처로 구한 집!!
지금의 집이다.
대학교 바로 앞에 있는 정말 한적한 마을..
대학교 근처인데 유흥가가 전혀 없다.
술집 골목도 없고, 맛집 골목도 없고, 패션이나 상점들이 즐비한 곳도 없다.
그저 주택들이 있을 뿐.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교 바로 앞에 사는 것이 이렇게 안전한 거였나 싶다.
그런데 애완견이나 펫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이 두 가지 불편한 점이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큰 숙제처럼 또 이사를 꿈꾼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언제든 이사를 가고 싶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사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가난해진다는 말이 있다.
보증금과 사례금 그리고 복비에 이것저것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 보통은 이렇게 자주 이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를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리라..
또???? 이사했어????라고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사를 많이 다니면 가난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또 집을 알아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사병에 걸렸나 보다.
펫은 없어도 사는데 문제가 없는데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음악을 하는 가족이데 악기 연주가 금지되어 있다니..
괞찮지만 불쑥 답답함이 올라올 때에는..
너무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결론은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언젠가는 일본에서도 집을 살 수 있기를.
지금보다 더 맘 편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