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타멀스 Jun 23. 2022

귀신 카페 4

-조폭 귀신-

길을 걷다가 매우 특이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들렀다. 한 옥타브를 벗어나지 않고 온음과 반음이 불규칙적으로 섞여 질서와 화음을 무시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장르의 음악이었다. 현악기의 늘어진 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언뜻 들어 현악 삼중주 곡인 듯하지만, 가끔 뜬금없이 북소리인지 징소리인지 불분명한 타악기 음이 두서없이 제멋대로 끼어들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수선했다. 카페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소리가 음악 소리일까 아니면 어떤 기계음일까를 판단하려는 듯 잠시 멈추거나 걸음 속도를 늦추어 보지만,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나간다.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올려다보았다. 타원형 메뉴판에는 커피와 홍차만 표시되어 있었다. 혹시 다른 메뉴판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카페 사장이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준다.

“아직 주문하지 않았는데...”

사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커피를 따라 놓은 머그잔에 다시 홍차를 붓는다.

“아니, 이게 뭐죠?”

“커피반홍차반입니다.”

“커피반홍차반?”

“저희 카페는 커피를 주문하든 홍차를 주문하든 항상 커피반홍차반입니다.”

“무슨 그런 법이 있어요?!”

“법치를 신봉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군요. 길게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만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야만적인 사회에서는 커피나 홍차,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했죠. 그러나 문명사회의 교양인이라면 커피 마니아나 홍차 마니아 어느 누구에게도 공정하고 평등한 법 집행 메뉴가 바로 커피반홍차반이라는 것에 동의할 겁니다. 맛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군소리 없이 쭉 들이켜 마시고 문명사회의 충실한 구성원이 되어 사회통합에 동참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카페 안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각자의 머그잔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몇 사람은 창밖을 내다보거나 천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지만 대화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천장부터 바닥까지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기괴한 현악 삼중주 곡은, 음악이 아니라 커피반홍차반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먹이 우는 소리였다.




*귀신카페 3

https://brunch.co.kr/@b8c0631e4a0442a/46


이전 10화 귀신 카페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