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카페이고 그래서 뭔가 특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로, 그도 역시 줄에 합류했고, 기다리는 동안 그도 또한 휴대폰을 꺼내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주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그는 줄 맨 앞에 서게 되었다. 휴대폰을 집어넣고 카페 문 앞에 깔려 있는 발 매트에 올라서자 카페 안쪽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페는 텅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의자들이 탁자에 기대어져 있었다. 그것은 영업이 끝났다거나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려 하는데 출입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퉁명스럽게 뭐라고 두런두런 하며 백팩을 고쳐 멨고, 여자는 말없이 휴대폰만 보면서 남자 뒤를 따라갔다.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서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카페 안을 빙 둘러보는 일이었다. 카페 안에 사람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줄을 서서 기다린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어색한 느낌으로 어정쩡하게 주문 데스크로 갔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내 카페로 언제든지 초대할 수가 있다는 겁니까? 그리고 밤새우며, 아니 내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그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릴 수 있다 이거죠?”
목에 수건을 두른 카페 사장이 휴대폰을 데스크 위에 올려놓고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언제든지’와 ‘얼마든지’를 말할 때는 강한 악센트가 들어가기도 했다. 두 손을 데스크에 짚고 받침대 삼아 허리를 구부리고 있어 사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정수리만 보였다.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사장의 말 뒤에 이어졌다.
“메타버스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집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 메타버스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작동된다는 거요? 조금 전에 통화했던 홍보실장이란 분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게 가상공간에서 벌어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그 가상공간 속으로 들어가서 유령처럼 떠돈다는 거요? 참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그러니까 ‘그곳’은 메타버스였다. 신개념 메타버스 카페를 운영해보라는 권유에 솔깃한 카페 사장은 한 시간 넘게 알다가도 모를 메타버스에 매달려 있었다. 자기 앞에 손님이 와 있다는 것, 카페 입구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그는 카페 사장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서성거리다 슬그머니 카페를 나왔다. 슬리퍼를 신은 반바지가 잽싸게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앞에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카페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모르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없었다. 정수리들만 가끔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