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타멀스 Oct 10. 2022

징검다리를 찾아서

시집간 누님이 온답니다

보따리 하나 겨드랑에 끼고 시집갔던

누님이 징검다리 건너서 온다기에

마을 앞 냇가에 나가 누님을 기다렸습니다


시집간 누님이 온답니다

징검다리 바윗돌 위에

세 살배기 동생 앉혀 놓고 다슬기 잡다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 그놈 끌어안고

세상이 떠나갈 듯 울던 누님이, 하마터면

못 볼 뻔한 그 동생 보러 온다기에

청둥오리도 왜가리도 함께

조약돌 세며 기다렸습니다


시집간 누님은

종일토록 보이지 않았습니다

징검다리 위로는 자동차들만 지나다녔습니다


해 질 녘 집에 와 방문을 열어보니

턱을 괴고 나를 기다린 누님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징검다리 바윗돌에 앉아 있는 동생은

누님의 댕기 머리를 꼭 잡고 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