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타멀스 Oct 16. 2023

철새가 두고 간 변명

어디로 갈 건데?

가는 길은 알고 있어?

솟대에 묶여 텃새가 되어버린 철새들은

제 다리를 자르고 떠나려는 기러기를

걱정스레 쳐다본다

신神의 옷 속에 접혀 있는 날개를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

박제된 기억을 되찾아 별빛이 가리키는

 바르게 분별할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그곳 기러기들이

너를 이상한 기러기로 보지나 않을까

마을 사람들은 떠나간 기러기의 빈자리를

텃세 부리는 진짜 텃새로 채우지 않을까

다리를 잘라버리면

나뭇가지에는 어떻게 내려앉을 건데?


내가 떠나려고 하는 것은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야

앉아만 있기가 너무 힘들어



이전 18화 인간이 그린 그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