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건데?
가는 길은 알고 있어?
솟대에 묶여 텃새가 되어버린 철새들은
제 다리를 자르고 떠나려는 기러기를
걱정스레 쳐다본다
신神의 갑옷 속에 접혀 있는 날개를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
박제된 기억을 되찾아 별빛이 가리키는
길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그곳 기러기들이
너를 이상한 기러기로 보지나 않을까
마을 사람들은 떠나간 기러기의 빈자리를
텃세 부리는 진짜 텃새로 채우지 않을까
두 다리를 잘라버리면
나뭇가지에는 어떻게 내려앉을 건데?
내가 떠나려고 하는 것은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야
앉아만 있기가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