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건데?"
"가는 길은 알고 있어?"
솟대에 묶여 텃새가 되어버린 철새들은 제 다리를 자르고 떠나려는 기러기를 걱정스레 쳐다본다.
"신神의 갑옷 속에 접혀 있는 날개를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
"박제된 기억을 되찾아 별빛이 가리키는 길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그곳 기러기들이 너를 이상한 기러기로 보지나 않을까?"
"그렇게 두 다리를 잘라버리면 나뭇가지에는 어떻게 내려앉을 건데?"
"떠나간 너의 빈자리를 마을 사람들이 텃세 부리는 진짜 텃새로 채울지도 몰라."
이미 다리를 잘라버린 기러기는 날개에 절어 있는 묵은 때를 털어내고 있었다.
"내가 떠나려고 하는 것은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야. 앉아만 있기가 너무 힘들어."
그는 날갯짓 없는 날개를 한 번만이라도 펄럭이고 싶었다. 바람 좀 분다고 제멋대로 춤추는 짙푸른 나뭇잎들 사이에 끼어 슬며시 바람도 좀 피워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