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데 그의 아내는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만 찾는다. 그들은 서로 너무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혼을 결심하고 다음 날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다.
“부부간에 커피 코드가 맞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이혼 사유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혼을 꼭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적절한 사유를 만들어보죠. 일단 커피 한 잔씩 하면서 두 분의 궁합을 깨뜨려 봅시다. 사장님은 아이스커피, 사모님은 따뜻한 커피로 준비하겠습니다. 커피가 나오면 감정 표현을 최대로 발휘해보세요. 제가 필요한 부분만 포착해서 이혼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재판에서 사용할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그들은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변호사 사무실을 나왔다. 이혼을 한다 할지라도 서로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그 감정싸움의 파편들을 무기로 삼아 재판을 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품위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이혼 후 사회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했다. 감정에 상처 없이 평화롭게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얻고 싶었던 그들은 신경정신과 의원으로 들어갔다.
“부부간에 커피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삶에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혼이 꼭 필요하다면 제가 두 분의 복내측전전두피질의 활동을 억제하고 배측전전두피질을 더욱 활성화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전문용어라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배측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면 사이코패스의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아무리 잉꼬부부라 할지라도 이혼을 하게 되죠. 백 퍼센트 보장합니다. 지난달에 제 친구에게도 그렇게 해서 이혼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들은 신경정신과 의원을 뛰쳐나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터덕터덕 길거리를 걸어갔다. 해 질 녘이 되어 어느 카페에 들른 그들은 늘 그랬듯이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커피를 따로따로 주문했다.
“두 분의 커피 온도가 정반대네요. 온도 차가 너무 크면 서로를 멀리하거나 마음속으로 무시하지 않나요? 어떤 부부는 이혼까지 했다더라고요.”
“그게 이혼 사유가 되었답니까?”
“그것 때문에 이혼했겠어요? 성격 차이도 아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요.”
“다른 이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반대의 커피 온도가 싫어서 커피를 아예 끊어 버리기로 했다가 결국 부부간의 인연까지도 끊어졌다던데요.”
“그러면 그게 그거 아닌가요? 커피 온도가 정반대이기 때문에 결국 그게 원인이 되어 이혼까지 간 거잖아요.”
“아니죠. 커피 온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커피를 끊어버렸기 때문에 이혼하게 되었다는 값진 교훈을 주는 사례이죠. 커피로 맺어 온 그동안의 아름다운 부부관계를 그까짓 온도가 다르다고 인연의 고리를 싹둑 잘라 내팽개치면 안 된다는 거죠. 하여튼 결론은 따뜻한 커피든 아이스커피든 많이 마시면 됩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저희 카페에 오신 분들은 이혼 걱정은 안 합니다.”
“근데 죄송한데요, 우리는 지금 그 커피 온도 차이 때문에 이혼을 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들처럼 우리도 커피를 끊으면 될까요? 사장님이 말한 그 인연의 고리가 상처 없이 잘라질까요?”
“아니 뭐, 저에게 죄송할 것까지는 없구요. 일단 주문하신 커피는 마시고 이혼 전문 변호사나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상담해 보시는 게 좋겠네요. 어제는 짜장면과 짬뽕 때문에 이혼하겠다던 부부도 있었어요. 살아가기 참 힘든 세상이죠?”
컵 쟁반을 들고 가던 고등학생 둘이 그들 옆을 지나가다 그들의 말을 한참이나 듣고 나서, 한 마디씩 주고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