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초등학생 연애 잔혹사
어느 날 5학년 여자아이가 울면서 교무실로 뛰어들어왔다. 뛰어들어왔단 표현이 맞는게, 당시 아이들은 교무실 문앞에서 무릎을 꿇고 “선생님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하고 질문한 후에 교무실로 들어서는 게 예의였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사람을 무릎까지 꿇게 만드나 짜증이 났던 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가정들을 방문한 뒤 비로소 우간다의 예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자들은 무릎을 있는대로 꿇고 남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예절이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에게 조심스러웠다.
내 앞이라 모든 걸 영어로 이야기 해야했던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가끔 문앞에서 실랑이를 하곤 했다. “선생님,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너 이미 들어왔잖아. 들어와 놓고 들어가도 되냐는 질문이 맞다고 생각하니?” 선생님들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면 아이들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울면서 교무실로 뛰어들어 온 아이는 당시 학교에서도 미녀로 손꼽히던 아이였다. 우간다인의 미의 기준과 내가 생각하던 미의 기준이 달랐는지 나는 얼른 수긍하기 어려웠으나, 현지인 선생님들은 모두 입을 모아 “페이션스(Patience)가 제일 예뻐”라며 미스 우간다가 될거라고 말했다. 그 예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저리 슬피 울까... 궁금했던 나는 시자(Caesar)를 따라 나섰고, 여자 아이는 쪽지를 보여주었다.
“너의 아름다운 눈을 사랑해. 너의 밝은 피부를 사랑해. 너는 나의 별! 나는 너를 사랑해”
얼핏 보기엔 그냥 연애편지다, 귀엽다 생각할 무렵... 그 편지를 포장한 봉투 사이로 200실링이 보였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자기가 갖고 있던 200실링을 자신의 여인에게 보낸 것이었다. 너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문구도 빼놓지 않고... 여자아이는 불쾌감을 느꼈고 200 실링을 내밀었던 남자아이를 찾아내 선생님들에게 알렸다. 선생님들은 조기 임신에 대한 위험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여자아이들에게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고 강조하였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애정 고백을 한 소년이 나타났고 아이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200실링 소년은 교무실로 다가왔고, 자초지종을 들은 선생님들은 여자아이에게 “니가 때리고 싶은만큼 때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신박한 교육인가 어이가 없을 무렵, 여자아이는 엎드려 뻗쳐를 한 남자아이를 사정없이 매질하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는 펑펑 울고 여자아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날카로운 매로 남자아이의 엉덩이를 찰지게 매질했다. 시자는 이 남자아이가 어디서 이런 걸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찼다.
당사자 간의 사건을 제3자가 심판한답시고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 것도 어이없지만, 그렇다고 중재자 필요없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때리게 하는 건 흡사 함무라비 법전을 정독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없다. 그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매질할 때 속이 시원하다는 듯, 너는 더 맞아야 한다는 듯, 즐거움이 입밖으로 나올 듯 말듯 웃음을 꾹참고 힘주어 패던 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