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무중구!(Bye Mzungu)

우간다 봉사활동 종료와 리셋 증후군의 시작

by 만다지
1655476_609029459179902_396258597_o.jpg 2010년 케냐 탄자니아 여행 중 찍은 사진. 모토로라 폰이 눈에 띈다.

밤마다 쏘는 벼룩 탓이었는지 봉사활동 초반 3개월 간은 발목에 붉은 반점이 하나 둘 나더니 미친듯이 가렵기 시작했다. 밤마다 뭔가 문다고 호소하는 나에게 카잉가(Kayinga)는 “요즘 세상에 벼룩이 어디 있어”라며 당황했지만 내 발목을 보더니 해결책을 제시했다. 나는 카잉가가 시키는 대로 고무대야에 물과 가루비누를 풀어 거품을 만든 후 전등을 끄고 손전등을 고무대야로 비추었고, 벼룩들이 불빛을 따라 모여들면서 물속에 빠져 죽기를 기다렸다. 나의 발목을 가리키며 “Elephant leg”이다 걱정하던 아이들로 인해 주변의 Elephant leg 환자들을 관찰해보기도 했다.


발목의 가려움 증이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지거 Jigger”라고 진단하며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주었다. 그 후로도 나는 어쩐지 우간다에만 가면 체류 초반에는 발목에 지거가 창궐하여 또다시 미친 듯이 가려워 긁는 상황이 반복됐다. 매트리스와 침낭, 담요를 매일같이 햇볕에 말려도 보고, 살충제를 매일 구석구석 뿌려 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그 특유의 “톡 쐈다 가려운” 느낌은 연말에 접어들자 사라져갔다. 6개월 간 발바닥에 심겨진(?) 모래벼룩의 알을 파고, 발목을 쏘아 댄 지거를 약으로 섬멸하고, 결국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질병과 싸우는 동안 봉사활동은 어느덧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우간다의 연말 또한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1월 1일 며칠 후까지로 상당히 길었고, 아이들의 개학은 1월 중순에나 이뤄져서 여행을 다녀오기에 좋은 시기였다. 연말 연휴가 끝난 후 나는 주변국인 케냐와 탄자니아로 떠났다. 캄팔라에서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Nairobi)로, 나이로비에서 버스를 타고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으로, 다르에스살람에서 페리를 타고 잔지바(Zanzibar)로, 다스에스살람에서 버스를 타고 도도마(Dodoma)로, 도도마에서 버스를 타고 무완자(Mwanza)로, 무완자에서 페리를 타고 부코바(Bukoba)로, 부코바에서 버스를 타고 캄팔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여행 중에 맛있는 스시집에 가서 입 호강도 하고,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케냐인들을 만나 길 안내도 받고, 잔지바에서 한국인들을 만나 맛있는 저녁도 대접받는 재미난 여행이었다. 물론 잔지바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페리에 문제가 생겨 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페리 회사 직원과 싸우기도 하는 등 고난도 있었다. 지금도 간담이 서늘한 일은 새벽 1시에 탄 택시에서 바가지 요금 갖고 기사와 다툰 일인데, 정말 나쁜 일 안당하고 잘 다닌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뿐이다...


기억에 남는 일은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국경을 오가는 페리에 탔을 때인데, 돈을 아끼고자 입석을 구매한 나는 밤새 빅토리아 호수를 가로지르는 여정에 지쳐 짐을 보관하는 칸에 올라가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머리 위로 짐을 들어올려 집어넣는 곳이라 사람이 올라가기 어려웠지만 올라가서 눕고 싶은 나는 철봉을 잡고 다리를 올리려 안간힘을 썼고, 나를 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나를 들어올려주어서 짐칸에서 다리를 뻗고 잘 수 있었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은 흔히 지하철 민폐로 일컬어 지는, 지하철 짐칸 위에 올라가는 사람을 연상하면 쉽겠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자, 역시 여행이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것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나만의 계획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한 경험은 그 후로도 나를 여러 곳으로 이끌었고, 별다른 계획없이 주어진 대로 적응하며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업무를 보고서로 만드니 우간다에서의 짧은 시간이 어느덧 끝났다.


영화 화이트 마사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다시 돌아올 것인지 물었던 것처럼 비슷한 질문과 상황이 이어졌고,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꼭 돌아오겠다고 대답하고 정든 치왕갈라를 떠났다. 구불구불 이어진 흙길을 지나 “Bye Mzungu!”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지나며 마사카를 떠났고, 체류 기간이 남은 친구들이 해준 Farewell을 통해 회포도 풀고 잘 지내다 캄팔라를 떠났다. 비행기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그저 떠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간단하게 모든 관계와 시간들이 정리된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keyword
이전 24화결국 말라리아에 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