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돌팔매를 맞다

봉사활동 중단 위기

by 만다지
184071_142872392462280_3114338_n.jpg 2011년 휴가 때 치왕갈라 마을에 방문해 찍은 사진. 봉사활동 시절 사진이 희소해서 할 수 없이 가져온 사진.

내가 대학에 다니다가 한국을 떠날 시절에는 짧은 치마(짧치), 짧은 바지(짧바) 등이 유행하곤 해서 봉사활동 때 챙겨온 옷들도 그런 짧은 것들이 많았다. 말라리아 무서운 줄 모르고 챙겨온 옷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구나 싶지만 그때는 나름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던 시절이었다. 물론 학교에서 근무하는 봉사활동의 특성 상 긴 바지, 긴 치마도 입었지만 휴일에 숙소에서 편하게 쉴 때면 짧바, 짧치를 입었다.


토요일 오전, 밥하기는 귀찮고해서 마을에 나가 만다지(아프리카 도넛)를 사오기로 하고 집에서 입던 짧바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만다지를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큰 길가에서 학교 학생인 이노(Innocent)를 만났다. 명랑한 이노는 나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던 아인데 내 손에 쥐어진 만다지 봉지를 보더니 하나만 달라고 졸랐다. 평소 같으면 하나 줄법도 했지만 마침 이노가 그의 남매들과 함께 모여 있는 걸 발견한 나는 '몇 개 없는 거 다 털리겠구나' 싶어서 거절했다. 이노에게 다음에 주겠다고 달랜 후 다시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소리지르는 게 들려서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 누군가 던진 돌에 허벅지를 맞고 말았다. 돌에 찍힌 허벅지는 피가 살짝 나고 있었고 뒤이어 종아리에 또 다시 돌을 하나 더 맞았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테러(?)에 충격을 받은 나는 내 방에 들어와 펑펑 울었다.


항상 나를 반겨주고 미소로 화답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크게 실망했다. 주말이면 수도 캄팔라로 훌쩍 떠나버리는 히로키 덕택에 숙소에는 나 혼자 있었고 때마침 비까지 내려 정말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아, 다 때려치고 한국으로 가야 하나. 어떻게 사람한테 돌을 던지지...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 만다지를 떼어내 한입 먹고 다시 봉지를 묶었다. 꺼억꺼억 울다가 갑자기 먹어서였을까 아니면 이노에게 안주고 혼자 먹으려다 받은 벌이었을까. 갑자기 체기가 몰려오더니 열과 함께 구역질이 났다.


한참을 끙끙대고 있는데 학교 옆에 살고 있는 베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우비를 쓴 베티는 주말에 혼자 남은 내가 궁금해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불렀다고 말했다. 내 방 철문을 열고 베티에게 "지금 몸이 아파"라고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구토가 밀려와 베티 앞에서 토를 하고 말았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 베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지금 아프니까 나중에 이야기 하자며 문을 닫았다.


월요일에 학교에서 이메를 만나 주말에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너무 충격 받아서 우간다가 싫어졌다고 말했다. 이메는 자신이 입은 치마를 보여주며, "여기에선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하고, 치마는 발목 위로 올라가면 안돼"라고 말했다. 마사카에 오기 전 캄팔라에서 잠깐 지내는 동안 종아리를 드러낸 여성들의 옷차림도 많이 봤던 나는 "캄팔라에서는 괜찮던데, 왜 여기선 돌까지 던지는거야?"라고 되물었다. 이메는 "여긴 시골이잖아. 도시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캄팔라에서도 짧은 옷차림을 하는 여자들은 창녀 취급받아'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돌을 던질 수가 있어?"라고 말하자, 이메는 "돌을 던진 건 좀 심했지만 너도 그렇게 짧은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면 안됐어"라고 했다. 그 뒤로 여자들의 옷차림에 대해 자세히 보니 한국은 상반신을 드러내는 것을 야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반대로 하반신을 드러내는 걸 야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이야 레깅스를 입은 여자들도 많이 돌아다니지만 2009년에는 스키니진만 입어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우간다 시골마을이었다. 그 돌팔매 사건 이후 보통 사람이라면 짧바, 짧치는 쳐다보기도 싫었을테지만, 한동안 나는 쉬는 날이면 계속 짧게 입고 마을을 활보했다. 나중에는 다들 포기했는지 돌팔매도 야유도 전혀 없었다.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해줘야 한다면 내가 떠나왔던 세상에서의 일반적인 옷차림도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렇게 입고 싶은 나의 욕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자유가 어떤 이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긴바지 또는 긴치마를 즐겨입게 됐다.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나도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그 쉬운 말이 이렇게도 당연한 것이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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