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내버려둬!

관종이 살기 좋은 우간다 시골마을

by 만다지
408022_231425043607014_1840653958_n.jpg 내가 봉사활동했던 치왕갈라 마을의 옆마을 마콘도(Makondo) St.Steven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네 가족들의 사진. 2009년에 만나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처음 우간다 마사카 치왕갈라 마을에 발을 내딛자 마자 나는 거의 스타였다. 아는 사람한테만 인사하는 문화에서 온 나는 사방에서 몰려들어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나가면 저 멀리 있는 사람들도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나는 그들을 모르는데 그들은 나를 알고 있었다. 가게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정육점에서, 주유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나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였고, "너 정말 예쁘다", "너의 머릿결이 부럽다" 등등 혼을 쏙 빼놓는 칭찬공세가 이어졌다. 원래 거울을 잘 안보는 편인데 이 시기엔 내가 정말 예쁜가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영어는 커녕 루간다도 잘 구사하기 어려운 2~3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도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면 엉거주춤 일어나서 "잘가, 무중구!(Bye Mzungu)"를 외쳤다. 나 여기 온 지 얼마 안됐는데 잘 가라는 건가 싶어서 학교 선생님 이메(Imetres)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잘못해서 그렇게 말하는거야"라고 대답해주었다. 이런 엄청난 관심은 처음이었는데, 아마도 아시아계 여자 봉사자가 처음 이 마을에 왔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를 했다.


행여 누군가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물으면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한국에서 왔고, 코트폰에서 일한대!" 마치 나의 대변인마냥 나에 대해 브리핑하는 걸 보며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어딜가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는 기분은 마을에 도착한 지 1개월도 못 돼 불쾌감으로 바뀌어갔다. 이들이 나에 대해 알고 싶거나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신기해서 환호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는 향수병이 생길 타이밍이었고 진지한 대화나 감정교류가 아닌 단발성의 관심이 지겨웠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우기철 갑작스런 스콜이 내리곤 했던 어느 날, 마을에 쌀을 사러 나갔다가 비를 만났다. 사람들은 모두 처마 밑이나 나무 밑으로 들어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서 여기로 와 비를 피하라고 손짓했지만, 비를 맞는 것보다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싫었던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집으로 걸어갔다. 다음 날 학교 선생님 이메는 나에게 "너 왜 어제 비 맞고 걸어갔어?"라고 물었다. 깜짝 놀란 나는 "어떻게 알았어?"하고 물으니 이메는 "사람들한테 들었어"라고 대답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남일에 관심이 많은가. 어이가 없어서 히로키한테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히로키는 "내가 그래서 마을에 잘 안나가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나는 거의 매일 학교 끝나면 마을에 나가 물, 에어타임, 쌀, 달걀, 양파 등 소소한 것들을 사서 달랑달랑 들고 오는 게 일이었는데, 히로키는 정말 거의 모든 걸 한꺼번에 사놓고 마을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도 차츰 마을에 나가는 횟수를 줄였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차츰 식어갔다. 어느 날 롤렉스(Roll eggs)를 사 먹으러 마을에 나갔다가 누군가를 부르며 환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뭐야, 왜 이래 또'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마을의 다른 학교의 새로운 봉사자를 사람들이 반기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 격한 관심이 드디어 나를 떠났다는 사실에 흐뭇하기도 하다가도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그 첫 한달이 그립기도 했다. 체류 2개월 차에 들자 나 또한 마을 사람의 일부로 자동 편입됐다. 내가 어디서 왔는 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도 없었다. 대신 자기 집 망고가 많이 열렸다며 노란 망고 몇 알을 전해주는 사람들, 날이 더우니 그늘에서 잠깐 쉬어가라고 의자를 내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중에 우간다 사람이 쓴 우간다 문화 소개에 관한 책을 읽어보니, 우간다 사람들은 혼자 살거나 혼자 다니는 사람을 가만두지 못하는 건 사실이었다. 다만, 그 사람이 외로울까봐, 심심할까봐 말을 거는 게 예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기 보다는 혼자서 외로울까봐, 심심할까봐 예의 상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기억하자, 우간다에 도착한 첫 한달 동안 당신은 한국에서 온 스타라는 것을. 하지만 당신의 피부톤이 바뀌는 그 한달 뒤면 자연스레 현지인으로 편입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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