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단도리를 그만 잊고

엄마의 잔소리 노트 |

by MeeyaChoi

집에서 어설프게 운동하다가 뒤로 넘어져서 손목이 뚝 부러지는 바람에, 쇠심을 박고 또 빼는 수술을 받으며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옆 침대에는 좀 더 연세 있는 분이 무릎 수술을 받고 누워 계셨다. 얇은 커튼으로 분리된 좁은 병실이다 보니, 환자와 간병인의 대화가 고스란히 다 들렸다. 경력이 꽤 긴 듯한 간병인은

“여기 있으면 온갖 분야의 사람들을 다 만나서, 듣고 아는 게 많아요.”

라는 본인의 말처럼, 진짜 아는 게 많았다. 이는 하루에 2번, 2분씩 닦아야 하며, 본인은 너무 자주 빡빡 닦아서 이가 다 닳았다는 이야기를 포함하여, 무릎 수술의 종류부터 다양한 생활의 지혜를 듣다 보면, 통증과 지루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간병인이

“이제 나이가 많아서, 죽을 단도리를 잘해야 돼요. 나 죽으면 딸이 이 집을 어떻게 팔까 싶어서, 죽기 전에 집을 팔고…….”

하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듣고, 나는 졸면서도 계속 죽을 단도리, 죽을 단도리, 죽을 단도리를 외웠다.


온갖 질병으로 나는 아플 때가 안 아플 때보다 더 많았다. 고단한 질병 때문에, 나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내 죽음 뒤에 남겨질 딸을 걱정하며, 딸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살고싶다고 기도했다. 그 정도면 딸이 엄마 없이도 어떻게든 대학을 졸업하고, 이 험난한 세상을 혼자 살아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죽기 전에 딸에게 세상 풍파에서 살아남을 노하우를 전수해야겠다는 불안 때문에,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딸이 두 번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만큼 한참 지난 오늘, 나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엄마 잔소리가 너무 싫다는 딸은 지 멋대로 신나게 잘 살고 있다. 이제 죽을 단도리를 그만 잊고,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날 때 서로 따뜻할 수 있도록, 잔소리에 지친 딸의 마음을 바로 지금 풀어주는 게 더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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