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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35_엇갈린 살인과 의료사고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탐정이 회심의 미소를 짓자, 연순호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는 화가 나 죽겠는데 탐정은 웃고 있었다.


연순호가 큰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최인식 … 그놈은 죽을 만한 놈이야. 그런 놈이 죽었으니, 오히려 잘 된 거 아니야? 내가 틀린 말 했나?

나는 장인 유골을 보러 가야 해. 처자식 옆에 장인이 있어.”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그렇군요. 한 가지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그게 뭔데? 시간 없으니 빨리 말해.”


“인천에서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서울 어디에 계셨죠?”


“서울 모텔에 있었어. 다이아몬드 모텔이야.”


“계속 모텔에 계셨나요?”


“어떻게 모텔에만 있어. 밖에 나가서 밥도 먹고 돌아다녔지.”


“연순호씨는 6일 오후부터 인천에서 일하다 8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다음날인 9일 밤은 어디에 계셨죠?”


“9일? 9일 밤은 ….”


연순호가 말을 멈췄다. 그가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황급히 답했다.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공사장 공터에 앉아서 술을 마셨어. 죽은 아내와 아들을 생각했어.”


“공사장 공터라고요?”


“그래.”


“거기는 번화한 곳입니까?”


“그런 곳은 아니야. 공사하는 곳이야. 나는 인부라 공사장이 편해.”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연순호씨, 서울 숙소인 다이아몬드 모텔 위치와 술을 드셨던 공사장 위치를 경찰에 알려주세요.”


“그거야. 뭐 쉬운 일이지. 알았어.”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조사를 마칩니다.”


“알았어. 반말해서 미안하기는 하네. 내가 좀 성질이 급해서 ….”


“괜찮습니다.”


유강인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연순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침을 힘들게 삼켰다. 알게 모르게 긴장했던 거 같았다.


의도적으로 유강인 앞에서 거칠게 나간 게 분명했다. 유강인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런데 말려들 유강인이 아니었다. 연순호가 산전수전을 다 겼었다면 유강인은 공중전과 우주전까지 다 치뤘다.


연순호가 유강인에게 미안한지, 꾸뻑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급한 걸음으로 출입문으로 향했다.


조용히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연순호가 조사받을 때와는 달리 나갈 때는 무척 공손했다.


“이거, 참.”


정찬우 형사가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뭔가를 풀리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선배님, 별 소득이 없는 거 같습니다. 30년 전 수사팀이었던 서경수씨 뿐만 아니라 나은성씨, 연순호씨 모두 알리바이가 확실합니다.”


유강인이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신에 찬 음성이었다.


“아니, 이번 조사로 확실해졌어. 놈들의 범행 수법을 잘 알겠어.”


“네에? 놈들의 범행 수법을 잘 알겠다고요?”


“응.”


“그게 대체 뭐죠?”


“놈들은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어. 클래식이지. 낡았지만, 효과는 확실한 방법이야.”


“수법이 낡았다고요? 클래식이라고요 그게 대체 뭐죠?”


유강인이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형사 … 엇갈린 살인, 교차 살인이라고 들어봤어?”


“교차 살인이요?”


“응, 원한을 품은 자들이 모여서 상대방의 원수를 대신 죽이는 거야. 그렇게 원수를 엇갈리게 갚는 거지.

그렇게 하면 원한을 품은 자가 원수를 죽이지 않아서 확실한 알리바이를 확보해. 그게 바로 교차 살인이야.”


“아! 교차 살인,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송창수한테 원한을 품은 사람은 나은성인데 나은성이 원수를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동료가 대신 송창수를 죽이는 거군요.

나은성도 동료를 대신에 그 사람의 원수를 죽이고요.

엇갈리는 살인, 교차 살인이 놈들의 수법이군요.”


“그렇지! 자경단이 현재 교차 살인하고 있어. 그렇게 원수를 엇갈리게 갚고 있어. 그래서 사무친 원한을 품은 자가 원수가 죽는 현장에 없었어.

이제 놈들의 수법을 알았어.”


“그렇군요. 복잡하지만, 확실한 방법이긴 하네요.”


“보아하니 나은성의 피맺힌 원한을 연순호가 대신 갚아 준 거 같아.”


“아, 그래요?”


“응, 송상하 부회장은 5일 늦은 밤, 나진시 영포 해수욕장에서 죽었어.

연순호는 그때 영포 해수욕장 근처에 있었을 거야. 부회장 죽이고 인천으로 서둘러 간 거야. 그렇게 연순호가 나은성의 원수를 대신 갚은 거야.

다음 타깃은 최인식 교수였어. 최교수가 7일 예비 장인을 만나러 나진시로 오자, 나진시에 남아있던 동료들이 최교수를 죽인 거야.

최교수한테 원한을 품은 연순호는 그때 인천에 있었어.”


“부회장하고 최교수 둘 다 강원도 나진시에서 죽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죠? 둘 다 나진시가 직장도 집도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피해자들이 나진시로 모인 거 같아. 이건 의미가 있는 거 같지 않아.

부회장은 어머니 고향인 나진시 바닷가를 예전부터 좋아했고 최교수는 예비 장인과 식사 자리였어. 산지에서 대방어를 먹으려고 했어. 우연한 일치인 거 같아.

부회장과 최교수 예비 장인인 크라운 제약회사 회장이 무슨 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닌 거 같아.”


“그렇군요. 우연한 일치군요. 일이 그렇게 돌아가는군요.”


“그렇지.”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손바닥을 비볐다. 자경단의 일원이 드디어 드러났다. 그들은 나은성과 연순호였다. 원한을 품은 자들이었다. 교차 살인으로 용의 선상에 벗어나려고 했다.


정찬우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둘을 어떡하죠? 체포해야 할까요?”


유강인이 그건 어렵다는 표정을 답했다.


“현재 체포할 만한 증거가 없어. 단지 원한이 있다는 혐의로 체포하면 바로 풀어줘야 해. 구속하기 어려운 사유야.”


“그렇군요. 그러면 위치 추적이나 수색도 힘들 거 같습니다. 영장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지.”


“어떡하죠?”


“민첩한 형사들로 둘을 감시하는 수밖에 없어.”


“알겠습니다. 형사들을 붙이겠습니다.”


그렇게 유강인과 정찬우 형사가 앞으로의 일을 논의할 때


조사실 문이 급하게 열렸다. 우동식 형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급히 유강인에게 말했다.


“대장!”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우형사가 말을 이었다.


“피해자 주미희씨가 거래한 병원 중에 의료사고가 있는 곳을 찾았어.”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래요? 그곳이 어디죠?”


“의료사고는 두 군데 있었어. 5년 전과 1년 전이야.”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5년 전은 너무 오래전이야. 복수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돼. 5년보다는 1년이 적당해. 참고 참았던 복수심이 터질 수 있는 시기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말했다.


“1년 전 의료사고가 어느 병원에서 있었죠?”


“그 병원은 서울 강남에 있는 세컨드 라이프 병원이야. 유명한 성형외과야.”


“성형외과! … 성형 수술 중에 사람이 죽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그래서 유족과 병원 사이에 커다란 갈등이 있었어. 우영 병원 최인식 교수처럼.”


“그럼, 당장 그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겠다고?”


“네, 놈들이 지금 서두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발 앞서 움직여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놈들이 서두른다면 분명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걸 노려야 합니다. 놈들은 조직입니다. 조직원 한두 명을 잡는다고 끝날 사건이 아닙니다.

원한에 사무쳐 죽기를 각오한 자들이 동료를 밀고할 리 없습니다.”


“그러면 병원에 연락해야겠군. 다행히 강남 병원이라 경찰청에서 그리 멀지 않아.”


“선배님은 병원에 연락하세요. 저는 정형사와 같이 병원으로 출동하겠습니다. 의료사고 유족을 철저히 조사하세요.

그리고 병원에다 주미희씨를 언급하지 마세요. 사건이 생겼는데 의료사고와 관련된 거 같아서 찾아간다고 말하세요.”


“OK! 그리하지.”


유강인이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 어서 가자고. 가서 의료사고의 진상을 파헤치자고. 억울한 일을 당한 자가 있으면 그자가 바로 자경단의 조직원이야.”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정형사가 씩씩하게 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강인과 정찬우 형사, 조수 둘이 경찰청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탐정단 밴을 타고 서울 강남에 있는 세컨드 라이프 병원으로 향했다.



**



세컨드 라이프 병원은 강남에서 유명한 성형외과였다. 수술과 시술 솜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해외에서도 찾아왔다.


병원은 강남대로에 있는 20층 최첨단 빌딩 안에 이었다. 4층, 5층, 6층을 사용했다.


탐정단 밴이 빌딩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고 탐정단과 정찬우 형사가 내렸다. 그들이 곧장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황정수가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딩동댕! 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탐정단과 정형사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층, 2층, 3층 4층!



딩동댕! 소리가 다시 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탐정단과 정찬우 형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앞에 기다란 복도가 펼쳐졌다. 유강인이 서둘러 병원 출입문을 찾았다. 오른쪽에 병원 출입문이 있었다. 출입문 옆에 입간판이 있었다.


유강인이 병원 입간판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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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라이프 Second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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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행복과 만족함을 느껴보세요.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동경했던 아름다움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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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광고 문구를 다 읽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은 의료사고가 있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광고 문구는 사람을 현혹하는 말뿐이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넘치는 일이었다.


그때 병원문이 열렸다. 의사인 듯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와 사무원인 듯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백발에 당당한 체격이었다. 60대로 보였다. 여자는 단발에 금테 안경을 썼다. 50대로 보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유강인을 보고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유강인을 알아본 거 같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유강인 탐정님. 저는 세컨드 라이프 병원장 이철구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원무과장이신 김미희 선생님입니다.”


유강인이 답했다.


“안녕하세요. 탐정 유강인입니다. 서울청에서 자초지종은 다 들으셨죠?”


“네, 다 들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저희가 좀 억울합니다.”


“억울하다고요?”


“그렇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과 정찬우 형사가 따랐다.


4층에 귀빈실이 있었다. 병원장이 귀빈실 문을 열었다.


열 명이 앉을 수 있는 깨끗한 방이었다. 최고급 소파와 테이블, 와인 냉장고가 있었다.


외벽에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블라인드가 내려가 있었다.


“자, 자리에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병원장의 안내에 탐정단과 정형사가 소파에 앉았다. 푹신푹신하고 아늑한 소파였다. 명품 소파라 평범한 소파랑 차원이 달랐다. 고급스러운 나무 재질이 조명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병원장과 원무과장도 소파에 앉았다. 원무과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탐정님이 말씀하신 사고는 1년 전 의료사고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한종호씨가 수술 중 사망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유강인이 즉시 반문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요?”


“네, 사람의 일이란 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불가항력이라는 게 있습니다. 인명은 재천입니다.”


유강인이 의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원무과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병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누구라 할 거 없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얘기하시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의료진은 불가항력의 사태가 벌어지자, 서둘러 CPR(심폐소생술)를 했고 AED(자동제세동기)로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그런데도 환자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채 심장 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그렇군요. 수술 중에 의료진의 실수가 있었나요?”


“아닙니다. 조사 결과,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 병원은 항상 규정과 원칙을 지킵니다. 그래서 강남에서 수술을 제일 잘한다는 명성도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우리의 업적을 ….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예측 불가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환자의 상태를 우리가 100퍼센트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약물 알레르기나 선천적으로 기형이거나 약한 장기는 수술 중에 알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병원 측 입장은 단호했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거였다.


환자가 하필 그때 운이 없어서 수술 중 사망했다는 주장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뻔뻔함과 의심이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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