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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36_수술에 참여한 간호사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현재 연쇄살인마는 원한에 사무쳐 세 명이나 목 졸라 죽였다. 그들은 치밀한 조직이었다.


그런 자들이 불가항력의 일로 복수할 거 같지 않았다.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수술 중 환자가 죽었을 때, 병원에서 제대로 대처했다면 원한이 생길 리 없었다.


적반하장으로 나가며, 단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면서 원한의 골이 깊어진 거 같았다.


세컨드 라이프 병원은 분명 과장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완벽한 수술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그런데 사고가 벌어지자, 인명은 재천이라고 운운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처럼 양면성이 드러났다.


유강인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이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했던 주미희씨가 연쇄살인범에게 죽었습니다.”


“네에?”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주미희의 죽음을 전혀 몰랐다.


병원에 수사협조를 요청한 우동식 형사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유강인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원무과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누, 누가 죽었다고요?”


“주미희 영업 사원입니다. 의료기기 회사 DNC 직원입니다.”


“헉!”


병원장이 매우 놀란 나머지 안절부절못했다. 원무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두 분 다 왜 그러시죠? 혹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요? 주미희씨 죽음과 관계된 게 있나요?”


유강인이 둘에게 물었다. 눈초리가 아주 무서웠다.


둘이 답을 하지 못했다. 어쩔 줄 몰라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찬우 형사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귓속말했다.


“선배님, 이 병원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이 얼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정곡이 찔린 거 같아요.”


유강인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작전이 성공했다. 그는 일부러 주미희 사망 소식을 감췄다. 기회를 엿보다 그 소식을 날카로운 비수처럼 사용했다.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작전이었다.


침묵이 계속 흘렀다.


병원장이 목이 답답한지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그가 말했다.


“그,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주미희씨가 돌아가셨군요. 그런데 연쇄살인범한테 죽었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연쇄살인범이 세 명이나 죽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네에? 더 죽을 거라고요? … 그런데 그걸 뉴스에서 못 본 거 같은데.”


“뉴스 매체에 엠바고가 걸려있습니다.”


“아, 엠바고가 결렸군요.”


“피해자는 모두 원한 때문에 죽은 거 같습니다. 그냥 원한이 아니라 사무친 원한입니다.”


“워, 원한! 그것도 사무친.”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사무친 원한이라는 말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귀빈실 분위기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따뜻한 방이었지만, 맨살로 북극 한파를 맞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북극 한파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을 이었다.


“두 분 다 주미희 영업 사원이 누구인지는 아시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힐 수 있습니다.”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침을 꿀컥 삼켰다. 병원장이 먼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거래처 직원입니다. 성형 수술 기기를 납품했습니다.”


유강인이 원무과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원무과장님도 주미희 영업 사원을 아시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주미희를 안다고 시인했다.


이는 큰 병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주미희는 거래처의 영업 사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병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는 주미희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과 같았다.


‘그렇군. 주미희는 단순한 영업 사원이 아니었어. 병원에서 중요한 일을 했던 사람이야.’


유강인이 씩 웃었다.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당황해서 실수하는 거 같았다. 그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1년 전 의료사고 집도의는 누구죠?”


“그건 김선생님입니다.”


“김선생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선생님은 지금 한국에 없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죠?”


“미국에서 연수 중입니다.”


“언제 돌아오죠?”


“두 달은 지나야 돌아올 겁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두 눈을 실처럼 가늘게 떴다.


의료사고의 책임자인 집도의는 미국에 있었다. 그런데 죽은 자는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영업 사원이었다. 이는 무척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군. 그게 연상이 되는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몇 년 전부터 그의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유령 의사와 유령 수술이었다.


이는 지정된 의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가 와서 수술하거나 면허가 없는 사람이 수술하는 걸 말했다.


그중에서 면허가 없는 자의 수술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 수술은 영업 사원이나 간호조무사들이 담당했다.


그들 중 일부는 베테랑 의사처럼 행동했다. 간호조무사인데도 병원에서 훌륭하신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천 번이 넘는 수술을 집도한 자도 있었다.


수술은 예체능계처럼 타고난 게 필요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었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면 면허가 없어도 수술만큼은 잘할 수 있었다.


‘그래,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


유강인이 유령 수술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곳은 유명한 병원이었다. 그래서 환자가 끊이지 않았다. 소문이 나서 외국에서 환자가 찾아올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일감이 많다면 자체 의사로 모든 수술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외부 인력이 비밀리에 올 수 있었다. 그중에서 면허 없는 자, 유령 의사가 숨어있을 수 있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보아하니 병원에서 유령 의사를 고용한 거 같은데 … 이들에게 유령 의사를 고용했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헛수고야. 사실대로 말할 리 없어.’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담당 의사가 없으니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사를 만나고 싶습니다. 현재 병원에 근무하고 있나요?”


“네, 두 분 다 근무하고 있습니다. … 지금 부를까요? 원무과에서 대기 중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아니라 휴게실 같은 곳에서 두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휴게실은 5층에 있습니다. 조용하고 넓은 곳입니다.”


병원장이 말을 마치고 원무과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원무과장이 서둘러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가 원무과에 전화했다.



*



유강인과 조수 둘, 정찬우 형사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10개가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안에 사람은 없었다. 병원에서 다른 사람의 출입을 통제했다.


정찬우 형사가 사방을 쭉 둘러봤다. 한쪽 벽에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다. 정형사가 말했다.


“음료수 뽑을까요?”


“응.”


유강인이 OK 사인을 하자, 정찬우 형사가 자판기로 가서 음료를 살폈다.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유강인이 좋아하는 산 이슬 음료가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이다 네 캔을 골랐다.


텅! 텅! 소리가 들렸다.


정형사가 캔 네 개를 들고 테이블로 향했을 때


원무과장이 간호사 둘과 함께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1년 전 문제의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들이었다.


원무과장이 유강인 앞으로 걸어와 말했다.


“유탐정님, 당시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들입니다. 정간호사와 최간호사입니다.”


“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간호사 둘을 살폈다.


정간호사는 20대 후반이었고 최간호사는 30대 중반이었다. 둘 다 여성이었다.


원무과장이 간호사 둘한테 귓속말했다. 뭔가를 지시한 거 같았다. 귓속말이 끝나자, 휴게실에서 나갔다.


간호사 둘이 긴장한 얼굴로 유강인 앞에 섰다.


유강인이 친절한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두 분, 옆 테이블에 앉으세요. 정형사, 이분들에게 음료수를 드려.”


“네,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사이다 캔 두 개를 옆 테이블에 올려놨다. 간호사 둘이 옆 테이블에 앉았다.


유강인이 캔 하나를 들고 옆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간호사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탐정 유강인입니다. 현재 연쇄 살인 사건 수사 중입니다. 총 세 명이 죽었습니다.

그중에서 세 번째 피해자 신원을 확인한 결과, 세컨드 라이프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한 주미희씨입니다.”


주미희라는 말에 두 간호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돌처럼 탄성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뭔가를 아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두 분 다 주미희씨를 아시나요?”


간호사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중에서 젊은 간호사인 정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병원에 자주 오셔서 얼굴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최간호사도 급히 입을 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한 사이는 아니고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입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캔 따개를 땄다. 탁! 하며 이산화탄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쾌한 소리였다. 그가 말했다.


“먼저 음료를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들이 캔 따개를 땄다. 탁! 탁! 하며 경쾌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사건이 그렇게 시원하게 풀리기를 기원하는 거 같았다.


그가 사이다를 한 모금 마시고 질문을 이었다.


“1년 전에 의료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수술에 두 분이 참여하셨고 … 제 말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두 간호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수술에 혹 … 문제점이 있었나요?”


유강인의 말에 나이 많은 간호사인 최간호사가 급히 답했다.


“아니에요. 수술은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혈압이 너무 급하게 떨어졌습니다. 출혈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급히 심폐소생술 CPR과 AED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종수씨가 돌아가셨습니다.”


“환자가 남자분이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남자분이었습니다.”


“환자 나이가 어떻게 되죠?”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아마 서른세 살이었던 거 같아요.”


“미용 목적 성형이었나요?”


“그렇습니다. 요즘 남자들도 미용 성형을 많이 합니다.”


“유족들이 병원 측 해명에 반발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부모님과 형이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현재 부모님은 미국으로 돌아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형은 한국에 있는 건가요?”


“그렇게 들었습니다. 형이 가족 대표로 병원과 협상했는데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렇군요.”


유강인이 의료사고 사망자의 형을 떠올렸다. 동생이 죽자, 무척 분노한 거 같았다.


그때 젊은 간호사인 정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그 형이라는 분도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신 분이었습니다. 수술이 잘 됐다고 동생에게 수술을 권했는데 … 동생분이 돌아가셨습니다.”


“형제가 모두 이 병원에서 성형 수술을 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두 분이 형제라 얼굴이 비슷했습니다. 턱이 무척 강했습니다. 그게 콤플렉스라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한 명은 수술에 성공했는데 다른 분은 돌아가셨군요. 집도의가 같은 분인가요? 아니면 다른 분인가요?”


“같은 분이 집도의입니다.”


정간호사가 말을 마치고 서둘러 입을 꾹 다물었다.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를 더 말하고 싶지만, 두려운 거 같았다. 그래서 더 말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최간호사가 뭔가를 눈치챈 듯 급히 입을 열었다.


“김선생님이 두 분 집도의였습니다. 김선생님은 우리 병원 대표 의사입니다. 그만큼 실력이 좋은 분입니다.

동생분인 한종수씨는 의료진의 실수나 미숙한 대처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일로 사망했습니다.

이는 집도의인 김선생님 책임도 우리 간호사들 책임도 아닙니다. 이건 불가항력의 사고입니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과 같습니다.”


“인재가 아니라는 말이군요.”


“그렇죠.”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간호사가 병원장과 원무과장이 한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했다. 여기에 오기 전 교육을 받은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두 간호사의 얼굴을 다시 번갈아 봤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한 명씩 개별적으로 질문하고 싶습니다. 먼저 최간호사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정간호사님은 잠시 밖에 나가서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정간호사가 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진실을 가리기 위해 개별 면담이 시작됐다.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걸 감추는 자와 사실대로 말하는 자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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