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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48_수사의 방향

탐정 유강인 19편 <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현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총 네 개입니다. 아침까지는 세 개였지만, 탐정단 밴을 타고 오면서 하나를 더 추가했습니다.

이를 차례대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붉은 원에서 갈라져 나온 킬러 조직의 수장, 살모사를 찾아야 합니다.

살모사는 베일에 가려있습니다. 그자를 찾으려면 붉은 원 조직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안가에 붉은 원 조직원, 유령 의사 정금학씨가 있습니다. 정금학씨의 도움으로 살모사를 찾겠습니다.”


“야, 잘됐네. 유탐정이 목숨을 걸고 정금학씨를 구한 보람이 있네.”


이호식 반장이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유강인이 브리핑을 이었다.


“다음은 송창수의 공범인 선생을 찾아야 합니다. 송창수가 말하길, 선생은 가까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한 결과, 30년 전 수사 과정에서 놓친 자가 있는 거 같습니다. 수사 기록을 다시 살펴 선생을 찾겠습니다.

우선 조사 대상은 30년 전 사건의 참고인들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명심하고 반드시 그자를 찾겠습니다.”


“참 잘됐네요.”


조수 둘이 기뻐했다. 수사팀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조수 둘과 수사팀을 쭉 둘러봤다. 지금부터 놀라운 말을 해야 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다음으로 첫 번째 검은 판사를 찾겠습니다.”


“유탐정, 첫 번째 검은 판사라고?”


이호식 반장이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첫 번째 검은 판사는 선생한테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입니다.

그자는 사무친 원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원한을 갚기 위해 가석방된 전설의 살인마 송창수를 찾아갔습니다.

그자는 송창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송창수는 죽어가는 몸이라 그자를 도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브레인인 선생을 추천했습니다.

선생은 자신을 찾아온 그자의 사연을 듣고 검은 판사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후 선생은 협력 관계인 살모사와 함께 원한에 사무친 자들을 모아서 그들의 꼭두각시인 검은 판사를 만들었습니다.”


“우와!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군요. 다 이유가 있었네요.”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모든 일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첫 번째 검은 판사는 누구보다도 송창수 사건을 잘 아는 자입니다. 그 사건을 잘 알려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해야 합니다. 그런 자는 경찰, 검사, 판사밖에 없습니다.

송창수의 힌트는 포졸이었습니다. 어제의 포졸이 오늘의 도둑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포졸은 사또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사또는 경찰업무, 검사 업무, 재판 업무를 모두 맡았습니다. 따라서 포졸을 사또로 확대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듣고 이호식 팀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문제가 없었어. 조사를 여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판사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지금 판사를 의심하는 거야?”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습니다. 30년 전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 검사를 조사한 결과, 이렇다 할 게 없었습니다. 남은 건 판사뿐입니다.

조사에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송창수 사건 1심과 2심, 3심에 참여한 판사들을 모두 조사해야 합니다.

그들 중에 억울한 일을 당해서 원한에 사무친 자가 있다면 그자가 바로 첫 번째 검은 판사일 겁니다.”


“뭐, 뭐라고?”


“설마요?”


회의실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조수 둘과 수사팀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유강인의 추리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회의실에 놀라움과 함께 침묵이 흘러내렸다.


1분이 지났다.


유강인이 침묵을 깼다. 그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형사! 지금부터 송창수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을 일일이 조사해야 해. 단 한 명도 예외가 있으면 안 돼.”


정찬우 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 판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답했다.


“판사도 …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어. 억울한 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거야.

인간은 신이 아니야. 그래서 그게 가능해.

걷는 자 위에 뛰는 자가 있고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어.”


“그렇기는 하지만 ….”


“송창수 사건은 30년 전 사건이야. 송창수와 선생을 찾아간 판사는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은 전직 판사일 거야.

변호사일 수 있고 법조인이 아닐 수도 있어. 30년 전, 젊은 판사를 중심으로 조사해.”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수사에 예외는 있을 수 없죠.”


정찬우 형사가 답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형사, 잠시 기다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어.”


“네? 하나 더 있다고요?”


정형사가 그 자리에 멈췄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선생의 꼭두각시였던 송창수와 살모사의 부하인 이동호가 모두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들이 전생과 현생을 모두 언급했습니다.

전생과 현생, 내생은 삼생을 뜻합니다.”


“그건 우연이 아닐까?”


이호식 팀장의 말에 유강인이 답했다.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 말을 한 시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송창수는 중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내일 하는 목숨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죽기 전에 힌트를 남겼습니다. 그 힌트에 삼생이 있었습니다.

이동호는 10년 전 정금학씨 어머니를 죽이고 정금씨마저 죽이려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10년 후, 검은 판사와 함께 나타난 이동호는 정금학씨를 다시 죽이려고 했습니다. 검은 판사가 정금학씨의 목을 조르기 직전에 삼생을 언급했습니다.”


“그래? … 그렇다면 빈말은 아닌 거 같군.”


이팀장이 뭔가가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삼생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삼생도 하나의 단서입니다.

여러분, 마지막 수사 방향을 말하겠습니다.

삼생, 즉 전생, 현생, 내생과 관계된 사람을 조사해야 합니다.

최면 등을 이용해 전생을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 누군가가 킬러 조직과 관련된 거 같습니다. 그자를 찾아야 합니다.”


“아! 그렇군.”


“추리가 사리에 맞네요. 그럼, 전생 체험 업자를 조사하면 되겠네요. 그런 사람들을 인터넷 광고에서 본 거 같아요.”


“그러면 되겠네.”


조수 둘과 수사팀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이 환하게 웃었다. 유강인의 추리가 아주 그럴듯했다.


네 가지 수사 방향이 정해졌다. 살모사, 선생, 첫 번째 검은 판사, 전생 체험 업자였다.


명쾌한 지시였다. 우동식 형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우리 대장은 일 처리가 깔끔해! 놈들을 금방 일망타진하겠어.”


“맞아요, 역시 우리 탐정님입니다.”


황정수가 엄지척했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손뼉을 쳤다.


그렇게 수사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을 때


회의실 문이 다급하게 열렸다.


젊은 형사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무척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유탐정님! 지금 네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급한 보고입니다.”


“네에? 또 죽었다고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형사가 보고를 이었다.


“서울 우인봉 광장에서 한 여자가 죽었습니다. 밧줄에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고 목덜미에 동그란 매듭 자국 두 개가 있다는 출동 경찰의 보고입니다!”


“이런, 젠장!”


또다시 비극이 닥치고 말았다. 유강인이 예상했던 참극이 실현됐다.


항상 안 좋은 예감은 이상하게 들어맞기 마련이었다. 이는 육감과 같았다.


검은 판사가 정금학 사냥에 실패하자, 다른 사냥감을 잡아서 그 목숨을 끊었다.


“이놈들!”


유강인이 분을 참지 못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유탐정, 벌써 네 번째 피해자야! 어제 정금학씨를 구하지 못했다면, 정금학씨가 네 번째 피해자였을 거야 오늘 보고 받은 사람은 다섯 번째 피해자가 됐을 거고.”


이호식 팀장도 분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수 둘과 수사팀은 허가 찔린 듯 미동조차 못 했다.


검은 판사들이 폭주 기관차처럼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가 없는 거 같았다.


당혹감과 두려움이 심장을 콱 조이기 시작했다.


‘대체 … 왜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거야! 대체 왜!!’


유강인이 자신을 원망하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 크게 숨을 내쉬고 정신 차렸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렇게 새하얀 천장을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타오르는 분노를 참아야 했다.


적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냉정해야 했다.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르더라도 이를 잠재우고 침착해야 했다.


탐정이 이성을 잃으면 범죄자들은 신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게 바로 범죄자들이 노리는 거였다.


유강인이 침착함을 되찾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의실에서 빠져나갔다.


“비상이다! 비상!!”


이호식 팀장이 크게 외쳤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비상이 걸렸다. 네 번째 피해자가 발생했다.



**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 두 대가 서울 우인봉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검은 판사의 타깃이 있었다. 그 타깃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차 세 대가 광장 입구에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고 탐정단과 형사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서둘러 사방을 살폈다. 저 앞에 경찰 세 명이 서 있었다. 단독으로 지어진 화장실 건물 근처였다.


정찬우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저기입니다! 화장실 근처에요.”


“알았어. 어서 가자고!”


유강인이 달리기 시작했다. 조수 둘과 수사팀이 그 뒤를 따랐다.


1분 후 유강인이 화장실 근처에 도착했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시신을 지키는 경찰들이 절도있게 경례했다.


그중에서 최연장자가 앞으로 나왔다. 한 손에 증거 보관용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이시죠?”


“네, 제가 탐정 유강인입니다.”


경찰이 말을 이었다.


“저는 우인동 파출소 소장입니다. 우인봉 광장 화장실 건물 근처에 시신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출동 후 시신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시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세요.”


“저를 따라오세요.”


파출소장이 걸음을 옮겼다. 그가 화장실 건물, 우측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그 뒤를 따랐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화장실 주변을 살폈다. 걸음을 옮기다 뭔가를 발견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응?”


화장실 건물 모퉁이 바닥에 뭔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건 사람의 발목과 신발이었다. 상체와 다리는 화장실 모퉁이에 가려있었다.


파출소장이 화장실 모퉁이에 서서 오른손을 들었다. 그가 검지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시신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답을 하고 침을 꿀컥 삼켰다. 그렇게 타오르는 긴장감을 삼키고 화장실 모퉁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인동 파출소장의 말대로 시신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젊은 여성이었다. 긴 머리에 고운 피부였다.


시신을 확인한 유강인이 두 눈을 감고 애도를 표했다. 10초 후 눈을 뜨고 시신을 다시 살폈다.


시신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어젯밤에 죽은 거 같았다.


유강인이 서둘러 시신의 목을 살폈다. 가느다란 목에 기다란 밧줄 자국이 선명했다. 그가 파출소장에게 말했다.


“시신 목덜미에 동그란 자국 두 개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지금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파출소장이 말을 마치고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흰 장갑을 꺼내더니 두 손에 장갑을 꼈다. 쪼그리고 앉더니 조심스럽게 시신의 목을 돌렸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시신의 흰 목덜미에 동그란 자국 두 개가 보였다. 네 번째로 보는 참혹한 자국이었다.


검은 판사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들이 트레이드마크를 남겼다. 목덜미에 남은 매듭 자국 두 개가 그 증거였다.


마치 자신의 범행을 자랑하는 거 같았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했다고 두 손을 번쩍 드는 거 같았다. ‘제가 했어요!’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맞는군!”


유강인이 짧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검은 판사가 그를 조롱하는 거 같았다. 정금학 살해를 막았다고 좋아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 같았다.


광장 뒤편에 있는 산속에 새 소리가 들렸다.


까악! 까악! 까마귀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소리가 어느 때보다 슬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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