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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탐정 유강인 19_49_J 앙상블과 친구 김정선

탐정 유강인 19편 <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유강인이 잠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했나요?”


“네, 지문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미희씨입니다. 35세 여성입니다.”


“그렇군요. 직업이 어떻게 되죠?”


“가족한테 확인한 결과, 바이올린 주자입니다. J 앙상블 소속입니다.”


바이올린 주자라는 말에 유강인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의 직업이 원한과 관련이 있었다.


송창수 부회장은 사업가였고 사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있었다.


최인식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의료 행위 중 산모와 아이가 죽고 말았다.


주미희는 유령 의사였지만, 의료기기 영업사원으로 신분을 속였다. 불법 수술하다가 사람을 죽였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그럼 이번에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원한을 산 건가?’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파출소장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시신 근처에 MP3 플레이어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플레이어에서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반복 재생 기능이 켜져 있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MP3 플레이어에서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 MP3 플레이어를 보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파출소장이 말을 마치고 한 손에 들고 있던 증거 보관용 봉투를 열었다. 안에서 MP3 플레이어를 꺼냈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MP3 플레이어를 살폈다. 오래된 기계였고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그가 말했다.


“플레이어에서 무슨 음악이 흘러나왔죠?”


“다행히 출동한 직원 중에 그 음악을 아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이었습니다.”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이라고요?”


“네, J 앙상블이라는 현악 5중주가 파헬벨의 캐논을 변주한 곡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 그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잠시만요.”


파출소장이 MP3 플레이어의 음악을 재생했다. 기계에 저장한 음악은 단 한 곡뿐이었다.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이었다.



딴~ 딴, 딴~ 딴~ 딴~



유명한 캐논 화음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귀를 쫑긋했다.


그는 파헬벨의 캐논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음악을 잘 알고 있었다. 캐논 애호가답게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도 자주 들었다.


파헬벨의 캐논은 한국인들이 무척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유강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악 5중주가 아름다운 곡을 연주했다.


유강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곡은 그가 여태까지 들었던 캐논 변주곡과 차이점이 있었다. 무척 신이 났다. 마치 행진곡 같았다.


시신 옆이 아니라면 흥이 나서 어깨가 들썩일 정도였다.


음악을 유심히 듣던 황정수가 아! 하며 말했다.


“탐정님, 이 음악은 제가 많이 들은 음악이에요. 유튜브에서 꽤 유명한 음악이에요. J 앙상블 음악이 맞아요.

파헬벨의 캐논을 새롭게 편곡하고 작곡한 곡이에요. 새로운 시도였고 듣기 좋아서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그렇군.”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왼손으로 턱을 매만지다가, 황정수에게 말했다.


“정수, 유튜브로 들어가. 가서 그 곡을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유튜브로 들어가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을 찾았다.


“아, 여기 있네요.”


“곡을 플레이해봐.”


황정수가 곡을 플레이했다.



딴~ 딴, 딴~ 딴~ 딴~



MP3 플레이어와 같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두 음악이 같았다. 유튜브 음악을 그대로 복사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행진곡처럼 힘차게 울려 퍼지는 캐논 변주곡을 들으며 생각했다.


‘정황상, 이 음악이 중요한 거 같아.

시신 옆에 MP3 플레이어가 떨어져 있었고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만 계속 흘러나왔어. 반복 재생 기능이 켜져 있었어.

이는 범인이 의도한 일이야.’


그가 생각을 마치고 파출소장에게 말했다.


“시신을 누가 목격했죠?”


파출소장이 답했다.


“우인봉 근처에 사는 우인 미래 아파트 주민이 발견하고 신고했습니다.”


“시신을 발견했을 때도 음악이 흘러나왔나요?”


“네, 흘러나왔습니다. 목격자가 그 음악을 듣고 뭔가가 이상해 주변을 살폈는데 그때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 범인이 의도적으로 음악을 재생한 게 분명합니다. 시신을 버린 후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은 반복 재생한 겁니다.

이는 장례식 음악과 같습니다.”


“장례식 음악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범인의 의도가 있습니다. 그 숨은 뜻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진혼곡처럼 망자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일 겁니다. J 앙상블의 캐논 변주곡은 행진곡풍입니다. 이는 시신을 조롱하는 거와 같습니다.”


“조, 조롱이라고요? …… 아, 그런 거군요. 어쩐지 좀 이상했습니다. 시신 옆에서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서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MP3 플레이어를 잃어버린 거 같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음악 재생은 범인이 한 짓이 분명합니다.

피해자는 J 앙상블 소속입니다. MP3 플레이어에서 들리는 음악도 J 앙상블에서 연주한 캐논 변주곡입니다. 사건은 J 앙상블과 관련이 깊습니다.

파출 소장님, 피해자의 핸드폰을 확보했나요?”


“네, 확보했습니다. 시신 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암호가 걸려 있어서 암호를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습니다.”


“암호라고요?”


“네.”


“그렇군요. 시간이 걸리겠군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1분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광장 한가운데로 가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이었다.


조수 둘과 수사팀이 그 근처에 있었다.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길 기다렸다.


5분 후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조수 둘과 수사팀을 찾았다.


“탐정님, 이제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답했다.


“정수, J 앙상블을 조사해야 해. 멤버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경찰과 함께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정형사.”


“네, 선배님.”


“현재 피해자 핸드폰에 암호가 걸려 있어. 암호를 풀려면 시간이 걸려. 일단 통화 기록을 살펴봐.

누구랑 마지막으로 통화했고 누구랑 자주 통화했는지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정형사, 지금 시간이 없어.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야 해. 놈들이 또 움직일 거야. 그 전에 놈들을 잡아야 해. 이번에는 놈들을 확실히 잡아야 해.”


“잘 알겠습니다.”


황정수와 정찬우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유강인 옆에 황수지만 남았다. 황수지가 긴장한 나머지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혔다. 보온병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서 있었다. 네 번째 살인이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유강인이 지시를 마치고 넓은 광장을 쭉 둘러봤다.


이곳은 우인봉 아래 넓은 곳이었다. 주민이 모여서 체조하거나, 운동하는 곳이었다. 무대도 있어서 공연도 가능했다.


현재 오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한적했다.


“좋다!”


유강인이 앉을 자리를 찾았다. 일단 이곳에 자리 잡고 보고를 기다리기로 했다.


현재 피해자가 어떤 원한을 샀는지 알 수 없었다. 황정수와 정찬우 형사의 조사 결과에 따라서 급히 움직여야 했다.


“저기가 좋겠군.”


유강인이 산기슭 근처에 있는 벤치로 향했다. 황수지가 그 뒤를 따랐다.



**



삐리릭!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정찬우 형사가 급히 전화 받았다.


“그래? 어떻게 됐어.”


“마지막 통화자는 이미희씨 어머니였습니다. 그 전 통화자는 친구 김정선씨로 밝혀졌습니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셔?”


“특별한 통화는 아니었답니다. 일찍 들어오라고 했답니다.”


“그렇군. 친구한테는 연락했어?”


“네, 연락했습니다. 김정선씨 말에 따르면 어제, 저녁에 이미희씨를 만나서 같이 식사했답니다. 전철을 탄 후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답니다.

정황상 김정선씨가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입니다.”


“알았어. 그럼, 김정선씨가 중요한 인물이군. 그분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줘.”


“네.”


정형사가 서둘렀다. 그가 유강인을 향해 달려갔다.


유강인은 여전히 산기슭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조수 둘과 같이 있었다.


유강인이 초콜릿 과자를 먹으며 실론티를 마셨다. 그렇게 에너지를 보충했다.


시간이 흘러 점심때가 지났다. 탐정단은 근처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그래서 열량이 높은 과자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했다.


유강인이 과자를 와그작와그작 씹고 있을 때


정찬우 형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선배님. 피해자의 마지막 통화자는 어머니였습니다. 그 앞 통화자는 친구 김정선씨입니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김정선씨와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같이 전철을 탔고 전철에서 내린 후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습니다.

정황상 김정선씨가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입니다.”


“그렇군.”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과자를 꿀컥 삼키고 말을 이었다.


“정형사, 지금 김정선씨하고 통화해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정형사가 핸드폰을 들었다. 후배 형사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고 김정선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상대방이 바로 전화 받았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 여보세요.”


“김정선씨죠?”


“네, 맞아요. 혹시 경찰이세요?”


“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정찬우 형사입니다. 이미희씨 사건 자초지종은 다 들으셨죠?”


“네, 다 들었어요. … 미희가 죽었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희씨가 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수사를 담당하는 유강인 탐정님이 김정선씨께 협조를 요청하셨습니다. 지금 통화가 가능한가요?”


“유강인 탐정님이요? 유명하신 탐정님을 말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사건이 아주 급하고 위중합니다. 협조를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우 형사가 핸드폰을 유강인에게 넘겼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받고 말했다.


“김정선씨, 탐정 유강인입니다. 이미희씨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아! 유강인 탐정님. 존함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요.”


“김정선씨,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먼저 고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겠습니다. 이미희씨 친구분이 맞나요?”


“네, 맞아요. 미희 친구예요.”


“어젯밤 이미희씨와 저녁을 같이 드셨다고요?”


“네, 미희 연습이 끝나고 연습장 근처에서 같이 식사했어요.”


“뭘 드셨죠?”


“소 곱창을 먹었어요. 내일 공연이 있어서 몸보신했습니다.”


“그 말인즉, 오늘 공연이 있다는 말인가요?”


“네, 오늘 저녁 7시 반부터 공연이 있어요.”


“무슨 공연이죠?”


“J 앙상블 송년의 밤입니다.”


“피해자와 친한 친구 사이인가요?”


“저는 미희와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같은 초등학교와 같은 중학교를 나왔어요. 기악부 부원이었어요. 대학 졸업 후 J 앙상블을 만들고 같이 활동했어요.”


“김정선씨도 J 앙상블 멤버라는 말인가요?”


“네, 그렇죠. 저도 창립 멤버입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손가락을 다쳐서 요즘에는 같이 활동하지 못했어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통화 내용을 정리했다. 김정선은 피해자와 아주 긴밀한 사이였다. 어릴 적 친구였고 성인이 돼서는 같이 활동한 동료였다. 둘 다 J 앙상블 소속이었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했다. 절친이자 동료인 김정선이 뭔가를 알 거 같았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했다.


“혹 피해자 이미희씨가 다른 사람한테 원한을 산 적이 있나요?”


“네? 뭐라고요? 다시 말해 보세요.”


“말 그대로 원한입니다. 이미희씨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나요? 아는 대로 말해주세요. 그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희씨는 원한을 품은 자에게 살해당한 거 같습니다.”


“글쎄요. 저는 잘 ….”


김정선이 머뭇거렸다. 그러다 힘들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무슨 원한이 있는지 ….”


“그렇군요. 모를 수 있죠.”


유강인의 눈빛에 실망감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친한 친구이자 동료라 할지라도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었다.


그때 힘들게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김정선이 불안해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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