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아이들이 강인을 따라서 산에서 내려갔다.
강인이 택한 길은 산에서 내려가는 길이 맞았다. 산에서 내려가자, 추위가 점점 덜해졌다.
진주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별로 안 추워!”
“다행이다!”
강인이 그 말을 듣고 안도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산속에서 가장 무서운 건 추위였다. 아이들은 강풍에 견딜 수 없었다.
“힘을 내자! 길을 제대로 찾은 거 같아.”
강인이 말에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아이들이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윤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요 ‘과수원 길’이었다. 음악 시간 때 배운 노래였다. 그는 노래를 잘했다. 소년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이 산속에서 울렸다.
아이들이 그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었다. 곧 누구라 할 거 없이 ‘과수원 길’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산길에서 크게 울렸다.
그렇게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산에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평탄했다. 그래서 무척 수월했다. 빨리 걸을 수 있었다.
40분 후 앞장서서 걷던 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뭔가를 발견한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저건?”
강인이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10m를 달린 후 크게 외쳤다.
“불이 보여! 앞에 집이 있어. 산 아래로 내려왔어!”
“그래? 정말이야?”
반장 진호도 달리기 시작했다. 강인 옆에 걸음을 멈추고 앞을 살폈다. 저 앞에 보이는 불빛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민가의 불빛이 보였다.
반장 진호가 크게 외쳤다.
“다 왔다! 산을 다 내려왔다!”
“하하하! 정말 다행이다.”
“이제 살았다!”
“엄마!”
아이들이 희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했다. 남은 아이들도 너도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 아이가 무사히 산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이 내려온 곳은 한적한 도로였다.
이곳은 산 아랫마을이었다. 시골 마을이라 무척 한적했다. 드문드문 인가가 보였다.
아이들이 급히 도로를 내달렸다. 그렇게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아이들은 춥고 배고팠다.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아이들의 발소리가 어둠 속에서 크게 들렸다.
“어?”
힘차게 달리던 윤호가 뭔가를 발견한 듯, 걸음을 멈췄다. 한 손을 들고 말했다.
“저 앞에 사람이 있다!”
“가서 도움을 청하자!”
아이들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급한 발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그 간절한 소리를 한 사람이 들었다. 50대 중년 여인이었다.
“응? 뭔 소리지?”
여인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큰소리를 질렀다.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
“무슨 일이지?”
여인이 깜짝 놀랐다. 갑자기 아이들이 등장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인과 아이들이 여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급한 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강인이 침을 꿀컥 삼키고 말했다.
“저희는 매송 초등학교 학생들이에요. 지금 길을 잃었어요.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납치된 동철과 진주를 찾았다고 말해주세요!”
“뭐 길을 잃었다고? 납치된 아이를 찾았다고?”
“네에!”
아이들이 힘을 모아 크게 외쳤다.
“아, 그렇구나.”
여인이 아이들의 행색을 살폈다. 모두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겨 졌고 때도 많이 묻었다.
여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구나, 잠시만 기다려. 경찰에 신고할게. 경찰이 곧 올 거야.”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안도하고 크게 외쳤다.
“휴우~!”
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한 시름을 놓자, 그동안 참았던 피곤이 몰려왔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여인이 참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얘들이 고생을 참 많이 했구나. 아이고, 어쩌다가 ….”
6분 후, 차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 한 대가 산 아랫마을에 도착했다.
“왔다!”
여인이 경찰차를 향해 한 손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아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하게 빛나는 경찰차 경광등을 보며 울먹이며 소리쳤다.
“여기에요!”
“우리 여기 있어요!”
윤호가 팔짝팔짝 뛰었다. 큰 몸을 흔들며 어서 오라고 소리쳤다.
경찰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아이들 앞에서 멈췄다. 차 문이 덜컹 열리고 경찰 둘이 차에서 내렸다. 둘이 아이들을 확인하고 급히 말했다.
“매송 초등학교 아이들이라고? 실종된 동철과 진주를 찾았다고?”
“네에! 우리가 찾았어요.”
강인이 크게 답했다.
그 말을 듣고 경찰 둘이 깜짝 놀랐다. 둘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명덕산 수색에 참여했었다. 장시간 수색을 했지만, 동철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진 동철을 앞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찾았다.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경찰 하나가 급히 말했다.
“동철은 어디에 있니?”
“제가 동철이에요!”
동철이 한 손을 번쩍 들고 답했다.
경찰이 동철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했다.
“그렇구나! 네가 동철이구나. 사진에서 본 아이가 맞네. 동철을 찾았어! 하하하!”
경찰 둘이 참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손뼉을 쳤다.
경찰 하나가 급히 움직였다. 본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3호 차량입니다. 실종됐던 동철과 진주를 찾았습니다. 매송 초등학교 5학년 2반 아이 셋이 둘을 찾았습니다. 현재 명덕산 아래 덕풍 마을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급한 보고를 받은 경찰서는 이 기쁜 소식을 실종자 가족에게 알렸다.
“네에? 우리 아들을 찾았다고요?”
“진주를 찾았다고요?”
동철 부모님과 진주 부모님이 전화를 받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펑펑 울었다. 하늘이 도왔다며 기뻐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매송 초등학교에도 알렸다.
산에서 내려온 아이들은 서 있기도 힘들었다. 배가 너무나도 고팠다. 눈이 점점 풀렸다.
“아이고, 아이들이 배가 고프구나.”
출동한 경찰이 급히 다른 차를 불렀다. 오면서 과자와 음료수를 잔뜩 사 오라고 지시했다.
10분 후 경찰차 한 대가 더 도착했다. 경찰 둘이 차에서 내렸다.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과자 봉지와 음료수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과자다!”
아이들이 서둘러 과자 봉지를 뜯었다. 누구라 할 없이 얌얌! 맛있게 과자를 먹었다. 배고플 때 먹는 과자는 꿀맛이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아이들이 과자 봉지를 다 비우자, 선임 경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차에 타라. 이제 학교로 가야 해. 부모님들이 학교에서 기다리고 계셔!”
“와아!”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오늘 하루 너무 고생했다.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서둘러 경찰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매송 초등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을 도와둔 여인이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어두운 밤, 보름달 같은 웃음이었다.
아이들이 떠나자, 덕풍 마을이 다시 한적해졌다.
20분 후 경찰차 두 대가 매송 초등학교 정문을 지났다. 곧바로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운동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동철, 진주 부모님과 소년 탐정단 부모님이었다. 아울러 5학년 2반 담인 선생님과 교장, 교감 선생님도 초조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기다렸다.
경찰차 두 대에서 아이들이 내리자,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동철아!!”
“진주야!!”
아이를 잃어버렸던 부모들이 펑펑 울면서 달려왔다. ‘아이고, 내 새끼!’ 하며 아이를 껴안았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이 상봉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다음으로 소년 탐정단이 부모를 만났다.
“이놈의 자식아!”
윤호 엄마가 크게 호통을 쳤다.
“엄마!”
윤호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목을 자라처럼 움츠렸다.
윤호 엄마가 아들을 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윤호도 울먹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엄마. 학원을 땡땡이쳐서 ….”
“괜찮아! 학원 땡땡이쳐도 괜찮아.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엄마는 더할 나위가 없어!”
윤호 엄마가 펑펑 울면서 말했다. 윤호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자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진호 엄마는 윤호 엄마가 자못 달랐다. 씩 웃더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우리 반장이 대견해. 동철과 진주를 찾다니 … 역시 우리 아들이야. 내가 아들 하나는 잘 키웠어.”
“헤헤헤!”
반장 진호가 활짝 웃었다. 그가 어깨를 탁 폈다. 매송 초등학교 5학년 2반 반장은 바로 자기라고 으스대는 거 같았다.
강인 엄마는 아들 앞에 서서 아들을 잠시 내려다봤다. 강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엄마 얼굴을 볼 면목이 없는 거 같았다.
예상과 달리 일이 커져 버렸다. 소년 탐정단의 모험이 아주 위험한 일이 되고 말았다.
강인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일은 잘한 거지?”
강인이 고개를 들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네, 일을 잘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걸 명심했어요.”
“그래! 그러면 된 거야.”
강인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가족 상봉이 끝났다.
“참 다행이다.”
5학년 2반 담임 선생님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명덕산에서 실종된 동철을 찾자, 이제야 살 거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교장, 교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학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 이제 집에 돌아가세요. 경찰 조사는 내일 있을 겁니다. 동철과 진주는 내일 병원을 방문하세요.”
교장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학부모에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학부모들이 교장 선생님께 공손히 인사했다.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오늘은 가슴이 조이는 날이었지만, 일이 잘 풀려서 참 기쁜 날이었다.
다음날 1996년 4월 23일
납치돼서 동굴에서 고초를 겪었던 동철과 진주는 동네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신체에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특이점이 있었다. 아이들 팔뚝을 살피던 간호사가 급히 담당 의사를 불렀다.
아이들 팔뚝에서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누군가가 아이들 피를 뽑은 거 같았다.
담당 의사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는 경찰에게 말했다.
“아이들 상대로 무슨 실험을 한 거 같습니다. 피를 뽑아서 그 피로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경찰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내용이 경찰서에 보고됐다.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경찰서장이 지시를 내렸다.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