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24_수사의 방향을 잡다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우연인가? 그래, 우연의 가능성을 … 아직은 배제하지는 말자. 지금 단정은 일러. 일단 사건에만 집중하자. 수사를 계속하면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조금 더 시간을 갖자. 서두르지 말자.’

유강인이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지남철 박사, 검은 피, 양갱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게 현재 사건과 연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우연한 일치일 수도 있었다. 살다 보면 그렇게 공교로운 날이 있을 수도 있었다.

유강인이 과자를 다 먹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원형사님. 갑자기 뭔가가 머릿속에 떠오른 거뿐입니다. 계속 브리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원창수 형사가 브리핑을 이어갔다.

유강인은 일부러 동료들에게 속내를 감췄다. 아직은 지남철 박사, 검은 피, 양갱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이는 엄청난 사건으로 번질 수 있었다.

지남철 박사는 아이들을 납치한 자였다. 아이들의 피를 뽑아서 생체 실험을 한 거 같았다. 이를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검은 피는 불길함 그 자체였다. 그 검은 피를 지남철 박사가 토하고 죽었다. 그의 죽음은 검은 피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양갱을 맛있게 먹던 더벅머리 소년은 야누스의 얼굴이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자였다. 현재 29년이나 지났다. 아직도 살아있다면, 어딘가에서 그 정체를 교묘히 숨기고 있을 거 같았다. 그는 선과 악이 한 얼굴에 공존했다. 실험실에 불을 지르고 출구 비밀번호를 가르쳐줬고 양 갈래 길에서는 잘못된 길을 가르쳐줬다.

이 셋이 현재 인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이는 앞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말과 같았다. 아주 끔찍할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처음 예상과 달리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었다. 인천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니었다.

유강인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말씀을 떠올렸다. 그가 존경하는 은사였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을 되새겼다.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리면 쏜살처럼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원창수 형사의 브리핑이 끝났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실종된 다섯은 넉 달 동안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그런데 사망자 셋은 죽자마자 바로 발견됐어. 여덟 모두 자가면역질환이 있고 ….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어.’

“음!”

유강인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실종자 다섯이 가입한 카페는 자가면역질환 카페 새날이야. 새날을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게 없었어. 이는 일부러 증거를 없앤 거와 같아. 누군가가 모든 걸 감쪽같이 처리했어.’

원창수 형사가 음료수를 먹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 뭔가가 갑자기 생각이 난 거 같았다.

“유탐정님, 이명세씨 참고인 조사 결과, 이명세씨는 근래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거 같습니다.”

“네에? 사이비 종교요?”

“네, 그걸 깜빡하고 브리핑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떤 사이비 종교인지 확인했나요?”

“그건, 아직입니다. 사망자 가족들한테도 물어봤는데 금시초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사망자 셋 다 근래에 몸이 좋아졌다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사망자 가족들이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사망자 건강이 갑자기 눈에 띄게 좋아져 기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잠시 생각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면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원창수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말했다.

“인천에 왔으니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각하고 싶습니다. 근처에 좋은 바닷가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을왕리 해수욕장 바닷가가 아주 좋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을왕리 해수욕장 바닷가로 가겠습니다.”

“저도 같이 갈까요?”

원창수 형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강인이 한 손을 들었다.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럴 실 필요 없습니다. 조수 둘과 가겠습니다. 원형사님은 하형사님과 함께 사건을 계속 조사하세요. 사망자와 실종자 배후에 누가 있는 거 같습니다. 배후가 누구인지 단서를 잡아야 합니다.”

“네에? 배, 배후라고요?”

원창수 형사가 깜짝 놀랐다. 하진석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원형사가 급히 말했다.

“배후가 있다고요? 그 배후가 누구죠?”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그건 … 저도 아직 모릅니다. 바닷가에서 생각하며 배후를 찾을 단서를 찾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만약 사건의 배후가 있다면 … 작정하고 세 명을 죽이고 다섯을 납치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원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1분 후 탐정단이 휴게실에서 나왔다. 곧장 야외 주차장으로 가서 탐정단 밴에 올라탔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넓은 모래사장이 조화를 이룬 관광지였다. 인천의 명소였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탐정단이 먼저 울창한 숲을 걸었다. 숲에 둘레길이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바닷가의 짠내와 어울려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바닷가에는 나무로 만든 테크로드가 있었다. 기암괴석과 바닷가를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테크로드 중간에 을왕리 해수욕장의 랜드마크인 출렁다리가 있었다. 긴 다리는 아니었지만, 출렁이는 다리에서 바닷가의 풍경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아이고! 다리가 출렁거려요.”

황정수가 출렁다리에서 입을 떨며 말했다.

유강인도 그 출렁임을 느꼈다.

황수지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온 얼굴이었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출렁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다를 살폈다.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모래사장에 갈매기들이 참 많았다. 어서 새우깡을 달라며 시위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실종자 다섯, 사망자 셋은 모두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야. 오랜 세월 커다란 고통에 시달리며 심신이 피폐해졌을 거야. 그런데 그들이 모두 건강을 회복했어. 자가면역질환은 고질병이라 갑자기 상태가 확 좋아지는 병이 아니야. 약을 먹으며 병세를 조절하는 병이야. 그 점이 이상해. 갑자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 … 아! 그래, 기적! 이명세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다고 했어. 사이비 종교는 병을 치료하기도 해. 그들은 세상의 종말이나 세상의 구원자를 자처해. 이번의 경우는 구원자야. … 사이비 종교가 단서야. 사이비 종교라면 분명 조직이 있을 거야. 교주를 중심으로 신도와 장로가 있을 수 있어.’

유강인의 눈이 어느 때보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그 떼가 푸른 하늘을 수 놓았다.

저 앞, 바다가 일렁였다. 겨울 바다라 운치가 있었다. 여름 바다랑 분위기가 달랐다. 여름 바다는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바다라면 겨울 바다는 뼈까지 시릴 정도의 차가운 바다였다.

유강인은 그 차가움을 느끼며 추리를 계속했다.

“새우깡 갖고 올걸.”

황정수가 모래사장을 누비는 갈매기를 보며 말했다.

황수지도 갈매기들을 보며 말했다.

“갈매기들이 잘 먹나 봐요. 살이 다들 쪘어요.”

황정수가 답했다.

“그렇겠지. 여기 새우깡이 참 맛있다고 소문을 냈겠지. 그래서 근처에 아는 갈매기들까지 다 데리고 왔을 거야.”

갈매기라는 말에 유강인이 갈매기들을 살폈다. 갈매기들이 모래사장에서 떼를 이루고 있었다. 그가 생각했다.

‘갈매기들이 떼를 이루고 있군. 사이비 종교도 갈매기 떼처럼 뭉치기 마련이지. 그들은 단결이 생명이야. 교주의 말에 충성을 다하지. 충성이라? … 아! 그렇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인데! 혹 희생양? 죽은 셋이 희생양?’

유강인이 순간! 이를 악물었다. 뭔가가 생각이 난 거 같았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두 손으로 손잡이 로프를 꽉 잡았다. 그러자 출렁다리가 심하게 흔들거렸다.

“아이고!”

황정수가 당황했다. 흔들리는 다리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돌아가자!”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황수지가 말했다.

“탐정님, 무슨 단서를 잡으셨어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단서를 잡았다는 뜻이었다.

“하하하! 잘됐네요.”

황수지가 활짝 웃었다.

“어, 어서 가요. 여기는 제 취향이 아니에요. 바닥이 흔들리는 곳은 쥐약이에요.”

황정수가 두 다리를 덜덜 떨며 말했다.

탐정단이 걸음을 옮겼다. 출렁다리에서 벗어나 탐정단 밴으로 향했다.

탐정단 밴에 시동이 걸렸다. 인천 북부경찰서를 향해 내달렸다.



**



늦은 오후였다. 곧 해가 떨어질 거 같았다. 겨울이 되자, 해가 짧았다.

유강인과 조수 둘이 강력반 사무실로 향했다.

원창수 형사는 회의실에서 유강인을 기다렸다. 그 옆에 김기동 형사와 하진석 형사가 있었다.

김형사가 원형사에게 말했다.

“유탐정님이 단서를 잡으셨을까요?”

원창수 형사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잡으셨겠지. 그러니 회의실로 모두 모이라는 거잖아.”

“아니? 벌써 단서를 잡았다고요? 유탐정님은 인천에 오셔서 간단한 브리핑만 받으셨는데 ….”

원형사가 씩 웃었다. 그가 파트너 형사인 김기동 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는 유탐정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군. 유탐정님은 투시력이 있으셔. 그래서 사건 브리핑만 받아도 사건을 꽤 뚫어 보셔.”

“정말이에요?”

“그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하고는 달라.”

“신기(神技)가 있다는 말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무당의 신기하고는 다른 거야. 작은 단서로 전체를 조합하는 능력이지. 내가 물어보니 그렇게 대답하셨어. 작은 단서를 조합해서 커다란 그림을 그린다고 말 하셨어. 보이지 않는 부분은 상상과 추리로 메꾼다고 하셨고.”

“아, 그렇군요. 대단한 능력이네요.”

“그렇지. 그래서 내가 유강인 탐정님을 존경하는 거야. 우리 후배님들도 마찬가지야. 유강인 탐정님께 항상 깍듯이 대해. 그래야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어. 내가 그랬어. 그래서 골칫거리 원창수 형사에서 인천 에이스 형사 원창수가 됐잖아.”

“명심하겠습니다.”

후배 형사 둘이 크게 답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탐정단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원창수 형사가 먼저 유강인의 안색을 살폈다. 유강인의 낯빛이 좋았다.

원형사가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흐흐흐! 역시 우리 유탐정님이 뭔가를 잡으셨구나. 그럴 줄 알았어.’

유강인이 자리에 앉았다. 조수 둘이 그 옆에 앉았다.

하진석 형사가 탐정단에게 커피 캔을 돌렸다.

“먼저 커피 드세요.”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커피 캔을 받고 감사를 표했다. 그가 회의실을 쭉 둘러봤다.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이었다.

유강인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을왕리 바닷가 출렁다리에서 사건에 대해 추리한 결과 ….”

“그 결과가 어떻게 됐죠?”

원창수 형사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사이비 종교가 무척 중요한 거 같습니다. 사망자 셋과 실종자 다섯 모두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거 같습니다. 여덟 모두 자가면역질환을 앓았습니다. 그래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입니다. 사이비 종교가 그 틈을 노리고 여덟을 포섭한 게 분명해 보입니다.”

“네에? 포섭이라고요? 이명세뿐만 아니라 나머지 일곱도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요?”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정황상!”

형사 셋이 깜짝 놀랐다.

수사 결과, 실종자와 사망자 여덟 중 이명세만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거 같았다. 그것도 분명한 증거는 없는 상태였다. 다른 사람은 이에 대한 심증조차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강인이 결단을 내렸다. 고심 끝에 사이비 종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사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사이비 종교의 특성을 이용해 사건의 배후를 잡아야 했다. 사이비 종교의 핵심은 종말과 구원, 제사, 희생양이었다. 그 중심에 교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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