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_20_37_청천의 아지트와 60년만의 복수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유강인이 홍차 잔을 들었다, 고급 홍차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었다. 향기가 참 좋았다.


그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급한 발소리였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빨리 갑시다.”


“네!”


그들은 원창수 형사와 황정수였다. 둘이 유강인을 향해 달려왔다.


“유탐정님!”


“탐정님!”


“응?”


유강인이 다급한 소리를 듣고 멈칫했다.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황수지도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형사와 황정수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급한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유강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원창수 형사가 유강인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유, 유탐정님, 지금 서로 빨리 가야 합니다.”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있나요?”


원형사가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앞에 지단길 남매가 있었다. 다급한 수사 상황을 외부인에게 발설할 수 없었다.


“유탐정님, 차로 가면서 보고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지단길 남매에게 양해를 구했다.


“지금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지단길 박사가 답했다.


수사팀이 급히 움직였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지박사와 동생들이 말없이 서로 쳐다봤다. 그러다 지정혜가 입을 열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거 같군.”


지단길 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잔을 들었다. 그가 홍차를 쭉 들이켰을 때


지수미가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


지정혜가 동생에게 말했다.


“증세가 심해졌으니 두 알 먹어.”


“네, 알겠어요.”


지수미가 답을 하고 약병에서 알약 두 개를 꺼냈다. 새하얀 알약이었다.



*



수사팀이 호텔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원창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CCTV에서 단서를 잡았습니다. 청천의 감시자가 예인동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감시자가 두 번 다 예인동 쪽으로 움직였나요?”


“맞습니다. 두 번 다입니다.”


“자세히 말해주세요.”


“17일 이민희씨가 죽었을 때, 예인동 주민센터 사거리에서 감시자가 찍혔습니다. 이후 주택가로 들어갔습니다.

19일 김동화씨가 죽었을 때는 예인동 근처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렇군요. 예인동이 무척 중요하군요. 그렇다면 경찰서가 아니라 예인동으로 당장 갑시다.”


“지금이요?”


“네 그렇습니다. 단서를 잡았으니 신속히 움직여야 합니다. 오늘 밤, 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습니다. 추가 피해자를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참 옳으신 말씀입니다.”


수사팀이 차에 올라탔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에 시동이 걸렸다. 차 두 대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날이 어두웠다. 어두컴컴했다.


황수지가 지름길을 찾았다. 능숙한 솜씨로 예인동으로 내달렸다. 강력반 밴이 그 뒤를 따랐다.


강력반 밴 운전은 김기동 형사가 담당했다. 원창수 형사는 조수석에 있었다.


원형사가 잠시 안절부절못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강력반 사무실에 있는 하진석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하형사가 전화 받았다.


“하형사!”


“네, 선배님.”


“CCTV 영상은 어떻게 됐어? 계속 분석 중이야?”


“네, 계속 분석 중입니다. 감시자가 사라진 주택가 CCTV를 확보해서 일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시자를 찾았어?”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주택가 골목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CCTV에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CCTV 사각 지역으로 이동한 거 같아?”


“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대를 확대해서 찾아봐!”


“네, 알겠습니다. 인력을 보강하겠습니다.”


“그렇지! 강력반 인원을 총동원해!”


“선배님, 감시자를 찾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CCTV가 곳곳에 있습니다.”


“알았어. 좋은 소식이군. 놈들의 꼬리를 딱 잡았어.”


원창수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흐흐흐!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청천! 네 이놈들! 너희는 이제 독 안에 든 쥐다!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님이 너희를 몽땅 뜰채로 잡아서 아주 무서운 본때를 보여주마.

기대해. 참 많이 아플 거야. 내 주먹은 강철 무쇠거든. 아이언 피스트(Iron fist)지. 흐흐흐!”


김기동 형사가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선배님 주먹 한 방이면 정신이 번쩍 들 겁니다. 저승길 소풍 갔다가 돌아오는 수준이니까요.”


“그렇지! 하하하!”


원창수 형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차바퀴도 정신없이 돌아갔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예인동을 향해 내달렸다. 그렇게 수사에 발동이 걸렸을 때



새로운 범죄의 기운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누가 크게 웃는 거 같았다. 광기의 복수가 시작되는 거 같았다.


그곳은 서울이 아니었다. 사건이 벌어진 인천도 아니었다. 서울에서 아주 먼 강원도였다. 강원도에서 커다란 살기가 느껴졌다.


그 살기는 원한이었다. 그 원한은 한두 해 묵힌 원한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푹 묵힌 커다란 원한이었다. 그 원한과 살기가 진항리 청기와집 청기와에 은밀하게 서려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강원도라 그 바람이 더 거셌다.


여기는 진향리 명소 청기와집이다.


청기와집은 아주 오래전에 지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법했지만, 관리를 참 잘한 듯 무너지거나 색이 바랜 곳이 없었다.


청기와집은 150년의 역사를 자랑했다. 원래 주인은 이씨 집안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집주인이 지씨 집안으로 바뀌었다. 지씨 집안 지인광이 청기와집을 사들였다.


새 주인 지인광은 청기와집을 애지중지했다. 많은 돈을 들여 집을 관리했다. 그래서 옛집이 잘 보존되었다.


오늘날 청기와집은 지역 명소로 각광받았다. 현재 주인은 지인광의 손자 지단길 박사였다.


그렇게 유서 깊은 청기와집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집 정문인 솟을대문 앞에 한 노인과 중년 남자가 대문을 바라봤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잠자코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은 나이가 무척 많았다. 90살이 훌쩍 넘은 거 같았다.


“아버지, 그만 가시죠. 날이 차요.”


“잠시만 더 있자. 오늘따라 청기와집이 보고 싶었어.”


“그럼, 집에 들어갈까요? 관리인에게 연락할까요?”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여기서 솟을대문만 보면 돼.”


“지금 날이 점점 추워져요.”


노인이 대답 대신 커다란 솟을대문만 쳐다봤다. 그가 먼 옛날을 회상하는 거 같았다.


노인은 아주 작은 키에 삐쩍 말랐다. 한마디로 뼈밖에 없었다. 거기에 등까지 굽었다.


노인의 아들, 중년 남자는 외모가 평범했다. 170cm 키에 통통한 체격이었다.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청기와집은 수풀이 우거진 산 앞에 있었다. 차디찬 산바람이 인정사정없이 불어왔다.


“으으으! 추워요.”


중년 남자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아버지, 추워요. 어서 돌아가야 해요.”


“그래, 이제는 가야겠지.”


“제가 차로 먼저 가서 히터를 틀어놓을게요. 아버지는 천천히 오세요.”


“그래, 알았다.”


노인이 답하자, 중년 남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차로 향했다.


청기와집은 깊은 어둠에 잠겨있었다. 근처에 가로등도 없었다. 그래서 사방이 무척 어두웠다.


솟을대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노인이 이제는 됐다는 표정으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가 걸음을 옮겼을 때, 바로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슬 퍼런 목소리였다.


“고두영! 이제 저세상으로 갈 때가 됐다. 자그마치 60년을 기다렸다.”


“뭐, 뭐라고?”


노인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의 몸이 고목처럼 굳어졌다.


노인의 이름은 고두영이었다. 올해 93세였다. 그는 스무살 때부터 청기와집에서 일했다.


그의 주인은 지씨 집안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지인광이었고 두 번째 주인은 지인광의 손자 지단길 박사였다.


순간! 긴 칼이 번쩍였다. 칼이 위로 솟구쳤다. 검광이 짙은 어둠 속에서 그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두영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헉!”


검광이 어둠 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려한 호를 그렸다. 고두영의 넓적다리를 갈랐다.


“악!”


고두영의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긴 칼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흐흐흐!”


긴 칼을 든 자가 고두영을 향해 걸어갔다. 서슬 퍼런 긴 칼과 함께 작은 바늘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건 주사기 바늘이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누가 비명을 지른 거 같은데 ….”


차 밖으로 나오던 중년 남자가 깜짝 놀랐다. 밤중에 비명이 들린 거 같았다. 그가 급히 움직였다. 청기와집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



골드 메리트 호텔에서 지인광 남매가 나왔다. 그들 앞에 차가 서 있었다. 검은색 최고급 외제 세단이었다.


셋이 나오자, 조수석 차 문이 덜컹 열리고 한 남자가 차 밖으로 나왔다. 그때!



삐리릭!



전화가 왔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지단길 박사의 비서였다.


“응? 무슨 일이야?”


“형! 아버지가 칼에 맞았어. 피를 토하시고 구급차에 타셨어.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어. 돌아가신 거 같아!”


“뭐, 뭐라고? 아버지가 다쳤다고? 돌아가신 거 같다고?”


그 말을 듣고 지단길 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급히 말했다.


“두영 아저씨가 돌아가셨다고요?”


비서가 몸을 벌벌 떨었다. 턱을 덜덜 떨며 답했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같아요. 누군가가 칼로 찔렀대요!”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지단길 박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에 있는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남매는 바이오클린의 상용화를 앞두고 들떴다. 드디어 유전병을 고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 기쁨 속에 예기치 못한 비극이 닥치기 시작했다.


먼저 막냇동생이 발병했고 오랫동안 신뢰하는 자가 갑자기 죽었다.


칼에 맞은 고두용은 지씨 가문의 집사였다. 지단길 남매가 가장 신뢰하는 자였다.


지단길 남매가 서둘러 차에 탔다. 고두영이 실려 간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은 예인동 주민센터 사거리에 도착했다. 감시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주택가로 이동했다.


“차를 세워!”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황수지가 답하고 차를 세웠다. 낡은 빌라 옆에 있는 빈터였다. 탐정단 밴이 주차하자, 강력반 밴이 그 뒤에 주차했다.


차 문이 덜컹 열리고 수사팀이 차에서 내렸다. 황수지가 서둘러 움직였다. 앞에 있는 빌라로 달려가 그 주소를 살폈다. 그녀가 원창수 형사에게 말했다.


“여기 빌라가 맞죠?”


원형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조수님.”


“자, 이제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이동합시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수사팀이 주택가 큰길을 걸었다.


이곳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큰길 사이로 빌라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낡은 빌라와 신축 빌라가 보였다. 간간이 상가 건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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