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_20_38_청천의 아지트, 가건물을 찾아라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줏의 서릿발>

by woodolee

“음!”


유강인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경찰이 추적한 감시자의 동선은 인천 장천구 예인로 23 빌라였다.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좋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수사팀이 그 뒤를 따랐다.


청천의 감시자는 사망자 둘을 주시했다. 그런 자가 예인동에 두 번이나 나타났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예인동에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혹 예인동에 청천의 아지트가 있는 건가? 그래, 그럴 가능성이 커. 잘하면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유강인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문제는 예인동이 넓다는 점이야. 놈들의 아지트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최대한 놈들을 빨리 찾아야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는데 … 시간을 지체하면 사람이 또 죽을 거야.’


유강인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시자를 추적해 여기까지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놈들의 소굴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 장소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주택가 큰길이 점점 끝나갔다. 저 앞에 대로가 있었다. 대로는 불빛이 훤한 먹자골목이었다. 먹자골목답게 술집, 고깃집 등이 즐비했다.


“와우! 고소한 갈비 냄새가 나네.”


황정수가 먹자골목에서 솔솔 풍기는 갈비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호텔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지만, 그 양이 부족했다. 그래서 먹성 좋은 위장이 1/3쯤 비어있었다.


“먹자골목!”


유강인이 먹자골목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대로에 접어들었을 때 뭔가가 이상한 듯 걸음을 딱 멈췄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동료들도 걸음을 멈췄다. 그들이 유강인의 눈치를 살폈다.


유강인이 천천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왼쪽에 높은 펜스가 있었다. 공사 현장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고 있었다. 1층을 다 짓고 2층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응?”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사 현장을 잠시 살피다 아! 하며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침에 실종자 김희애가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그때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들렸던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곳 공사 현장에서 난 거 같았다.


“그렇군.”


유강인이 생각했다.


‘실종자 김희애가 이 근처에서 전화한 거야. 그래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거야. 이제 … 거의 다 왔다!’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침을 꿀컥 삼켰다. 이 근처에 청천의 아지트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곳은 주택가와 먹자골목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이비 종교는 집단생활을 하기 마련이었다.


“탐정님, 뭔가를 발견하셨어요?”


황정수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먹자골목을 쭉 살피다가 말했다.


“이 근처에 청천의 아지트가 있는 거 같아.”


“아! 그래요. 그럼, 아주 잘 된 거잖아요.”


황정수가 기쁜 나머지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원창수 형사와 김기동 형사가 반색했다.


유강인이 원형사에게 말했다.


“원형사님. CCTV 통제 센터에 연락하세요. 이 일대 CCTV 영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실종자 다섯이 영상에 잡혔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에 지원 병력을 요청하세요. 예인동 길목을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역시 CCTV가 제 역할을 하네요.”


“선배님, 맞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오른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고 외쳤다.


수사팀에 활력이 돌았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먹자골목 가게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술집, 고깃집, 횟집, 마트 등이 있었다.


“응!”


유강인이 뭔가를 발견한 듯 움찔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한 상가 건물로 향했다.


상가는 2층 건물이었다. 1층에 도미솔 마트가 있었고 2층에 중국집, 천룡(天龍)이 있었다.


유강인이 도미솔 마트로 향하자, 원창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마트로 가시게요?”


“아닙니다.”


“네에? 지금 마트로 가고 있는데요?”


“2층 중국집 천룡으로 갈 겁니다.”


“중국집이요?”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저 배고파요. 자장면 먹고 가요.”


원창수 형사가 그 말을 듣고 갓 나온 자장면을 떠올렸다.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저녁을 햄버거로 때웠다. 패티 2장 디럭스 치즈버거를 먹었지만, 속이 든든하지 않았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장면 좋죠! 저도 출출합니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말했다.


“어서 갑시다. 자장면 맛있죠.”


수사팀이 상가 출입구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2층에 올라가자, 바로 앞에 중국집 출입문이 있었다.


문이 덜컹하며 열렸다. 수사팀이 중국집 안에 들어갔다. 아주 고소한 자장면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추고 식당을 살폈다. 테이블 열 개가 있었다. 세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다.


“음!”


유강인이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뭔가를 찾는 거 같았다. 그러다 미소를 지었다. 앞에 홀이 있었다. 홀은 좌식이었다. 많은 사람이 홀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었다.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놈들이 여기 와서 식사했겠군.”


원창수 형사가 땅콩처럼 고소한 자장면 냄새에 취한 듯 잠시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군침을 꿀컥 삼키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자장면 한 그릇 댕기고 가죠. 3분이면 한 그릇 뚝딱입니다.”


유강인이 원형사에게 말했다.


“식사하실 분들은 식사하세요. 저는 이곳 사장님과 직원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네에? 사장님과 직원들을 조사한다고요?”


원형사가 유강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강인은 배가 고파서 중국집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수사차 방문이었다.


원창수 형사가 이제야 유강인의 의도를 알아챘다. 지금 자장면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기 사장님께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제가 자장면 생각에 본분을 잊었네요.”


원창수 형사가 서둘렀다. 사장한테 신분을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잠시 후 사장과 직원 하나가 유강인을 향해 걸어왔다. 사장은 60대 남자였다. 직원은 40대 남자였다.


유강인이 먼저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여기 근처에서 단체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단체 주문이요?”


“네, 먼 곳이 아니라 여기 근처에서 식사를 단체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배달을 말씀하시는 거죠?”


“배달도 가능합니다. 먼저 배달부터 말해주세요.”


“몇 명 정도인지?”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천은 사이비 종교였다. 분명 그 숫자가 적지 않을 거 같았다. 그가 말했다.


“최소 열 명 이상입니다. 스무 명 정도 될 거 같습니다.”


주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아, 그런 적이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점심때 단체 주문이 왔어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였어요. 꾸준히 주문했어요. 직장에서 점심을 주문한 거 같았어요.”


“그렇군요.”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최근에 많은 사람이 방문해 홀에서 식사한 적이 있나요?”


“… 아, 있습니다. 최근에 단체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혹 그분들이 한 말이 기억하시나요?”


주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서빙하다가 그분들이 하는 말을 듣긴 들었습니다. 주문보다는 홀에서 먹는 게 맛있다고 말했어요. 면이 불어서 별로였다고 그랬어요.”


“전에 배달을 시킨 배달 손님 같은데 맞나요?”


“네, 그런 거 같습니다.”


“단체 손님이 몇 명이었죠?”


“스무 명이 넘었습니다. 점심 예약 손님이었습니다.”


직원이 급히 말했다.


“사장님, 스물네 명이었던 거 같아요. 아니 스물다섯인가? 아무튼, 꽤 많았어요.”


“배달 주문 시 계산은 어떻게 하죠?”


“우리는 배달직원이 있습니다. 배달직원이 무선 카드 단말기로 결재하거나 현금을 받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배달직원이 있나요?”


“저녁에는 배달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퇴근했습니다.”


“그럼, 배달직원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이 근처에서 단체 주문한 곳을 알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그가 퇴근한 배달직원에게 연락했다.


“아주 좋다!”


유강인의 두 눈에 생기가 돌았다. 수사가 막힘없이 착착 진행됐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더라도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었다. 청천은 사이비 종교답게 집단생활을 할 게 뻔했다. 그래서 식사를 단체 주문할 거 같았다.


이곳 먹자골목은 고깃집과 술집이 대부분이었다. 고깃집과 술집은 식사를 단체 주문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단체 주문에 적합한 곳은 2층 중국집, 천룡뿐이었다.


“아, 맛있네. 굴 소스를 넣었나? 자장 국물이 고소하네요.”


황정수가 자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말했다. 원창수 형사가 거들었다.


“맞습니다. 조수님. 여기 자장면 맛이 고급스럽네요. 가격도 적당하고 … 역시 인천은 자장면의 본고장입니다.”


“맞습니다. 인천에 왔으며 자장면을 먹어야죠. 안 그러면 혼나요. 오늘 위장을 자장 국물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맞습니다. 흐흐흐! 제 별명이 자장맨입니다. 자장면을 먹으며 힘을 펄펄 나요.”


둘이 신이 난 얼굴로 자장면을 즐겼다. 반면 황수지와 김기동 형사는 물잔만 들이켰다. 자장면 삼매경에 빠진 둘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 속에 삼 일은 굶은 거지가 들어 있는 거 같았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사장을 기다렸다. 그때!


“유강인 탐정님.”


사장이 핸드폰을 들고 걸어왔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통화가 됐나요?”


“네, 전화를 받아보세요.”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가 말했다.


“저는 탐정 유강인입니다.”


“유강인 탐정님! 이렇게 통화하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배달직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유명한 탐정인 유강인과 통화하게 돼서 기쁜 거 같았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가게 근처에서 단체 주문한 곳이 어디죠?”


“십여 명 이상이라면 한 곳밖에 없어요.”


“그곳이 어딘지 말해주세요.”


“가건물이에요. 옛날 건물을 철거하고 가건물을 커다랗게 지은 곳이 있어요. 우리 식당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요. 365 예스 편의점이에요.

365 편의점 옆에 골목이 있는데 그 골목을 따라서 쭉 가면 …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될 거에요. 주택가에 가건물이 있어요. 가건물은 그거 하나라서 찾기 쉬워요.”


“아!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은 … 제가 영광이죠.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헤헤헤! 그게 사인 좀 해주세요. 유강인 탐정님 사인이 가게에 딱 붙어 있으면 손님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사인을 꼭 하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럼, 사인 좀.”


주인이 A4 종이 한 장과 네임펜을 들고 서 있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네임펜을 건넸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네임펜을 받고 종이에 사인했다.


“감사합니다. 사인을 액자에 넣어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을게요.”


주인이 아주 기뻐했다. 유강인 수사에 협조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낼 기세였다.


급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사팀이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제 가건물로 달려가야 했다. 그곳이 청천의 아지트일 확률이 아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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