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40_비열한 청천의 교주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저놈은 제가 잡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크게 외치고 내달렸다. 그 뒤를 김기동 형사가 따랐다.


청천의 교주가 다시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 웃음소리를 듣고 유강인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청천의 교주가 너무나 태연했고 여유만만했다.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서 포위해!”


출입문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천 북부경찰서 기동대 경찰들이 가건물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기동대 버스 헤드라이트가 출입문을 환하게 비췄다.


“너 독 안에 든 쥐야! 꼼짝 마라!”


원창수 형사가 다시 크게 외쳤다. 김기동 형사와 함께 청천의 교주 근처까지 달려갔다. 그러자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참 많이도 왔구나. 유강인 힘 좀 썼는데.”


청천의 교주가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나도 유명하신 유강인 탐정님 사인 좀 받아야겠는걸. 가보로 남겨야겠어.”


“이놈! 건방 떨지 마라!”


원창수 형사가 호통을 쳤다.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가 청천의 교주 코앞까지 다가갔다.


교주의 시건방짐을 고쳐주려는 듯 너클을 낀 오른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김기동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오른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흐흐흐!”


청천의 교주가 비웃음을 흘렸다.


순간! 재빨리 한 손을 들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꾹 눌렀다.


“응?”


유강인이 교주의 행동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는 심상치 않은 행동이었다.



텅!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활짝 열리는 소리였다.


“아, 아이고!”


“으악!”


거침없이 내달리던 형사 둘이 아래로 추락했다. 시멘트 바닥이 순식간에 움직이며 그들을 지하로 내몰았다.


“헉!”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닥을 내달리던 형사 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하하하!”


통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교활한 함정이었다. 함정은 바닥에 설치한 자재문(자유문)이었다. 겉으로 볼 때 시멘트 바닥이었지만, 실은 철문이 한가운데 붙어있었다.


청천의 교주가 버튼을 누르자, 붙어있던 두 문이 동시에 활짝 열렸다.


“아이고!”


신음이 아래에서 들렸다.


“원형사님! 김형사님!”


유강인이 서둘러 함정으로 달려갔다.


청천의 교주 눈빛이 번쩍였다. 그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유강인이 함정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4m 아래 지하 바닥에 형사 둘이 쓰러져있었다.


“젠장!”


원창수 형사가 몸을 일으켰다. 반면 김기동 형사는 충격을 받은 듯 일어나지 못했다.


“괜찮아요?”


유강인의 말에 원형사가 크게 외쳤다.


“바닥에 매트리스가 있어요. 푹신해서 다치지 않았습니다. 김형사 괜찮아?”


“이제 괜찮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몸을 일으켰다.


“이런!”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청천의 교주가 비열한 함정을 팠다.


“악!”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유강인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청천의 교주가 황수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아주 날카로운 칼이 황수지의 목 근처에 있었다. 흰 목에 칼끝이 콕 닿았다.


“아아!”


황수지가 고통을 느낀 듯 신음을 내뱉었다.


“이, 이놈이!!”


유강인이 솟구치는 분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청천의 교주가 다시 크게 웃었다. 그가 계속 뒷걸음질 쳤다. 황수지를 끌고 왼쪽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갔다. 황수지가 인질이 되고 말았다.


유강인이 황정수에게 크게 말했다.


“정수! 이분들을 지키고 있어. 이분들은 움직이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가만히 안정을 취해야 해! 안 그러면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근데 수지는 어떡해요? 빨리 구해야 해요!”


“내가 구하러 간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따라오려면 따라와라!”


청천의 교주가 유강인에게 외치고 황수지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쿵쾅!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든 황수지를 구해야 했다. 그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랐다. 브라보 호프집 계단과 유사했다.


계단 위에 청천의 교주와 황수지가 있었다.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이놈! 네가 도망칠 곳은 없다! 어서 수지를 풀어줘!”


“오랜만이야, 유강인. 다시 만나서 반갑다.”


“뭐, 뭐라고?”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확실히 깨달았다. 청천의 교주는 병아리 2였다.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양갱을 맛있게 먹던 병아리 2가 웃고 있었다.


“병아리 2!”


“크하하하!”


청천의 교주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황수지가 속절없이 끌려갔다.


계단에 피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황수지 목에서 떨어진 피였다. 선혈이라 붉디붉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목을 찌른 게 분명했다.


피 냄새를 맡자, 유강인이 이성을 잃어버린 듯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1층은 상황이 종료됐다. 안으로 들어온 기동대 경찰이 신도를 한군데 모으고 청천의 일원인 장동숙을 체포했다.


황정수가 신도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여러분! 움직이면 절대 안 돼요. 그러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안정이 매우 중요해요! 급히 움직이면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 있어요. 가만히 편히 있어야 해요!”


황정수의 말에 신도들이 벌벌 떨었다. 그 누구도 움직이는 자가 없었다.


“유탐정님!”


유강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구석 계단 입구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원창수 형사가 씩씩거리며 1층으로 올라왔다.


김기동 형사가 한쪽 다리를 절며 그 뒤를 따랐다. 아래로 떨어질 때 다리를 다친 거 같았다.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도 착지가 불안하면 다칠 수 있었다.


황정수가 원창수 형사에게 급히 말했다.


“교주 놈이 수지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탐정님이 따라갔어요. 어서 위로 가야 해요!”


“알았습니다. 이놈의 자식! 이 교활한 여우 새끼! 감히 나를 지하로 떨어트려! 네 놈에게 저스티스가 뭔지 제대로 하나하나 가르쳐주마!”


원형사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달려갔다. 그가 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



쾅!



다시 큰 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갑자기 등장한 커다란 문이 계단 입구를 차단했다. 나무로 만든 두꺼운 문이었다.


“뭐, 뭐야 이거?”


원창수 형사와 김기동 형사, 황정수가 깜짝 놀랐다. 이곳은 청천의 아지트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각종 비밀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문을 깨부셔!”


원형사가 분을 참지 못하고 급히 외쳤다. 그러자 기동대 경찰들이 급히 달려왔다. 버스에서 망치와 도끼를 챙겼다.



쾅! 쾅!



문을 부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계단을 오르던 유강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계단 입구에 나무문이 떡하니 있었다.


“대단한 놈이군.”


유강인이 혀를 내둘렀다. 청천의 교주가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교활할지는 상상조차 못 했다.


“좋다! 반드시 네 놈을 잡으마!”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도 1층처럼 넓었다. 바닥은 1층과 달리 나무였다. 이곳에도 함정이 있을 수 있었다.


유강인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2층은 1층보다 훨씬 어두웠다. 모든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달빛만 들어올 뿐이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살폈다.


그때! 저 앞에 사람 실루엣이 보였다. 두 명이 열린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창문은 크고 길쭉했다. 50cm×1m 크기였다.


“탐정님!”


황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은 그 소리를 듣고 황수지에게 정신없이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차가운 이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는 계단을 오를 때, 황수지의 피 냄새를 맡고 잠시 이성을 잃었었다. 그렇게 이성을 잃고 돌진했다가는 함정에 빠질 수 있었다.


1층처럼 바닥이 꺼져서 아래로 추락할 수 있었다.



쾅! 쾅!



아래에서 문을 부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문을 부수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여기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상대는 병아리 2였다. 병아리 2는 비수와 꿀을 동시에 든 종잡을 수 없는 자였다.


29년 전 명덕산 비밀연구소에서 출입문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며 불을 질렀고 양 갈래 길에서는 유강인의 지혜를 시험했다.


“병아리 2!”


유강인이 병아리 2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청천의 교주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청천의 교주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하얀색 후드가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겉으로 볼 때 키가 컸고 덩치가 좋았다.


하지만 이건 속임수일 수 있었다. 키높이 신발을 신을 수 있었고 마른 몸도 품이 큰 옷으로 가릴 수 있었다.


청천의 교주가 굵은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 잘 따라왔구나. 역시 너는 내 상대가 분명해. 내가 상대를 잘 골랐어. 역시 재미있는 게임이야.”


유강인이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발끝에 집중했다. 걷다가 추락하면 황수지를 구할 수 없었다. 황수지를 구하려면 함정에 대비해야 했다.


황수지가 급히 외쳤다.


“탐정님! 오지 마세요! 또 함정이 있을 거예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황수지 근처로 가야 했다.


“흐흐흐!”


청천의 교주가 비웃음을 흘렸다. 날카로운 칼이 황수지의 목에 다시 닿았다.


“아!”


황수지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피 냄새가 다시 풍기기 시작했다.


“이놈! 이 비열한 자식!!”


유강인이 있는 힘껏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가 2층에 쩌렁쩌렁 울렸다.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유강인, 이 여자가 소중한가?”


유강인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만큼 소중하지? 내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한가? 아니면 그냥 장난감인가? 놀다가 질리면 길에 내다 버리는 장난감인가?

모든 건 네 선택에 달렸다. 나는 기회를 주고 벌을 준다.”


“미친놈!”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청천의 교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세상에 놀라운 기적을 행하고 쓰디쓴 저주를 내리고 저지른 일에 앙갚음하는 자다.

… 한마디로 삼위일체지.”


“뭐, 뭐라고?”


유강인이 삼위일체라는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천의 교주, 병아리 2가 미친 게 분명했다.



쾅! 쾅!



문을 부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어둠 속에서 청천의 교주와 유강인이 대치했다. 그 사이에 황수지가 껴있었다.


그녀의 목에 기다란 상처가 있었다.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새하얀 옷깃을 적시고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피 냄새가 점점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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