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4)
유강인의 브리핑이 끝났다. 박훈정 반장이 급히 움직였다. 행운 빌라 살인사건을 재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상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에 상관인 이광호 형사과장을 찾았다.
박훈정 반장이 과장실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가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오라는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박훈정 반장이 한번 헛기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과장실에 한 남자가 있었다.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명패가 있었다. 명패에 ‘이광호 형사과장’이라고 적혀있었다.
“아이고, 어서 오게. 박반장!”
이광호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박훈정 반장을 보고 씩 웃었다. 이과장은 40대 후반 남자였다. 중간키에 탄탄한 몸이었다.
이광호 과장이 한 손을 들었다. 박훈정 반장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이에 박반장이 소파에 앉았다. 이과장도 소파에 앉았다.
10초 후 비서가 형사과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손에 쟁반을 들었다. 쟁반 위에 커피잔 두 개가 있었다.
이광호 과장과 박훈정 반장이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래, 유형사가 10년 전 행운 빌라 사건을 재조사했다고요? 그래, 어떻게 됐나요?”
“형사과장님, 유형사가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재조사했습니다. 외부인이 마을 사람들과 공모해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했습니다.”
“오! 그래요. 정말 새로운 시각이군요.”
“맞습니다.”
둘이 계속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대화가 뚝 끊겼다. 이광호 과장이 긴 침묵에 빠졌다.
박반장이 이과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 형사과장님, 제가 보기에 … 재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그래도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광호 과장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공소시효가 얼마나 남았죠?”
“2000년도 사건이니 2015년에 끝났습니다.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허어~!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재조사 시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 10년 전에 참 열성적으로 수사했는데. 그때 단서를 잡지 못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맞습니다. 그때 형사과장님도 수사에 참여하셨죠.”
이광호 과장이 고개를 숙였다.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힘차게 들었다. 그가 말했다.
“여태까지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던 건, 유형사 말대로 수사 방향에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범인이 이 그 점을 노린 거 같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제대로 활용한 거 같습니다.”
“박반장! 이번이 사건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거 같아요. 유형사 말대로, 기존 수사 방향과 다르게 사건을 풀면 뭔가가 나올 거 같아요.”
“그러면 … 재수사를 허락하시는 겁니까?”
“좋습니다. 청장님께 보고하죠. 청장님께 간곡히 말씀드리면 분명 승낙하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형사과장님. 꼭 사건을 해결해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럼, 다행이죠.”
이광호 과장이 기분이 좋은 듯 허허! 웃었다. 그가 닫혀있는 문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박반장이 보기에 유형사가 어떤가요? 정말 인재인가요? 단서를 잡는 걸 보니 인재 중의 인재 같은데 ….”
박훈정 반장이 씩 웃고 답했다.
“유형사는 대단한 친구입니다. 똑똑하고 열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사건을 편견 없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추리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역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군요. 하하하!”
이광호 과장이 흡족한 듯 말을 이었다.
“북산 파출소 마달식 소장의 추천을 받고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입 형사 면담 때 눈여겨봤는데, 보통 친구가 아니었어요. 내가 …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은 좀 있어요. 처음 볼 때는 눈에 초점이 없어서 좀 그랬는데, 강력반 형사로서 하고 싶은 일은 뭔가하고 물으니 갑자기 초점이 맞춰지더군요. 그 눈빛이 무서울 정도였어요. 여태까지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렇게 강렬한 눈빛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그때 알았죠. 유형사는 범상치 않다는 거를 ….”
“역시, 과장님은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저도 유형사를 처음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 그래요! 그럼, 우리 모두 의견이 일치하는군요.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해서 유형사 덕을 좀 봐야겠네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형사과장님!”
“그래요. 우리 박훈정 반장과 유강인 형사만 믿겠습니다.”
잠시 후 박훈정 반장이 기쁜 표정으로 형사과장실에서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강력반 사무실로 향했다.
늦은 오후가 되었다.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태양이 마지막 힘을 내었다. 오늘 하루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거 같았다. 마지막 힘을 쥐어짰다.
태양의 몸부림이 열린 블라인드를 통해 사무실로 쏟아졌다. 눈부실 햇살이었다.
“이호식 형사! 차수호 형사!”
박훈정 반장이 큰 소리로 두 형사를 불렀다. 박반장은 방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반장님.”
두 형사가 급히 반장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
이호식 형사가 박훈정 반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반장의 얼굴이 평상시와 달랐다.
박반장은 차분한 성격이라 급하게 서두르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답지 않았다. 목소리에 급함이 느껴졌다.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궁금해했다.
박훈정 반장이 한번 헛기참하고 말했다.
“다들 왔구먼. 좋아! 유강인 형사도 부르게.”
“네, 알겠습니다.”
차수호 형사가 고개를 돌려 유강인을 찾았다. 유강인은 자리에 있었다. 차형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유형사! 반장님이 지금 부르셔.”
“네에?”
유강인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피곤한지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그를 부르는 큰 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강인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게 정신 차렸다. 그는 새벽 3시까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래서 고작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그렇게 피곤한 상태에서 장시간 보고까지 했다. 심신이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보고가 끝나자, 자기도 모르게 책상에서 졸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은 박훈정 반장을 향해 달려갔다.
셋이 모두 모이자, 박훈정 반장이 다시 안정을 찾은 듯 여유로워졌다. 그가 자리 자리로 걸어갔다.
박반장이 미소를 짓고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를 한 모금 후루룩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청장님께서 행운 빌라 사건 재수사를 허락하셨네.”
“네에? 정말입니까? 반장님?”
이호식 형사가 매우 놀란 나머지 놀란 토끼 눈을 뜨고 급히 말했다. 옆에 있는 차수호 형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강인은 놀라기보다는 활짝 웃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노력이 보답을 받은 순간이었다.
“행운 빌라 재수사는 자네 3명이 하도록. 수사 책임자는 ….”
박훈정 반장이 말을 끊었다.
이호식 형사가 옷매무새를 고쳐 잡았다. 그는 셋 중 최고참이었다. 수사 책임자라는 듯 양어깨에 힘을 딱 주었다.
박훈정이 슬쩍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형사! 자네가 사건을 맡게. 유형사는 갓 들어온 신입이지만, 재수사할 수 있도록 좋은 추리를 했고 새로운 단서를 잡았어. 그래서 수사 책임자에 적격이야. 베테랑인 이형사와 차형사가 유형사를 잘 도와서 사건을 잘 마무리하게. 자네들을 믿겠네.”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놀란 눈으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반장의 말은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베테랑 형사들이 신입 형사의 지휘를 받으라는 말이었다.
둘이 어이가 없는지 서로 쳐다만 봤다. 이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조치였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이호식 형사가 차수호 형사에게 눈짓했다. 이 차형사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도 … 유형사는 이제 갓 들어온 신입인데, 사건 책임자는 베테랑인 이호식 형사님이 맡는 게 적당할 거 같습니다.”
차수호 형사의 말은 이호식 형사의 말을 대변했다.
박훈정 반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야. 다른 사건을 몰라도 이번 사건은 유형사가 맡아야 해. 유형사의 번뜩이는 추리와 재치로 이 사건을 풀어야 해. 자네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 사건 책임자에 적합하지 않아. 이 사건은 유형사처럼 재기발랄하고 순발력이 필요해. 어려운 사건일수록 더욱 그래!”
차수호 형사가 급히 물었다.
“순, 순발력이요?”
“그래! 순발력, 재수사라서 시간이 없네. 성과를 빨리 내야 해. 청장님과 과장님이 어렵게 결정하신 일이야. 만약 수사에 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두 분이 다 짊어질 수밖에 없어. 그러면 두 분 다 진급에 좋지 않아. 나는 상관이 없어. 반장으로 퇴직할 사람이지만, 두 분은 그렇지 않아.”
박훈정 반장의 말에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훈정 반장이 말을 이었다.
“난, 내 청을 받아 주신 청장님과 과장님께 좋은 성과를 꼭 드리고 싶네. 자네들은 고참이라고 대접받고 싶은건가? 피해자 가족과 우리를 믿어주는 청장과 과장님을 생각하게. 여태까지 우리가 실패했던 건 잊은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젊은 피인 유형사를 믿어보자고,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이호식 형사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침묵을 지키는 이형사가 무서웠다. 이형사가 볼멘 소리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때!
“하하하!”
이호식 형사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호탕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씩 웃었다.
“반장님! 당연한 말씀입니다. 사건 해결하는데 고참이 어디 있고 신참이 어디 있습니까? 능력 있는 사람이 지휘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합니다. 더군다나 10년 동안 묵힌 미제 사건입니다. 유형사가 아니라 초등학생인 제 아들이 사건을 풀 수 있다면 기꺼이 아들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차형사도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이번 사건은 유형사의 말을 잘 따라야 해. OK?”
“아! 네, 잘 알겠습니다. 명의 허준과 동급인 유강인 형사님을 전부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차수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이호식 형사에게 경례를 붙였다. 그러다 유강인을 쳐다봤다. 약간 억울한 인상을 짓다가 이내 밝게 웃고 유강인의 어깨를 토닥였다. 차형사가 말했다.
“사실, 유형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파트너가 되어 며칠 같이 다녔는데 역시 남달랐습니다. 유강인 신입 형사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아이고, 선배님!”
유강인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후배를 기꺼이 따르겠다는 선배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는 선배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머리가 새하얘져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세 형사의 모습을 보던 박훈정 반장이 만족한 듯 씩 웃고 말했다.
“하하하! 역시, 우리 이형사, 차형사가 통이 커서 아주 좋군. 자! 그럼, 일을 시작하지. 시간이 별로 없어.”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세 형사가 박훈정 반장의 말에 씩씩하게 답했다. 그렇게 행운 빌라 일가족 살인사건 재수사가 시작됐다.
행운 빌라 재조사 시작 9 일차, 오전
형사 셋이 사무실 구석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이호식 형사 자리였다. 벌써 두 시간째 열띤 얘기가 오갔다. 셋은 열띤 토론을 하며 수사 방향을 정하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책상에 많은 서류와 커피잔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셋은 확실한 단서를 잡기 위해 모든 자료를 모아서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
“그래, 차형사! 성동연합모임이 어떤 곳인지 알아봤어?”
“네, 잠시 기다리세요.”
차수호 형사가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동연합모인은 1992년에 설립된 복지 재단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재단은 아닌데 꽤 오랫동안 선행을 해서 언론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 주로 하는 일은?”
“노인과 아동, 장애인 관련 복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전국에 시설 여러 곳이 있습니다.”
“이사장은 누군지?”
“이사장은 황보술입니다. 사무국장은 강선애입니다.”
“사무국장이라고요? 강선애씨가 자신을 총무라고 했는데 ….”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사무국장이나 총무나 거기서 거기야. 오십보백보야. 총무를 그럴듯하게 말하면 사무국장이잖아. 그건 문제가 안 된데. 예전에는 총무로 불렸던 모양이지.”
“아? 그런가요! 그럴 수 있겠네요.”
이호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이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황보술 이사장이 사실은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라는 말이지?”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교회에 성주가 방문했는데 자신을 황보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기억이 납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교주를 성주로 부르는 거 같습니다.”
“좋았어! 황보술의 실체가 드러났군. 그자는 성당, 절, 교회를 가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주이자 복지 재단인 성동연합모임의 이사장이야! 좋았어!”
이호식 형사가 환하게 웃었다. 맛있는 먹이를 잡은 맹수처럼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
시간이 흘러 흘러 날이 뉘엿뉘엿 저물었다. 열린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왔던 햇빛도 이젠 힘을 잃어갔다.
태양이 힘을 잃어갔지만, 세 형사의 열정은 그렇지 않았다. 한여름에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거웠다.
세 형사는 오랜 시간 토론했다. 같이 간식을 먹으며 사건을 풀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유강인이 알아낸 단서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에 셋이 답답한 나머지 커피를 마시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렇게 답답함이 더해갈 때
유강인이 커피잔을 내려놨다. 뭔가가 생각난 거 같았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깊은 사색에 잠겼다.
이호식 형사, 차수호 형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의견을 교환했다.
“선배님! 강선애 주변을 감시하는 게 어떨까요. 잠복 수사하면 뭐가 나올 거 같은데 ….”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성주와 신도들이 강선애를 찾아올 거야. 그때 확 덮치면 뭐라도 건질 거 같아.”
“사이비 종교를 밝히는 건 어려워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나올까요? 그동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 물증을 찾기 어려울 거 같아요.”
“맞아! 나도 그게 고민이야. 시간이 지나도 너무 많이 지났어. 수사 방향을 진작에 바꿔서야 했는데 … 이제 와 후회한 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일단 재수사하게 됐으니 뭐라도 해야지.”
“맞습니다. 뭐라도 해야죠.”
“그나저나 강선애를 어떻게 설득하지? 사이비 종교에 푹 빠졌다면 제정신이 아닐 텐데, 이를 어떻게 설득하지? 그것도 큰 문제야. 뭔가를 알고 있다한들 10년 동안 입을 꾹 닫았잖아. 다시 입을 열까?”
“그러게 말입니다, 선배님. 강선애가 사건의 키인데, 사이비 종교에 푹 빠졌다면 사건을 풀기 어려울 거 같아요.”
차수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는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아까부터 왜 말이 없어? 뭐라도 좋으니, 말 좀 해봐!”
그 말을 듣고 이호식 형사도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야! 무슨 말 좀 해봐. 대장님! 말 좀 하세요.”
이호식 형사가 유강인을 재촉했다.
“…….”
“유형사! 대장님! 말 좀 해!”
거듭되는 재촉 속에 유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아주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토커!”
“뭐라고? 차형사! 유형사가 지금 뭐라고 했어?”
“스토커라고 한 거 같은데요.”
“스토커? 스토커라면 … 아! 강선애 스토커를 말하는 거야? 강선애 스토커는 이미 죽었잖아. 죽은 사람을 다시 수사하자는 거야. 그런 거야?”
유강인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그야. 죽은 사람이니 말이 없지. 그건 당연한 거잖아.”
유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왼손으로 턱을 매만지다가 씩 웃었다. 양 손바닥을 쓱쓱 비비다가 말했다.
“함정수사를 하겠습니다. 단, 적법한!”
“뭐, 뭐라고?”
유강인의 말에 두 형사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