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20_유강인, 사건의 정곡을 찌르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4)

by woodolee

유강인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 앞에 섰다. 얼굴이 상기되었다.


끼익!


유강인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집은 어두웠다. 그가 문을 닫았다.


쿵!


문소리가 크게 들렸다. 실수로 현관문을 세게 닫고 말았다.

“아이고!”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곤히 잠드시는 어머니가 깨실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다행히 안방에 인기척이 없었다.

“휴우~!”

유강인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

유강인이 의자에 앉았다. 다시 생각에 몰두했다.

그때 안방 문이 조용히 열렸다. 어머니가 방문을 살짝 열고 아들의 방을 쳐다봤다.

늦은 밤이지만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어머니가 불빛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아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수고하는 아들이 안쓰러운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강인이가 수고하네. 내일 아침 맛있는 걸 해줘야겠어.”

어머니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시간이 흘러 흘러 아침이 되었다.

어머니가 일찍 일어났다. 방을 깨끗이 치우고 거실로 나왔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떡국을 떠올렸다.

유강인은 떡국을 좋아했다. 부드러운 가래떡을 살살 썰어서 곰탕 국물에 팔팔 끓이면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래, 떡국.”

어머니가 냉장고를 뒤져 떡국 떡을 꺼냈다. 그렇게 맛있는 아침상을 준비했다.

“아, 고명.”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달걀 두 개를 꺼냈다. 떡국이 팔팔 끓는 동안 프라이팬에서 달걀지단을 만들었다. 달걀지단을 둘둘 만 후 부엌칼로 쓱싹 썰어서 맛있는 고명도 완성했다.

“강인아! 아들! 어서 일어나서 출근해야지!”

어머니가 큰 소리로 아들을 불렀다.

유강인은 새벽 3시쯤 겨우 잠들었다. 피곤한 나머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으으으~!”

어머니의 큰 소리에 유강인이 잠에서 깼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피곤을 못 이기고 다시 드러눕고 말았다.

잠시 후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중얼거렸다.

“왜 이리 간지럽지. 벌레에게 물렸나?”

유강인이 왼손을 들고 오른 손목을 긁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원하게 긁고 있을 때 머릿속에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소, 손목!”

유강인이 화들짝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켰다.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만졌다.

오늘은 손목이 중요한 날이었다. 한쪽 손목을 걸고 재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날이었다.

“아이고!”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오늘 보고가 시원찮으면 그 후폭풍이 엄청났다. 최소 한 달 동안 선배들한테 눈총받을 게 뻔했다. 그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쭉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신입이 주제도 모르고 나대더니, 꼴 좋네.”

“그러게 말이야! 주제를 알아야지!”

“이딴 걸 조사라고 한 거야?”

선배들의 핀잔과 꾸지람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유강인이 서둘렀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밤새 정리한 보고서를 다시 훑었다.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보고서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만하면 됐다고 나름 만족한 보고서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반장님이나 선배들이 보고서를 보고 불호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보고서를 한 번 더 꼼꼼히 훑어보면 문제점을 찾았다.

“강인아! 빨리 나와, 아침 먹어야지!”

아침밥을 재촉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곧 나가요.”

유강인은 어머니의 성화를 이길 수 없었다. 보고서를 아주 재빨리 훑어보고 방에서 나갔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엉?”

유강인이 군침을 삼켰다. 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로 걸어갔다. 냄비 속에서 뭔가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거기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뭐지?”

유강인이 고개를 쭉 내밀어 음식을 확인했다. 맛있는 떡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떡국!”

유강인이 떡국을 보고 기뻐했다. 눈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맛있는 떡국 먹을 생각에 힘이 솟았다. 몸의 피로가 확 풀리는 거 같았다.

잠시 후, 어머니가 아침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유강인이 그 뒤를 따랐다.

둘이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TV 소리가 추임새처럼 들렸다. 기상 캐스터가 오늘 날씨를 열심히 설명했다.

‘뭘 입고 나가지?’

어머니가 떡국을 먹다가 고심에 빠졌다. 오늘 아침 뭘 입고 나갈까 고민에 빠졌다.

아들은 떡국을 먹느라 바빴다. 숟가락으로 떡국을 듬뿍 떠서 연거푸 입에 넣었다.

유강인은 집에 들어온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배가 무척 고팠다. 머리를 많이 쓰면 에너지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양이 부족한지, 부엌으로 가서 한 그릇을 더 담아서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이 나게 먹었다.

“아이고 잘 먹네.”

어머니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정성껏 준비한 떡국을 아주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그녀가 생각했다.

‘역시 내 아들은 내 요리를 좋아해!’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식사가 끝나자 각자 출근 준비에 들어갔다.

오늘은 모자가 같이 출근하기로 했다. 어머니 출근 시간이 아들보다 30분 빨랐지만, 아들도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아들 유강인은 오늘만큼은 어머니와 함께 출근하고 싶었다. 맛있는 아침밥을 준비해준 어머니께 감사의 뜻도 전할 겸 배웅도 하고 싶었다.

모자가 집에서 나와 근처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아들이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정한 손길이었다. 어머니가 함빡 웃었다. 아들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잘 출근하세요.”

“응, 아들도 잘 출근해.”

유강인이 지하철 출입구에서 잠시 서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 안내판에 10분 뒤 2409번 버스가 온다는 알림이 떴다. 서울지방경찰청으로 가는 버스였다.

‘그래! 잘 되겠지.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꾸지람을 듣더라도 후회는 없다.’

유강인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0분을 보냈다. 10분 후 2409번 버스가 보였다. 그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운 빌라 재조사 시작 8일 차,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들이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요즘은 별일이 없었다. 그래서 태평한 모습이었다. 반면 유강인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음, 맛있군.”

자리에 앉아 커피를 음미하던 이호식 형사가 만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형사가 커피 한잔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카페인이 그의 급한 마음을 달래는지 커피 한잔 마실 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여유로웠고 태평했다.

“오늘따라 커피가 더 맛있군.”

이호식 형사가 기분이 좋은 듯 중얼거렸다. 그가 씩 웃었다. 남은 커피를 입에 쏟아부었다.

잠시 후, 이형사가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뭐가 생각난 거 같았다. 그가 유강인을 향해 소리쳤다.

“유형사! 빨리 준비해. 반장님께 보고해야 해. 반장님이 2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셨어. 빨리 움직여!”

“아! 예.”

유강인이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호식 형사가 갑자기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고 선배 형사들이 유강인을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표정이 각각 달랐다. 어떤 선배들은 ‘그래! 잘해라! ’라고 격려하는 거 같기도 했고 어떤 선배들은 ‘한 번 호되게 혼나 봐야 정신 차리지!’ 하는 거 같았다.

“아이고.”

유강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선배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종이 한 장을 들었다. 그 종이를 들고 이호식 형사에게 걸어갔다. 이형사가 종이를 가리키고 말했다.

“이 종이는 뭐야?”

“보고서입니다. 7일 동안 나름대로 사건을 정리하고 단서를 추리해서 정리했습니다.”

“그래? 좋아! 한번 유형사 실력을 보자고.”

이호식 형사가 기특하다는 듯 씩 웃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반장 자리는 사무실 끝에 있었다. 두 형사가 반장 자리로 걸었다.

반장 자리에 박훈정 반장이 있었다. 그가 의자에 편히 앉아서 오후의 햇빛을 즐겼다.

발소리가 들리자, 박훈정 반장이 고개를 돌렸다. 이호식 형사와 유강인이 반장 앞에 섰다.

박훈정 반장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왔구먼. 그래, 약속한 날짜가 다 됐지.”

“여기 … 보고서가 있습니다.”

유강인이 보고서를 내밀었다.

박훈정 반장이 보고서는 됐다는 듯 손을 흔들고 말했다.

“유형사, 말로 보고하게. 불필요한 형식은 필요 없어. 이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니야. 10년 동안이나 경찰이 수사력을 총동원했지만, 풀지 못한 사건이야. 그래서 아픈 손가락과 같은 사건이지. 그때 꺼림칙했었어. 뭔가 중요한 거를 놓친 거 같았어. 그래서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거 같아. … 그건 그렇고 유형사의 포인트를 한번 말해보게.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대체 뭐지?”

유강인이 잠시 뜸을 들였다. 이호식 형사가 잠깐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서 말해, 유형사! 반장님이 기다리시잖아! 어서!”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행운 빌라 미제 사건의 열쇠는 ….”

“그래,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뭐지?”

“사건의 열쇠는 강선애! 유일한 생존자인 딸 강선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선애라고?”

박훈정 반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반면 이호식 형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강선애는 철저히 조사했어. 전혀 문제없는 사람이었어. 설마 딸이 범죄를 사주했다는 말이야? 자기 가족을 죽이라고 남에게 시켰다는 말이야?”

이호식 형사의 말에 박훈정 반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형사! 너무 오버하지 말게. 설마 딸이 사주했다고 유형사가 말하겠나? … 유형사, 왜 강선애가 사건의 열쇠인지 어서 말해보게. 소상히!”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용기를 내어 7일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사건 보고서 및 행운 빌라 거주자와 동네 사람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평범한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뭔지 모를 강력한 유대로 연결된 곳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웃사촌이 아니라 진짜 사촌처럼 아주 친했습니다. 그게 지나칠 정도였습니다. 그들은 동네 아지트인 평화 부동산과 행운 빌라 101호 김철수 집에 모여 친목을 도모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말이잖아. 그게 뭐가 문제야?”

이호식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동네 주민 대부분이 일요일 날 종교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믿는 종교는 다양했습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있었습니다. 교회, 절, 성당으로 가는 사람들이 행운 빌라 앞에 모여 서로 인사하고 각자 종교 단체로 향했습니다. 이를 수상히 여기고 교회에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우리가 아는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뭐라고? 교회에 따라갔는데 그곳이 우리가 아는 교회가 아니라고? 그럼, 거기는 뭐 하는 곳인데?”

이호식 형사가 유강인의 말을 중간에 뚝 끊었다. 박훈정 반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끼어들지 말라고 이호식 형사에게 손짓했다. 이형사가 급히 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래 계속해보게.”

박훈정 반장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교회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 단체로 보였습니다. 제가 볼 때 … 사이비 종교 단체가 확실했습니다. 검은콩이며 영생이며 하늘님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래? 사이비 종교 단체라!”

박훈정 반장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보고를 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종교 단체가 모두 사이비 종교 단체와 관련된 거 같습니다.”

“오! 그렇게 생각한다고?”

“네! 사이비 종교 단체는 포교를 제일 우선시 합니다. 포교를 수월히 하기 위해 단체를 세 개로 나누어 절, 교회, 성당으로 부르는 거 같습니다. 외부인들을 쉽게 끌어들이기 위해서죠.”

“사이비 종교 단체는 지난 수사 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았는데 …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냈지? 어떻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렸지?”

박훈정 반장의 말에 유강인이 목을 한번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행운 빌라 301호가 마침 비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으로 이사 올 사람으로 가장했습니다. 부동산에 가계약금을 주고 계약한 덕분에 빌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줬는데?”

이호식 형사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80만 원을 줬습니다.”

“아이고 많이도 썼네. 우리 신입이 열심히 하긴 하는군.”

이호식 형사가 유강인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다음엔? 사이비 종교 말고 다른 거는?”

박훈정 반장이 무척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자신감을 얻고 계속 보고를 이어 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일요일에 종교활동을 하고 평일에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봉사활동도 따라갔습니다. 그곳은 보육원이었습니다. 성동연합모임이라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주관했습니다.”

“성동연합모임? 그런 데는 처음 들어보는군. 이형사는 들어봤나?”

“아니요, 처음 들어봅니다.”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 계속해보게.”

박훈정 반장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사건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궁금증이 폭발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입에 침을 발랐다. 다음이 중요했다. 그가 한번 헛기침을 하고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사건을 풀 열쇠를 말하겠습니다. 종교 단체와 봉사활동 중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사이비 종교 교주 바로 옆에 있었고 봉사활동 책임자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허리를 90도 굽혀 공손히 인사했습니다.”

“그래? 그 사람이 … 아까 열쇠가 강선애라고 했지? 그 사람이 강선애라는 건가?”

“맞습니다, 반장님. 강선애가 사이비 종교 단체와 성동연합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비 종교 단체와 봉사단체라! 그리고 강선애 … 강선애가 두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군. 그건 알겠는데 왜 강선애가 사건의 열쇠라는 거지?”

박훈정 반장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유강인이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이제는 추리를 말해야 했다. 그가 잠시 부담감에 휩싸였다. 추리는 아는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고도의 지적 탐구였다. 추리는 그럴듯한 얘기지, 확실한 물증이 아니었다.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 놓는게 추리였다.

유강인이 잠시 뜸을 들였다. 7일 동안 쉴새 없이 생각했던 과정을 되짚었다. 그러다 눈을 크게 뜨고 사건의 열쇠를 말하기 시작했다.

“전, 이번 사건에서 강선애가 생존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진짜!”

이호식 형사가 유강인의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다. 헛소리라 생각했다. 유강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범인은 강선애를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뭐? 유형사! 헛소리하지 마! 목격자가 분명히 진술했잖아! 자기를 보자마자 범인이 도망쳤다고. 그래서 강선애를 못 죽인 거잖아!”

이호식 형사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팩하며 돌렸다. 박훈정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님! 유형사 말은 무시하세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입니다.”

박훈정 반장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의 눈빛에 자신감이 있었다. 이에 유강인의 말을 더 듣고 싶었다. 박반장이 한 손을 들었다. 더 말하라는 뜻이었다.

유강인이 더욱 힘을 내어 크게 말했다.

“강선애를 못 죽인 게 아니고 안 죽인 겁니다. 범인의 목적은 강선애를 제외한 가족이었습니다.”

“범인이 강선애를 제외했다고? 왜?”

박훈정 반장과 이호식 형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둘 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사건의 정곡을 찔렀다.

“아마도 강선애가 소중했겠죠. 범인에게 ….”

“뭐, 뭐라고?”

박훈정 반장과 이호식 형사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럼 목격자가 거짓 진술했다는 거야?”

이호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격자 라미경은 가짜입니다. 진짜 목격자는 4층에서 범인이 뛰는 소리를 들은 홍은희입니다. 나머지는 범인과 한패라 생각합니다”

“한패라!”

유강인의 말에 박훈정 반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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