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18_강선애, 유강인을 알아보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2)

by woodolee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강선애가 유강인을 향해 크게 외쳤다. 다정한 목소리였다.


‘이, 이런 큰일이네! 나, 나를 알아본 건가?’


유강인이 안절부절못했다. 어쩔 줄을 몰라 당황했다.


그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한 손으로 모자챙을 잡고 꾹 눌러 섰다. 모자챙이 커서 얼굴을 확실히 가릴 수 있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태연하게 행동하자! 그래야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어.’


유강인이 강선애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재빨리 등을 돌렸다.


“오셔서 감사합니다!”


강선애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처음 온 분이라 더 살갑게 대했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주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휴우~! … 천만다행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301호 청년도 얼른 빨리 와요!”


김철수가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유강인에게 외쳤다.


“아, 알겠습니다.”


어색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일부러 굵은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정체를 숨겼다. 등을 돌린 채 나머지 빨래 장갑을 서둘러 꼈다.


“이거 왜 이리 안 들어가!”


유강인의 얼굴이 뻘게졌다. 빨래 장갑이 작아서 손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반가운 인사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빨래 장갑을 겨우 낀 유강인은 청소 도구 등을 만지작거리며 동태를 살폈다.


강선애가 보육원 선생님에게 눈짓했다.


선생님이 방긋 웃고 핸드폰을 들었다. 원장에게 전화 걸고 높은 톤으로 말했다.


“원장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다 오셨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안에 다과를 준비했으니 어서 안으로 모시세요.”


“네! 알겠습니다. 원장님.”


선생님이 전화를 끊자, 강선애가 선생님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유강인만 혼자 남았다. 건물 밖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타고 온 성동연합모임 승합차와 짐밖에 없었다.


사방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던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아무도 없구나!”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모자챙을 더욱 깊게 눌러썼다. 그 모습이 신병교육대 조교 같았다. 두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보육원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그가 출입문 손잡이를 꽉 잡고 천천히 문을 열었을 때

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긴 머리 여자였다.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유강인을 쳐다봤다.


“헉!”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마치 귀신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모자챙을 서둘러 올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는 강선애였다.


그때 시선이 딱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빛이 서로 통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음!”


유강인이 급히 헛기침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강선애를 지나치려고 했을 때


“저, … 저기요.”


강선애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혹시 ….”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선애가 유강인에게 말을 걸며 한 발짝 다가왔다.

‘이런! 크, 큰일이다!’


유강인이 재빨리 사방을 살폈다. 저 앞에 이도식이 있었다. 이에 빠른 걸음으로 이도식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이도식 옆에 착 붙었다. 그렇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


강선애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한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그렇게 잠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이상한데!”


강선애가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청소를 시작합시다!”


“네, 그래요!”


사람들이 청소 도구함으로 몰려들었다.


유강인은 청소 도구를 살피다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강선애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히 잘 넘어갔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어. 자칫하면 정체가 드러나겠어.’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머리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한 손으로 닦았다.


현재 비밀 수사 중이었다. 강선애가 유강인을 알아보고 그 정체를 사람들에게 밝히면 낭패였다.


여태까지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거금 80만 원을 주고 301호 가계약도 했는데 그 돈도 그냥 날릴 판이었다.


‘일단 열심히 일하는 척하자!’


유강인이 청소 도구를 들었다.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서 고개를 푹 숙이고 청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을 활짝 열었다.


“어! 누구신지?”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곳은 보육원 선생님들이 다과를 즐기며 도란도란 쉬는 곳이었다. 선생님 휴게실이었다.


유강인이 서둘러 사과하고 문을 닫았다.


“이런 실수를 했네!”


유강인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노크하지 않았다. 바보 같은 실수였다.


“음 ….”


강선애는 선생님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대화 중에서도 허둥거리는 남자를 주시했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뭔가 수상한 거 같았다.


“자! 저를 따라오세요. 오늘은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합시다. 빨리 끝내고 목욕탕도 청소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빨리 갑시다.”


사람들이 김철수의 인도에 따라 청소 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유강인도 걸레와 세제를 들고 그들을 뒤따라갔다.


그는 이도식 옆에 착 붙어서 별 영양가 없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강선애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잠시 후 행운 빌라 마을 사람들이 보육원 청소를 시작했다. 화장실부터 청소를 시작해서 목욕탕까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먼저 바닥에 물을 쫙 뿌리고 세제를 솔솔 뿌렸다.


몇 분 후 세제가 그 힘을 발휘했다. 묵은 때를 녹이자 그때부터 솔과 걸레를 들고 광내고 때 빼기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때를 빡빡 닦는 소리가 들렸다. 자원봉사자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



1시간 후, 화장실과 목욕탕 청소가 끝났다. 냄새가 사라지고 향긋한 향기가 감돌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게, 마치 오늘 새로 타일을 깐 거 같았다.


“야아! 새집 같네요.”


“그러네요. 역시 청소하면 집도 깨끗해지고 마음도 깨끗해져요.”


자원봉사자들이 환하게 웃었다. 1시간 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화장실과 목욕탕을 보면서 기쁜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겉보기에 힘들어 보였지만, 일이 고되지 않은 듯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음 차례는 아이들, 선생님들과 함께 간식 파티였다. 간식 상자를 뜯자 맛있는 과자, 음료수가 쏟아졌다.


“참 많이 사 오셨네요!”


“그러게요. 우리 천사들이 좋아하겠어요.”


선생님들이 푸짐한 간식을 보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과자 봉지를 뜯고 접시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음료수 뚜껑도 따서 잔에 콸콸 부었다. 커다란 상에 간식을 담았다.


뜯은 봉지와 빈 페트병은 재활용을 위해 잘 접고 구겨서 커다란 봉지에 따로 담았다.


“자! 우리 천사들을 불러오세요. 이선생님.”


“알겠습니다. 김선생님.”


김선생이 아이들 방으로 황급히 걸어갔다.


1분 후 보육원 선생들과 아이들이 큰 방으로 모였다. 큰 방은 매우 컸다. 아이들 교육을 전담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큰방으로 오면서 가슴이 설렜다. 간식이 준비됐다는 희소식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군침을 흘리며 군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큰방에 들어온 아이들이 마치 오늘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애타게 간식을 기다렸다.


어린 천사들의 눈망울이 샛별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2분 후 문이 열렸다. 드디어 아이들이 고대하던 간식 시간이 시작됐다.


김철수와 이도식이 큰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상 위에 다양한 과자와 음료수가 즐비했다.


“우와!”


아이들이 순간 커다란 함성을 질렀다. 어떤 아이는 너무나 기쁜지 손뼉까지 쳐댔다.


“자! 맛있는 간식이 왔어요. 양이 충분하니 마음껏 먹어요. 우리 천사들!”


김철수가 활짝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큰상이 방 한가운데에 놓이자, 아이들이 너도나도 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번개처럼 과자를 집어 먹고 음료수를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맛있다!”


“너무나 맛있다!”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 지었다. 맛있는 간식을 먹자,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여기저기서 과자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급한 나머지 과자 부스러기가 바닥에 많이 떨어트렸다.


이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달랬다.


“아이! 너무 급하게 먹지 말아요. 천천히 먹어요. 양은 충분하니까.”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돌봐주었다. 아이들의 입을 닦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독였다.


“흑!”


그때, 한 여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선애였다.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행복했던 시절. 부모님과 동생과 단란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넘쳐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강 선생님!”


“이를 어째!”


사람들이 안타까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강선애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녀의 슬픔은 세상의 어떤 말로도 치유할 수 없었다.


“아이고!”


유강인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강선애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당장 달려가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가 정체가 탄로 날 게 뻔했다.


유강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강선애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



30분 후 즐거운 간식 파티가 끝났다.


아이들은 배부른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배를 두드렸다.


김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우리 천사들, 봉사하러 오신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려야죠.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외치세요.”


“네에!”


아이들이 답을 하고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예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외침에 행운 빌라 사람들이 활짝 웃었다. 아이의 환한 목소리를 듣자,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그들도 활짝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왜 그러세요. 하하하!”


“아이고,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지요. 이렇게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들을 잘 돌봐줘서 감사합니다.”


행운 빌라 사람들과 보육 교사들 공치사가 이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음 일정이 진행됐다. 김선생님이 상냥한 목소리로 자원봉사자들에게 말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 원장님과 다과 시간이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행운 빌라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유강인이 김철수에게 말했다.


“제가 설거지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고마운 일이죠. 빨리 설거지 끝내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김철수가 흔쾌히 응했다. 기특하다는 표정이었다.


유강인은 강선애를 피할 요량으로 설거지를 자청했다.


사람들이 모두 원장실로 이동하자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먼저 상에 널브러진 접시와 포크, 잔 등을 커다란 쟁반에 담았다. 쟁반을 들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들어간 유강인이 본격적으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접시에 세제를 바르고 열심히 물로 헹궜다.


그렇게 유강인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때 뒤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작은 게 여자 발걸음 같았다.


‘선생님이 날 찾아왔나? 내가 또 실수한 게 있나?’


유강인이 울상을 지었다. 또 실수한 거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이에 잘못한 게 있나 주변을 살폈다. 수세미에 거품이 많았다.


‘이런 세제를 너무 많이 발랐네.’


유강인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제가 세제를 너무 많이 썼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 어!”


보육원 선생님이 아니라 강선애가 서 있었다.


강선애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은 여전히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모자를 써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강선애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약간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 형사님 맞으시죠. 여기에서 뭐 하세요?”


“네? … 저 형사 아닌데요.”


유강인이 급히 둘러대고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접시를 열심히 빡빡 닦았다.


그는 제발 강선애가 돌아가기만을 바랐다. 그렇게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자기 정체를 들킬까 봐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


강선애가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뭔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사방을 황급히 둘러봤다. 근처에 사람이 없었다.


강선애가 안심한 표정을 짓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5분 뒤에 밖으로 나오세요. 오른쪽으로 가시면 작은 벤치가 있어요.”


강선애가 말을 마치고 출입문으로 향했다.


‘아이고, 이런! 내가 누군지 아는구나!’


유강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정체가 들켰다는 생각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그는 챙이 큰 모자를 썼지만, 강선애한테 효과가 없었다. 강선애는 눈썰미가 날카로웠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었다. 그래서 보는 눈이 날카로웠다.


유강인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5분 뒤라 ….”


유강인이 시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설거지를 일단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설거지가 끝나가자, 5분이 지났다.


유강인이 재빨리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빨래 장갑을 벗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출입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가 문을 활짝 열고 밖을 살폈다. 마당에 아무도 없었다.


유강인이 건물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건물 모퉁이를 돌자 커다란 나무 밑에 작은 벤치가 있었다. 꽤 오래된 벤치였다. 세월이 흐름을 이기지 못한 듯 여기저기 패인 자국이 있었다.


그 벤치에 강선애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마치 혼낼 학생을 기다리는 선생님처럼.


강선애가 유강인을 보고 반가운 듯 활짝 웃었다.


“그게요.”


유강인이 급히 벤치로 달려갔다. 다시 사방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모자를 벗었다.


강선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형사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사건을 재조사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죠?

형사님이 자원봉사자니 이건 어울리지 않아요. 그리고 301호에 새로 입주한다고 들었어요.

지금 비밀 수사하세요? 빌라 사람들을 깜빡 속이며 조사하는 거예요?”


“그게 ….”


유강인이 정곡을 찔린 듯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러다 고개를 끄떡였다.


강선애가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비밀 수사가 맞는군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죠? 빌라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나쁜 짓 할 사람들이 아니에요.”


유강인이 무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미제 사건이라 평범한 방법으로는 효과가 없을 거 같아서 신분을 숨겼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찾으려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관련된 사람들을 최대한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강선애가 이제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군요. 형사님이 정말 수고하시는군요. 저야 사건을 제대로 밝히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선량한 사람들을 의심하는 건 보기 안 좋네요.”


“그게 의심이라기보다는 관찰입니다. 수사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 그러시구나. 알겠어요.”


강선애가 고개를 끄떡였다. 잠시 생각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형사님, 혹 새로운 단서를 … 찾으셨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오늘 밤 여태까지 모은 정보를 분석할 겁니다. 거기에서 새로운 단서를 찾을 겁니다.”


“그렇군요. 작은 단서라도 찾으면 저한테 꼭 말해주세요! 반드시, 꼭!!”


강선애가 마지막 말에 힘을 주었다. 간절한 외침이었다. 그 말이 유강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가 답했다.


“물론입니다. 한을 반드시 풀어야죠.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하면 연락하겠습니다.”


“제가 기대하던 말이에요!”


강선애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까와 달리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았다.


그녀는 선량한 빌라 사람들과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는 유강인에게 불쾌감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유강인을 보고 흡족함을 느꼈다.


둘은 5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자리를 떴다.


사람들한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시차를 두고 안을 들어갔다.


강선애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몇 분 후 유강인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봉사 활동을 마칠 때가 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짐을 챙기고 아쉬운 작별을 준비했다.


잠시 후 자원봉사자들이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보육원 아이들과 강선애, 선생님들도 서로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서로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자원봉사자 대표로 김철수가 앞으로 나왔다. 강선애에게 꾸벅 90도 인사했다. 보육원 선생님한테는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짝짝짝!



사람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얘들아! 한 달 뒤에는 자장면 파티다!”


“맛있는 자장면을 준비해서 찾아올게.”


아이들이 자장면이라는 말에 꺄르르 웃었다.


그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차에 올라탔다.


유강인도 차에 올라탔다. 그가 힐긋 강선애를 쳐다봤다. 강선애가 그 시선을 느낀 듯 방긋 웃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부르릉!



차에 시동이 걸렸다. 차가 보육원 주차장에서 벗어났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어댔다. 그들에게 자원봉사자는 산타와 같았다.


차가 저 멀리 사라지자, 아이들이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박힌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시골이라 달빛과 별빛이 참 잘 보였다.


아이들이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8화탐정 유강인 01_17_봉사활동과 강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