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17_봉사활동과 강선애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2)

by woodolee

숯불이 들어왔다. 석쇠가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고기를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


유강인이 앞에 있는 고기 접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군침을 흘리면서 ….


한우 갈비였다. 1++ 등급이었다. 딱 보기에도 환상적인 양념이 고기를 푹 적셨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고기를 빨리 먹고 싶은데 ….’


유강인이 군침을 꿀컥 삼키며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음, 좋은 고기군.”


가운상동 지회 회장인 김철수가 만족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집게를 들고 고기 한 대를 들어 올렸다.


고기에서 맛있는 양념이 뚝뚝 떨어졌다.


‘하아! 입에 넣으면 육즙이 폭발하겠다.’


유강인이 고기의 환상적인 자태를 보고 안절부절못했다. 입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살살 녹을 거 같았다.


‘으으으~!’



유강인이 계속 침을 꿀컥 삼켰다. 입안에 가득 고이는 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고기가 석쇠에 떨어졌다. 치익! 하며 고기 굽는 소리가 진동했다.


그 소리가 간지러웠다. 너무나도 맛있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사이다 잔이 돌아갔다.


사람들이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고기를 굽던 김철수가 집게를 내려놓고 잔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


“자! 오늘 은혜를 입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고기를 먹읍시다. 고깃값은 성주님께서 특별히 하사한 활동비로 계산할 겁니다.

우리 모두 고기를 맛있게 먹고 열심히 신앙 생활합시다.”


“맞습니다. 회장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사람들이 사이다를 쭉 들이켜고 잘 익은 고기를 한 점씩 들고 먹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유강인도 냉큼 젓가락을 들었다. 고기를 들고 재빨리 입 안으로 넣었다.


참 맛있었다. 고소한 한 맛이 일품이었다.


“정말 최고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고기가 있다니!”


유강인이 숟가라과 젓가락을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밥과 고기를 먹었다.


종교 행사는 정말 고욕이었지만 회식은 정말 최고였다.


‘아! 이 맛에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는 건가?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아서 ….’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는 이유를 알 거 같았다.



**



그렇게 맛있는 점심이 끝났다. 사람들이 편한 자세로 커피를 마셨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커피가 잡아주었다.


그들이 아주 만족한 듯 느긋한 자세로 덕담을 나눴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던 유강인이 슬쩍 입을 열었다.


“저, 봉사활동도 하신다고 하셨죠?”


그의 말에 사람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밝은 웃음을 지었다.


김철수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아! 네, 제 이름은 유강인입니다.”


“우리 유강인 형제님이 봉사활동에도 관심이 있으시군요.”


“네! 오늘 교회 가서 좋은 말씀도 듣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서 봉사활동도 궁금해서요. 거기는 어떤 곳이죠?”


“하하하! 봉사활동이 궁금한 거군요. 말 그대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입니다.

한 푼 두 푼 모아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 거죠.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식사 준비, 빨래, 노래 같은 재능 봉사를 하는 겁니다. 악기 연주를 잘하면 레슨도 하기도 해요.

뭐든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상관없습니다.

이 일은 성주님께서 무엇보다도 권장하는 일입니다. 성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님께 가장 가까이 가는 길은 사랑과 봉사밖에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맞아요! 봉사활동은 우리의 기쁨이죠. 성주님과 교단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고요.”


이도식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저는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데 ….”


유강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기부 좀 하시고 일을 거들면 되죠.”


김철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강인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내일 봉사 활동하는데 나오실래요? 오후 6시에 희망 보육원으로 출발합니다. 빌라 앞에서 만납시다.”


“아! 글쎄요. 시간이 ….”


유강인이 잠깐 뜸을 들였다. 바로 응하면 너무 속이 보일 거 같았다. 그래서 시간을 끌었다.


3초 후 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시간이 될 거 같네요. 그럼, 그때 보죠. 준비할 게 있나요?”


“특별히 준비할 건 없습니다. 가서 식사 준비하고 애들 빨래랑 청소할 생각입니다. 뭐 평일이라 3시간 정도만 활동할 생각입니다.

그냥 일하기에 편한 옷만 입고 나오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 흔쾌히 답하고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달짝지근한 자판기 커피를 입에 쏟아부었다.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 7일 차, 오전


행운빌라 재조사 기한이 이제 거의 다 끝나갔다.


유강인이 아침 일찍 강력반으로 출근해 열심히 생각을 정리했다.


사무실에 출근한 선배 형사들이 유강인을 보고 쯧쯧하며 혀를 찼다. 그러다 오늘까지는 봐준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사들이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여유를 즐겼다.


반면 유강인은 쉴 수 없었다. 어떻게든 행운 빌라 사건의 단서를 잡기 위해 머리를 풀가동했다


그가 생각했다.


‘마을 사람이 평범하지가 않아. 사이비 종교에 푹 빠져 있어.’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맞아! 헌금을 걷지 않았어. 교회에서 헌금은 기본인데 헌금을 분명 걷지 않았어.

성주한테 돈을 받고 비싼 한우 고기를 먹었어. 성주는 교회의 주인 같았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성주라는 사람에게 빠진 건가?

서민들이 점심으로 참치회를 먹고 한우 갈비를 먹는 건 무슨 날이나 가능한 일이야. 그런데 매 주 호화롭게 먹는 거 같아.

이는 분명 의도가 있는 일이야. 그렇지 않고 저렇게 호의를 베풀 리 없어. 분명 숨은 뜻이 있어.

성주가 돈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거 같아. 이건 일종의 투자야.’


유강인이 볼펜을 잡았다. 메모장에 다음처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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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랑 한마음 교회

교회를 가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


- 성동연합모임

의심스러운 봉사 단체, 교회 신도들에게 차를 빌려줌.


- 행운 빌라 입주민들

교회와 봉사 단체에 열성이며 지나치게 친절함.


- 편의점, 부동산, 정육점, 빵집 상가 사람들

행운 빌라 사람들과 마찬가지임.


- 옥탑방 청년

눈썰미가 좋다고 했는데 과연?


- 봉사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 생존자 강선애

봉사 단체 총무임. 혹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있나? 마을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와 봉사 단체 양쪽에 관련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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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사이에 공통점은?’


유강인이 한동안 골똘히 생각하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다.


“자식!”


멀리서 유강인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호식 형사가 피식 웃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크게 말했다.


“어이! 유형사, 뭐 안 풀리는 일이 있어? 내게 말해봐. 혹시 알아 내가 도움 될지? 이제 시간이 없어. 손목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네에?”


유강인이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안한 표정으로 잠시 서 있었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급하게 말했다.


“저, 선배님. 행운 빌라 사건 피해자들이 이상한 종교를 믿지 않았나요?”


“종교? 이상한 종교라고?”


이호식 형사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종교가 왜? 종교는 종교지. 이상한 종교는 뭐야?”


“아니, 그게 … 피해자 가족이 사이비 종교를 믿은 거 같아서요.”


이호식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뭐라고? 그럼, 유형사는 행운 빌라 사건이 사이비 종교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뚱딴지같은 헛소리야. 사건 파일을 봐! 피해자 가족에게 특이점 없다고 나와 있잖아.

우리도 다 조사했는데 남편과 부인 모두 성실한 사람들이야. 이상한 사이비 종교나 믿는 사람들이 아니야!”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실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에 집중했다.


“자식이 이제는 별 걸 다 생각하네. 허허, 참.”


이호식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시간이 흘러 점심이 지났고 퇴근할 때가 다 되어갔다.


유강인이 시계를 보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호식 형사에게 걸어가 말했다.


“저, 선배님. 이만 나가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녀올 때가 있습니다.”


“어디 갈 데가 있다고? 왜? 수사할 곳이 남은 거야?”


“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습니다.”


“좋아! 오늘까지야. 내일은 오전에 사건을 정리해서 오후에는 반장님께 보고해야 해. 별거 없으면 알지! 손목을 그냥 꽉!”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매만졌다.


“저, 선배님. 형사한테 손목은 중요한데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뭐라도 건져와! 내 반장님께 잘 말해 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급히 답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서둘러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그가 빨리 걸었다. 한 손에 챙이 큰 야구 모자가 있었다. 저번처럼 라미경을 만나면 모자를 푹 눌러 쓸 생각이었다.


서둘러 나가는 유강인을 바라보던 차수호 형사가 이호식 형사에게 말했다.


“저, 선배님. 유형사에게 너무 무리한 일을 시키는 거 아니에요? 초짜잖아요. 이등병은 일을 배우는 거지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차형사의 말에 이형사가 씩 웃으며 답했다.


“물론, 무리한 일이지. 하지만 자신이 자초한 일이야. 반장님 말씀대로 책임을 져야지.”


이호식 형사가 말을 하다가 씩 웃었다. 그 표정을 보고 차수호 형사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차형사가 말했다.


“왜 갑자기 웃으세요?”


“그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 이젠 나이를 먹어서 만사가 좀 귀찮아.”


“아이고, 그런 말씀 마세요. 선배님이 얼마나 팔팔하신데 … 제가 선배님 열정을 못 따라갑니다.”


“그래, 고맙구먼. 역시, 차형사밖에 없어. 업어 키운 보람이 있어. 내가 차형사를 우유 먹여서 키웠지. 흐흐흐!”


“무슨 그런 ….”


차수호 형사가 말도 안 되는 표정을 지었다.


이호식 형사가 잠시 생각에 감겼다.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유형사 하는 거 보니 뭔가가 나올 거 같아. 그래서 기대가 돼. 우리랑 다른 거 같아. 새로운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 거 같아.

뭐, 내일이면 알겠지. 자, 우리는 남은 일이나 끝내자고.”


“알겠습니다.”


차수호 형사가 크게 답했다. 둘이 다시 일에 몰두했다.


유강인이 택시를 타고 행운 빌라로 향했다.


약속 시각이 촉박해서 버스로 가면 늦을 거 같았다. 그래서 돈이 아까웠지만, 택시를 잡았다.


그가 울상을 지었다. 좀 더 서둘렀으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강인이 차창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 조사가 그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봉사활동에서 뭔가를 잡지 못하면 내일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가 그렇게 무거운 가슴을 안고 행운 빌라로 향했다.


20분 후 유강인이 택시에서 내렸다. 그가 터덜터덜 걸으며 행운 빌라를 향했다.


택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 대로에서 내렸다. 그래서 10분 동안 걸어야 했다.


“다 왔다.”


저 앞에 행운 빌라가 보였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공동 출입구에 사람들이 있나 확인했다. 벌써 여러 명이 빌라 앞에 서 있었다.


‘아이고 사람들이 벌써 있네! 서두르자!’


유강인 급한 걸음으로 행운 빌라로 향했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자, 공동 출입구에 서 있던 김철수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유강인 보였다.


“유강인 형제님!”


김철수가 환하게 웃으며 한 손을 흔들었다.


“회장님!”


유강인도 같이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공동 출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제 교회에서 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유강인에게 인사했다. 반가움을 표시했다.


“시간 맞춰 오셨군요.”


“좋은 일은 제때 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환대에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때 공동 출입구 한 사람이 나왔다. 그는 라미경이었다.


‘라, 라미경!’


유강인은 갑자기 등장한 라미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빨리 모자를 쓰자!’


그가 재빨리 모자를 눌러 섰다.


라미경이 높으 어조로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아저씨들 봉사활동 가시나 봐요!”


“네. 라여사님. 맞습니다. 월요일은 우리가 봉사활동 하는 날이잖아요.”


“헤헤헤, 그렇죠. 저도 가고 싶은데. 밤에 일 해야 해서 ….”


“하하하. 마음만 받겠습니다. 기부금을 정기적으로 내시잖아요. 미안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아이고 감사하빈다. 말씀만 들어도 고맙네요. 그럼, 봉사활동 잘하세요.”


라미경이 사람들에게 공손히 절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멀뚱히 서 있는 유강인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이분은 누구세요?”


“아! 이분은 이번에 301호로 이사 올 분입니다. 같이 봉사활동 하기로 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이웃사촌이네. 저는 402호에 살아요. 라미경이라고 해요.”


라미경의 말에 유강인이 급히 머리를 숙이며 꾸벅 인사했다.


“아이고! 예의 바른 청년이네. 그럼 다음에 봐요. 난 갈게요.”


라미경이 총총걸음으로 갈 길을 갔다.


‘다, 다행이다! 모자 덕을 봤구나.’


유강인이 참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성동연합모임 승합차가 빌라 앞으로 왔다. 어제 왔던 차였다. 운전 기사도 같은 사람이었다.


“어서 타자고.”


사람들이 서둘러 차에 짐을 싣고 차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다 타자 차가 곧장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차가 한참 동안 도심을 따라서 달렸다. 그러다 도시 외곽으로 빠졌다. 그러자 농경지가 보였다.


차가 농경지를 따라서 시골길로 들어갔다.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비닐하우스 뒤로 여러 건물이 있었다.


저 앞에 희망 보육원 간판이 보였다. 이곳은 농경지와 전원주택이 있는 곳이었다.


유강인이 보육원 간판을 보고 다 왔다는 생각에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제처럼 생소한 곳에 적응해야 했다.


차가 희망 보육원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보육원 건물 앞에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은 크지 않았다. 차가 5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었다


보육원 건물은 따뜻한 느낌의 3층 벽돌집이었다.


날이 슬슬 저물어갔다. 겨울이라 날이 빨리 저물었다.


차가 주자창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자, 행운 빌라 마을 사람들이 급하게 내렸다. 먼저 짐부터 내렸다. 그 짐을 차 밖으로 옮겼다.


유강인도 열심히 일을 거들었다. 그는 일행 중 가장 젊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야 했다.


짐은 총 네 개였다. 커다란 상자에 과자, 음료수 같은 아이들 간식거리와 라면, 냉동 음식, 청소 도구 등이 들어있었다.


짐을 다 내려놓자 김철수가 가장 큰 상자를 열었다. 상자에는 빨래 장갑과 세제, 빗자루, 걸레를 꺼냈다.


“어서 준비합시다.”


김철수의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빨간 빨래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유강인도 빨래 장갑 하나를 잡아서 손에 꼈다.


‘이런!“


유강인이 인상을 팍 썼다. 장갑이 작은지 인상을 팍 쓰며 억지로 손에 쑤셔 넣었다. 그렇게 힘을 쓰고 있을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육원 문이 열리고 사람이 서너 명이 나왔다. 보육원 관계자들과 젊은 여자였다.


”아이고!“


사람들이 문 앞으로 달려갔다. 먼저 보육원 관계자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젊은 여자에게 달려가 90도로 꾸벅 인사하고 송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선생님! 먼저 와 계셨네요. 저희가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강선생님을 기다리게 한 거 같아 정말 죄송하네요.”


젊은 여자가 괜찮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 저도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목소리가 유강인 귀에 들렸다. 낭랑하고 상냥한 목소리였다.


한쪽 빨래 장갑을 간신히 낀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생각했다.


‘이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은 거 같은데?’


유강인이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나머지 빨래 장갑 들고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강선애였다.


강선애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서 있었다.


순간! 유강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는 공원에서 크림빵이 참 맛있다고 말했던 강선애가 분명했다.


그 아름다운 자태도 여전했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세로 서 있었다.


“잘 오셨어요. 봉사는 어쩌다가 아니라 규칙적으로 해야 해요.”


“맞습니다. 강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강선애가 친절한 미소로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저 앞에 서 있는 유강인을 봤다.


한 남자가 한 손에 빨래 장갑을 낀 채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응?”


강선애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김철수에게 말했다.


“저분은 누구시죠? 처음 보는 분 같은데.”


“이번에 빌라 301호로 이사 올 청년입니다.”


301호라는 말에 강선애의 얼굴에 슬픔이 서렸다. 그가 고개를 흔들며 슬픔을 떨치고 말했다.


“그러시구나. 제가 살았던 집으로 오시는구나.”


강선애가 말을 흐렸다. 다시 고개를 돌려 유강인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 이런! 큰일이다!’


유강인이 당황했다. 강선애가 자기를 알아볼까 봐 가슴이 철렁했다. 지금은 신분을 숨긴 비밀 수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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