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23_덫을 놓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V4)

by woodolee

“함정수사라고? 그건 너무 위험한데 … 자칫하면 우리가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돼!”


“맞아! 차형사 말이 맞아. 함정수사는 위법 소지가 있어! ”


두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적법 수사할 생각입니다. 적에게만 함정이죠.”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이호식 형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강인이 선배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선배들이 궁금증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시 조용해지자 유강인이 말했다.


“… 강선애 비밀 경호를 하겠습니다.”


“뭐? 비밀 경호? … 그게 함정이랑 무슨 상관이야?”


차수호 형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강인이 오른손 검지를 척 들어 올렸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선애가 사이비 종교의 성녀가 맞는다면 주변에 성녀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비밀리에 활동하며 성녀의 순결을 지키는 사람들이죠. 그들이 저를 스토커로 오해하게 만들겠습니다.”


“뭐라고? … 비밀 경호를 하는데 그걸 스토킹처럼 보이게 하겠다고?”


“네, 맞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두 형사가 잠시 아무런 말도 못 했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둘 다 침을 꿀컥 삼켰다.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묻히더니 유강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함정수사는 자칫하면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애써 잡은 증거가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법한 함정을 파겠습니다.”


“적법한 함정이라고?”


“네! 저는 어디까지나 강선애를 비밀 경호할 겁니다. 강선애에게 자세한 상황을 알리고 비밀을 지킬 거를 다짐받겠습니다. 이는 분명 적법 수사입니다. 그렇게 비리 경호를 시작하면 놈들이 깜짝 놀라겠죠. 스토커가 나타났다고 오해할 겁니다. 그래서 무슨 행동을 할 겁니다. 저번 스토커에게 했던 거처럼 ….”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유형사 말을 들으니 위법 수사는 아니군. 우리는 단지 비밀 경호하는 거뿐이니 … 대신 놈들은 유형사를 스토커로 오해하기 딱 좋긴 하군.”


“네, 맞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놈들이 … 유형사를 스토커로 신고하면 어떡하죠?”


차수호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놈들이 경찰에 신고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놈들은 분명 보통 조직이 아닙니다. 퍽치기로 횡사한 스토커를 생각해 보세요. 이번에도 놈들이 직접 해결할 겁니다.”


“음, 들어보니 그럴듯하네. 강선애 스토커로 위장해서 놈들의 정체를 드러내는 작전이군! 좋았어! 괜찮은 방법이야. 그런데 그렇게 놈들을 움직여서 얻는 게 뭐지? 스토커를 사사로이 응징하는 범죄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이 방법으로 행운 빌라 사건을 풀 거 같지는 않은데 ….”


이호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하얀 사무실 벽을 쳐다 말을 이었다.


“강선애에게 진실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뭐라고? 진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두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무실 벽을 쳐다보던 유강인이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행운빌라 사건의 열쇠는 강선애입니다. 강선애는 사이비 종교의 핵심 인물입니다. 사건과 관련된 뭔가를 분명 알고 있을 거 같습니다. 부모와 교주 사이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 거 같습니다. 사건이 생겼을 때 20살이었으니 세상 물정을 알 나이입니다. 하지만 강선애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어떤 진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 완전히 빠진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강선애는 충격이 필요합니다. 성동연합모임이라는 단체가 얼마나 무서운 단체인지,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그러면 굳게 닫혔던 입이 열린 겁니다, 아마도 … .”


“그럼!”


이호식 형사가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럼 유형사 말은 … 퍽치기를 유도해서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강선애에게 알려주자는 거야?”


“맞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푹 빠진 강선애에겐 무엇보다도 강한 충격이 필요합니다.”


“아이고!”


차수호 형사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 계획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놈들은 아주 위험한 놈들입니다. 사람을 마구 죽일 정도로 무지막지한 놈들입니다. 저번에 죽은 스토커가 그들 짓이라면 … 유형사가 너무나 위험해요.”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맞장구쳤다.


“하긴 그렇군, 유형사가 위험해지겠어. 놈들을 함정에 빠뜨리려다가 오히려 크게 다치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어.”


두 형사의 진심 어린 걱정에 유강인이 감격한 듯 환하게 웃고 말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걱정해주셔서.”


“유형사, 지금 장난하는 게 아니야! 이건 아주 위험한 작전이야. 목숨을 걸어야 해.”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수사를 시작하고 벌써 10년이나 지났는데도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습니다. 사건을 풀려면 무리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건을 풀어야 합니다.”


유강인의 말에 두 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위험한 작전이라 동의하지 못했다.


“적을 확실히 유인하려면 선배님들이 근처에 있으면 안 됩니다. 적들이 우리 계획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선배들이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이호식 형사가 급히 말했다.


“뭐라고? 그럼 혼자서 놈들과 싸우겠다는 건가? 여러 명이 나타나면 어떡하려고?”


“싸움은 최대한 피해야겠지요. 제가 희대의 싸움꾼 시라소니가 아니라서 ….”


“시라소니가 아니라, 그 누구라고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야.”


이호식 형사가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


유강인이 작전을 계속 설명했다.


“적들이 나타나면 신호하겠습니다. 선배들님은 그 신호를 받고 번개처럼 달려오면 됩니다. 그러면 제가 위험에 빠질 일은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


“아이, 이거 참!”


선배들이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그들이 서로 쳐다봤다. 후배 형사가 대단한 계획을 세웠지만, 이건 모험이었다.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차수호 형사가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이라면, 몸이 워낙 재빠르시잖아요 … 순식간에 달려와 놈들을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을 일 같네요.”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받았다.


“글쎄, 적들이 진짜로 스토커를 살해했다면 보통 놈들이 아니야. 이건 실제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야. 놈들이 갑자기 달려와 뒤통수를 칠 수 있잖아. 그게 퍽치기야. 그걸 대처하기 쉽지 않아!”


차수호 형사가 아! 하며 말했다.


“그렇긴 하네요. 갑자기 달려와서 뒤통수를 치면 크게 다칠 수 있겠네요. 이를 어떡하죠? 헬멧을 써야 하나?”


“헬, 헬멧이요?”


유강인이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한 손을 들어 뒤통수를 매만졌다. 퍽치기라는 말에 뒷골이 서늘했다.


뒤통수는 급소였다.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으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도 계획을 감행할 건가? 유형사?”


이호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장을 보며 강선애를 생각했다.


강선애는 하루아침에 부모와 동생을 잃었다. 이후 비통한 삶을 살아갔다. 너무나도 불쌍하고 가련한 여자였다.


그녀 옆에 은인이 있었다. 강선애를 돕는 자였다. 그자는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이자 성동연합모임 회장인 황보술이었다.


황보술이 그녀의 부모와 동생을 죽였다면 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강인의 두 눈에 불꽃이 일었다. 이는 원수가 생존자를 농락하는 짓이었다.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유강인이 다짐했다.


‘강선애는 진실을 알아야 해!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깨우치고 원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해.“


유강인이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씩 웃고 말했다.


“뭐, 자전거 헬멧이라고 쓰죠. 자전거 타면서 비밀 경호하면 되죠.”


“자전거 헬멧? 그거 가지고 되겠어? 오토바이 헬멧 정도는 써야지!”


이호식 형사가 말을 마치고 오토바이 헬멧을 쓰는 시늉을 했다.


“오, 오토바이 헬멧이요?”


“그래, 그 정도는 돼야지 뒤통수를 보호하지. 그렇지 않겠어? 자전거 헬멧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긴 그렇네요. … 풋! 하하하!”


차수호 형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왜 웃어요?”


“유형사가 오토바이 헬멧을 쓴 모습이 떠올라서 … 하하하!”


“그러네.”


이호식 형사도 웃기 시작했다.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웃음보를 터뜨리자, 유강인도 웃기 시작했다. 웃음은 전염되기 마련이었다.


웃음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잠시 후 셋이 웃음을 멈추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 바라봤다. 이제는 팀워크가 중요했다. 눈빛을 통해 마음을 나누었다.


차수호 형사가 입을 열었다.


“유형사, 작전보다 먼저 할 일이 있어. 강선애를 만나서 잘 설득해봐. 아는 사실을 다 말하라고 잘 달래봐. 강선애가 입을 열면 오토바이 헬멧을 쓸 필요가 없어.”


“네, 알겠습니다. 먼저 강선애를 만나서 잘 설득하겠습니다. 아는 게 있으면 사실대로 말하라고 잘 달래겠습니다. 저도 뒤통수 맞고 골로 가기 싫습니다.”


“그래, 유형사. 잘 해봐!”


이호식 형사가 손을 내밀었다. 유강인이 그의 손을 잡았다. 차수호 형사도 한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세 형사의 손이 한데 뭉쳤다.


세 형사가 뜨거운 체온을 나눴다. 그렇게 10년 미제 사건 행운 빌라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 시작 10 일차, 오후


형사 셋이 강선애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공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신이 나게 놀고 있었다.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뛰어다녔고 미끄럼틀을 타느라 바빴다.


세 형사가 상가 주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강선애가 사는 집이었다.


이호식 형사와 차수호 형사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렇게 유강인을 격려했다. 유강인도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답했다


잠시 후 선배 형사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상가 주택 앞에 유강인만 홀로 남았다.


유강인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강선애에게 전화했다.



삐리릭!



전화벨이 울리자, 강선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사님! 유강인 형사님!”


반가운 목소리였다. 약간 높으면서도 낭랑한 목소리였다.


유강인이 반가움에 슬슬 웃음이 나왔다.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수사 중이었다. 그가 정색하고 말했다.


“네, 유강인 형사입니다. 집 앞에 왔습니다.”


“그러세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강선애가 급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품에 넣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저번에 25분을 기다렸으니 이번에는 20분 기다려야 하나?‘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몸을 풀었다. 이번에도 오래 기다릴 거 같았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찌뿌둥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봤다.


멀리 있는 산이 참 가까워 보였다. 뛰어가면 금방 다다를 거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 미세 먼지가 없어서 그런지 시야가 참 좋았다. 초겨울에 접어들어 산천의 푸르름이 옅어졌지만, 생기는 아직 있었다.


유강인이 그렇게 5분 정도 멀리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며 가만히 서 있었을 때



스르륵!



상가 주택 공동 출입구 문이 열렸다. 강선애가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왔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강선애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20분 기다릴 줄 알았는데 5분 만에 나왔다.


“형사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강선애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닙니다. 별로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유강인도 같이 고개 숙였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강선애의 옷을 보고 다시한번 깜짝 놀랐다.


강선애가 늘 입던 검은색 원피스가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아이보리색 메리노울 코트를 입고 서 있었다. 안에는 하얀 블라우스가 귀여운 모습을 드러냈다. 섬세한 레이스 장식이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였다.


머리도 파마했는지 물결처럼 찰랑거렸다. 마치 큰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웨이브였다.


수수하고 단아했던 모습이 오늘은 화려하고 화사했다. 예전보다 화장을 진하게 했는지 이목구비도 뚜렷했다. 섬세한 눈썹과 오뚝한 콧날, 나비처럼 펄럭이는 속눈썹을 보자, 유강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유강인은 지금 강선애를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미인으로 ….


유강인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자, 강선애가 피식 웃기 시작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그러시더니 또! 그러시네. 왜 저만 보면 말이 없으실까? 아, 맞아! 희망 보육원에서는 아예 도망 다니셨죠? 형사가 아니라면서! 호호호!”


강선애가 예전 일을 생각하다가 유강인이 귀여운 듯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호식 형사와 차수호 형사였다.


차수호 형사가 말했다.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미인인 것 같네요.”


“그래, 나도 그런 거 같아.”


“미인이라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형사가 강선애 미모에 홀딱 넘어갈 수 있습니다.”


“뭐, 홀딱? 차형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는 지금 공무 수행 중이라고! 유형사가 그럴 리가 있겠어.”


“유형사가 강선애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회의 중에 유형사가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강선애를 위해서 사건을 풀어야 한다고 ….”


“각별? 글쎄, 내가 볼 때 각별보다는 연민 같은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니 각별보다는 연민의 정을 느낄걸. 그리고 사실 불쌍하잖아, 차형사도 생각해봐. 20살 나이에 부모와 동생을 모두 잃었는데 어찌 측은하지 않겠어!”


“하긴, 그렇네요. 각별보다는 연민 같네요.”


유강인이 강선애를 보며 환히 웃었다. 그의 귀에 선배들이 대화가 들리지 않았지만, 마음은 차수호 형사의 말과 같았다. 강선애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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