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24_유강인과 강선애의 비밀 약속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형사님, 유강인 형사님!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강선애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유강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라는 듯 재촉했다.


유강인은 입을 열지 못했다. 강선애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보고 그 매력에 매혹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입술에 접착제를 바른 듯 뗄 수 없었다.


‘안돼!’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머릿속에서 ‘형사라는 본분을 잊지 말자!’라고 계속 메아리쳤다. 그의 뜨거운 가슴과 정반대였다.


‘정신 차리자!’


유강인이 눈을 딱 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랑이라는 본능을 꾹 눌렀다.


잠시 후 그가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가, 강선애씨 … 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머, 이젠 말까지 더듬으시네. 큭큭!”


강선애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유강인이 당황하자, 그 모습이 재미있는 거 같았다. 그녀가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여기 있지 말고 다른 데 가서 얘기해요. 제가 좋은 커피숍을 알고 있어요.”


“커피숍까지 갈 필요가 ….”


커피숍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같은 날은 … 따뜻한 커피가 딱 좋아요.”


강선애가 말을 마치고 앞장섰다.



또각또각!



낭랑한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멀어져 갔다.


유강인이 선뜻 강선애를 따라가지 못했다.


“빨리 따라오세요. 형사님!”


강선애가 뒤를 돌아다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가 들리자, 유강인이 뭐에 홀린 듯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뱃사람이 로렐라이의 아름다움 목소리에 홀린 듯 했다.


“어! 둘이 얘기하러 가나 보네요, 선배님.”


차수호 형사가 급히 말했다. 이호식 형사가 서둘러 상황을 살피고 답했다.


“그렇군, 둘이 같이 가는군. … 유형사가 강선애를 잘 달래서 뭔가를 알아내야 할 텐데.”


“잘 될까요?”


“그야, 모르지. 유형사 하기 나름이겠지.”


“그렇죠. 알아서 잘하겠죠.”


차수호 형사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주먹을 꽉 쥐고 유강인이 잘하기를 바랐다.


유강인과 강선애가 5분 정도를 걸어서 대로에 접어들었다.


대로변에 상가가 즐비했다. 근처에 첨단기술 단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인들이 붐볐다.


상가에 술집과 고깃집이 많았다. 직장인들의 얄팍한 지갑을 노리는 듯 사방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강선애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상가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유강인도 뒤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강선애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2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옆에 상가 안내판이 있었다.


강선애 뒤에 서 있던 유강인이 상가 안내판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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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201호 하노이 진 쌀국수

202호 커피 다이어리

203호 후루룩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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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커피숍 이름을 확인했다.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바로 앞에 다이어리 커피숍이 있었다.


강선애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행동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많이 찾은 가게 같았다.


유강인은 문 앞에서 주춤거렸다. 그러다 고개를 쭉 내밀어 가게 안을 살펴봤다. 손님들이 꽤 많았다.


“휴~! 다행이다.”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커피숍이 텅 비어있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선애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하면 그 매력에 대항할 수가 없을 거 같았다.


강선애가 창가 자리로 걸어갔다. 마침 비어있었다.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대로가 한눈에 보였다.


저 멀리에는 웅장한 첨단기술 단지가 보였다. 단지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하고 강선애 맞은 편에 앉았다.


여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테이블로 걸어왔다.


“메뉴판입니다. 오늘 화사하게 입으셨네요. 언니!”


여종업원이 강선애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이 친한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강선애가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화정씨도 오늘 좋아 보이네요. 무슨 좋은 일 있어요.”


“그게, 오늘 월급날이잖아요. 그래서 종일 기분이 좋아요.”


“역시 직장인은 그렇죠. 월급날이 제일 기다려지죠. 호호호.”


강선애가 잠시 웃다가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도 그렇지 않냐는 듯이 쳐다봤다.


유강인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네, 그렇죠. 직장인은 월급날이 최고죠. 한 달 중에서 가장 보람 있는 날이죠. 하하하!”


유강인이 어색하게 웃는 사이에 강선애가 메뉴를 골랐다.


“저는 콜드 브루 라떼요. 형사님요?”


“네?”


유강인이 급히 메뉴판을 살폈다. 메뉴가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여종업원이 슬쩍 입을 열었다.


“저희 가게는 바닐라라떼가 맛있어요. 콜드 부르 바닐라라떼가 제일 잘 나가요.”


“그, 그래요. 그러면 그걸로 주세요.”


유강인이 얼떨결에 대답하자 여종업원이 빙긋 웃었다. 콜드 부르 바닐라라떼는 가격이 비쌌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조리대로 걸어갔다.


“휴우~!”


유강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주문을 했다.


몇 분 후 둘이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강선애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풍경을 구경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유강인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그렇게 춥지도 않고 … 그런데 저에게 하실 말씀이 ….”


“그게.”


유강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들고 있던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발랐다. 차마 하기 힘든 말을 하려는 듯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강선애가 어서 말하라는 듯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미간이 좁아졌다.


유강인이 화들짝 놀랐다. 그 표정에 뜨끔했는지 서둘러 말했다.


“그게, 좀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는데 ….”


“기분이 나쁘다고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강선애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어서 빨리 말하고 재촉했다.


유강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성동연합모임 감사와 총무라고 하셨죠?”


“네, 맞아요. 부모님이 감사와 총무를 하셨어요. 그게 무슨 문제라 있나요?”


“그 성동연합모임이 이상한 단체와 관련된 거 같아서요.”


“이상한 단체라고요?”


“네, 조사 결과가 그렇습니다.”


“무슨 이상한 단체를 말하는 건가요?”


“그게 사이비 종교단체 같은 ….”


“…….”


강선애가 입을 탁 닫았다. 얼굴에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강선애의 얼굴이 점점 뻘게졌다. 그런 그녀를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10초 후 강선애가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형사님!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해괴망측한 소리를 듣고 어떻게 저에게 그런 말을 ….”


“아! 그게 아니고 …”


강선애가 분을 참을 수 없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이었다.


“정말 실망입니다. 형사님!”


‘실망’이라는 말 한마디에 유강인의 어깨가 축 쳐졌다. 기습적인 카운터블로를 맞은 복서처럼 머리도 얼얼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 말실수를 했네요.”


유강인이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


강선애가 입을 꼭 다문 채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강인은 뿔이 난 강선애를 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강선애가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세간에 나쁜 마음을 품은 자들이 우리 성연모를 모함하고 있어요. 자기희생으로 사람들을 구원하는 우리한테, 사이비네 뭐네 하며 조롱하는 자들이 있어요. 형사님이 그자들의 말을 들은 모양이네요. 결단코! 우리 성연모는 그런 단체가 아니에요. 제발 믿어주세요. 우리 회장님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봉사단체를 만들고 매일매일 사랑을 실천하고 있어요. 형사님도 보셨잖아요. 희망 보육원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는지!”


“…….”


유강인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상냥했던 강선애가 돌변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강경한 태도였다.


유강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생각했다.


‘하긴, 하루아침에 믿음을 져버릴 수는 없지. 불가능한 일이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끄떡였다. 두 번째 계획을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사해보니 성연모를 비난하는 자들은 다 질이 나빴습니다. 다 헛소문이더군요. 확인 차 질문한 거뿐입니다.”


“오! 그렇죠! 역시 우리 형사님은 똑똑하셔. 호호호!”


강선애가 환하게 웃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았다. 이윽고 안도한 듯 자리에 앉았다. 남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유강인이 잠시 강선애를 모습을 지켜봤다. 첫 번째 계획이 보기좋게 실패했다.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그가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비밀 경호라는 함정을 파야 했다.


“저, 내일부터 강선애씨를 … 비밀 경호할 예정입니다.”


“네? 뭐라고요?”


“비밀 경호를 해야 합니다.”


“경호라고요? 그것도 비밀로!”


강선애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형사님, 갑자기 경호라니요? 그것도 비밀로?”


“네, 그렇게 됐습니다. 상,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더듬었다. 거짓말하기가 쑥스러운 거 같았다.


강선애가 유강인의 어색한 모습을 보고 의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강선애가 새침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졌다고요. 왜요?”


“그야, 재수사하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안전 조치입니다.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할 뿐입니다.”


“아! 그래요. 그런 거구나!”


강선애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떡였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일부터 한다고요? 언제까지?”


“그게,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보름이 될 수도 있고 ….”


“풋!”


강선애가 웃음을 터뜨렸다.


유강인이 놀란 토끼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니? 왜 웃으시죠?”


“든든한 형사님이 저를 지켜주신다니, 고마워서요. 큭큭!”


강선애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로 집 앞과 마을 근처에서 비밀 경호할 예정입니다. 이건 수사상 비밀이기 때문에 남에게 절대로 말하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절대로?”


“네,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말 그대로 비밀 경호입니다.”


“알겠어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큭큭!”


강선애가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다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리필 부탁드려요!”


“네! 손님. 그런데 … 오늘 기분이 참 좋아 보이네요.”


“그런가요? 큭큭!”


종업원이 슬쩍 유강인을 쳐다봤다. 그러다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큭큭! 거리며 웃었다.


‘이게 대체?’


유강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두 여자가 자기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커피 리필이 도착했다. 강선애가 시원하게 커피를 쭉 들이켰다.


“오늘 커피가 정말 맛있네요.”


강선애가 만족한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얀 이가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유강인이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해야 할 말이 남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경호할 때 … 검은색 가죽 잠바와 헬멧을 쓸 겁니다. 그 사람을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경호하는 겁니다.”


“검은색 가죽 잠바를 입고 헬멧을 쓸 거라고요?”


“네! 맞습니다.”


강선애가 두 눈을 치켜떴다. 잠시 후 입꼬리가 춤추듯 위로 올라갔다.


“큭큭!”


강선애가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한참 동안 웃음소리가 커피숍에 울려 퍼졌다.


종업원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강선애의 두 눈에 즐거운 눈물이 맺혔다.


“아니? 왜 웃으시죠?”


유강인이 강선애에게 물었다. 그녀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강선애가 웃음을 참고 말했다.


“형사님이 검은색 가죽 잠바를 입고 헬멧을 쓴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웃겨서요. 무슨 소꿉놀이하는 거도 아니고! 하하하!”


강선애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숙였다. 무척 쑥스러운 거 같았다. 하지만 그 복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소중한 뒤통수를 보호하려면 헬멧이 꼭 필요했다. 헬멧과 어울리는 옷은 가죽 잠바였다. 바로 바이크 라이더 복장이었다.


강선애가 그윽한 표정으로 유강인을 바라보다가 넌지시 말했다.


“이게 우리 사이 약속인가요?”


“약속이요?”


강선애의 질문에 유강인이 당황했다.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네,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좋아요. 우리 둘만의 약속! 잘 알겠어요.”


강선애도 고개를 끄떡였다. 얼굴에 기쁨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공무 수행을 위한 비밀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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