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어머니, 경찰이 궁전에 들이닥쳤습니다. 동숙 누님이 잡혀갔습니다.”
“아! 진짜구나.”
궁모가 울상을 지었다. 그녀가 크게 낙담했다.
“어머니, 궁녀가 차를 보냈습니다. 집 앞에 차가 있을 거예요. 그 차를 타세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알았다. 어쩔 수 없지.”
“한시가 급하니 몸만 챙겨서 나오세요.”
“응!”
궁모가 전화를 끊고 서둘렀다. 외출복을 대충 챙겨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치마였다.
집 앞에 콜택시가 있었다.
택시 기사가 운전석에서 나왔다. 궁모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어서 타세요.”
“아이고! 대체!”
궁모가 안절부절못하며 차에 탔다.
운전기사가 차에 시동에 걸었다. 택시가 지체하지 않고 출발했다. 그렇게 어둠을 가르며 도로를 내달렸다.
늦은 밤이라 날이 무척 추워졌다. 온도가 영하 8도로 향했다.
궁모가 몸을 덜덜 떨었다. 택시 안은 히터를 틀어서 따뜻했다. 몸이 춥기보다는 마음이 불안해서 떠는 거 같았다.
택시가 서쪽으로 내달렸다. 도심을 지나서 한적한 도로를 달렸다.
궁모가 초점 없는 눈으로 밖을 살폈다. 늦은 밤이라 사방이 어두웠다. 간혹 불 켜진 집만 보였다.
**
2시간 후
택시가 한적한 바닷가 도로를 달렸다. 여기는 인천 바닷가다.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던 궁모가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택시 기사가 핸들을 돌리며 답했다.
“손님, 목적지는 인천 바닷가 근처 주택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그렇군요.”
궁모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들이 여기에 집을 샀었나? 그런 모양인데 …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지?”
택시가 속도를 줄였다. 저 앞에 우측으로 빠지는 작은 길이 있었다. 택시가 그 길을 따라 달렸다.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 길은 바닷가 주택 진입로였다.
잠시 후 택시가 한 주택 앞에 멈췄다. 넓은 인천 바다가 훤히 보이는 호화주택이었다. 딱 보기에 부자들 별장 같았다.
주택에 불이 꺼져 있었다. 그래서 무척 어두웠다. 건물 실루엣만 어슴푸레 보였다.
“손님, 다 왔습니다.”
택시 기사가 말을 마치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차 밖으로 나와서 뒷좌석 문을 열었다.
“내리세요. 손님.”
“네,”
궁모가 차에서 나왔다. 그녀가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택시가 후진했다. 바닷가 진입로 들어가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이 가득한 바닷가 주택 앞에 궁모가 혼자 서있었다.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현재 기온은 영하 8도였다. 바닷바람이 부는 바닷가라 체감 온도가 더 낮았다. 영하 15도에 달했다.
궁모가 몸을 벌벌 떨었다. 이제는 추위에 떨었다. 찬 바람이 옷깃과 소매 안으로 들어왔다. 옷 안으로 수십 개의 칼날이 들어오는 거 같았다.
“아들이 … 어디에 있는 거지?”
궁모가 급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렇게 교주인 궁인을 찾았다.
그렇게 1분이 지났다.
궁모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궁인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어딘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렸다. 저 앞에 보이는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어?”
궁모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작은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작은 망치가 땅을 때리는 거 같았다. 그 소리가 궁모의 고막을 점점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궁모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말했다.
“아들!”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런데 보폭이 좁았다. 남자 발소리가 아니라 여자 발소리였다.
심상치 않은 발소리와 함께 깊은 어둠 속에서 희뿌연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희뿌연 물체가 정체를 드러냈다.
그건 소복을 입은 여자였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새하얀 고깔모자도 썼다.
마치 귀신 같았다. 으스스했다. 처녀 귀신이 불시에 등장한 거 같았다.
“헉!”
궁모가 깜짝 놀랐다.
소복 입은 여자가 궁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둘 사이는 거리는 5m였다.
궁모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녀가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손 검지로 소복 입은 여자를 가리켰다. 너는 누구냐는 거 같았다.
기다렸던 궁인이 아니라 웬 여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섬뜩하게 소복을 입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궁모가 소복 입은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 아! 말했다.
“궁녀구나. 네가 마중 나왔구나. 그런데 왜 소복을 입고 있어? 고깔모자를 왜 썼고? 아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소복 입은 여자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불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아들은 어디에 있어? 궁인은 어디에 있어?”
궁모가 계속 아들을 찾았다. 목소리 톤이 높아갔다.
그때!
“하하하!”
소복 입은 여자가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아주 섬뜩했다. 그리고 아주 불길했다. 소름이 끼치는 악마의 저주 같았다.
저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바닷가로 큰 파도가 몰려오는 거 같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바람 소리도 거세졌다.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이가 날아갈 듯한 바람이었다.
바람에 맞추어 소복이 거세게 날렸다. 펄럭이는 커다란 깃발 같았다.
궁모가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궁녀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소복 입을 여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차디찬 목소리였다. 펄펄 뛰는 심장을 단숨에 얼릴 정도였다.
“그래! 난 궁녀다. 너를 처단하러 온 저승사자다!”
“뭐, 뭐라고?”
궁모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복 입은 여자는 청천의 궁녀였다. 청천의 교주, 궁인의 아내였다.
“얼씨구!”
궁녀가 크게 외쳤다.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그 힘이 더해져 방방 뛰었다. 소복이 새하얀 눈처럼 흩날리는 거 같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궁모가 크게 외쳤다.
궁녀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외쳤다.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진동하는 막대 같았다.
“피에 굶주린 용왕이시여! 어서 오소서! 피 맛을 본 심청 황후님 어서 오소서! 저 요망하고 사특한 용궁 보살을 처단해야 합니다!”
“뭐, 뭐라고?”
궁모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궁녀는 궁인의 아내였다. 따라서 궁모의 며느리였다. 그런데 궁녀가 시어머니인 궁모에게 무시무시한 저주를 퍼부었다.
딸랑! 딸랑!
갑자기 방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궁녀가 품에서 방울을 꺼내더니 마구 흔들어댔다.
“네가 정녕 미쳤구나! 정신 차려!”
궁모가 크게 소리쳤다.
궁녀가 제자리 뛰기를 멈췄다. 방울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궁모에게 다가가며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핏값을 치려야 한다. 용궁 보살, 너는 죗값을 치러야 해! 이 마귀할멈!”
“뭐라고?”
궁모가 결국,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녀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궁녀가 오른손을 품에 넣었다. 길쭉한 걸 꺼냈다. 그건 15cm 칼이었다. 칼이 어둠 속에서 은빛 광채를 내뿜었다. 어선에 잡힌 작은 갈치 같았다.
파도 소리가 점점 커졌다.
철썩! 철썩!!
바람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합쳐져 세상을 날릴 폭풍이 다가오는 거 같았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꺼지는 거 같았다.
먹물 같은 어둠 속에서 소복이 눈부시게 빛났다. 찬란한 빛이 나는 거 같았다.
궁녀가 외쳤다. 사무친 외침이었다.
“너는 60년 전, 그때 한 짓을 갚을 때가 왔다. 용궁 보살! 이제 너는 죽어야 해!!”
“뭐, 뭐라고?”
“야아!”
궁녀가 고함을 지르고 내달렸다. 북극 한파가 소복과 함께 몰려오는 거 같았다.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정점에 달했다. 그때!
궁모가 뒤로 돌아서 도망쳤다. 하지만 빨리 달릴 수 없었다. 그녀는 80살이 훌쩍 넘은 노인이었다.
순간! 광채가 찬란한 빛을 뿜었다.
“악!”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비명과 함께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잦아졌다. 태풍의 눈에 들어온 거 같았다.
“으으으~!”
궁모가 등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검은색 코트가 찢어지고 아이보리색 블라우스가 붉게 물들었다.
“흐흐흐!”
궁녀가 웃음을 흘렸다.
궁모가 바닥을 엉금엉금 기기 시작했다.
‘어디 가나?“
궁녀가 칼을 바닥에 내던졌다.
쟁그랑! 소리가 들렸다.
궁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똑같이 당해야 해.”
궁녀가 걸음을 옮겼다. 손에 주사기가 있었다.
그녀가 궁모를 따라갔다. 바닥을 기며 도망가는 궁모를 원한에 사무친 귀신처럼 뒤따라갔다.
"네 피를 내놔!"
궁녀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네 피를 내놔! 어서!"
그 소리가 계속 들렸다.
궁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피로 흥한 자, 피로 망한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으으으~!”
궁모가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이젠 체력이 다한 거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지척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궁녀에게 외쳤다. 무척 억울한 목소리였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대체 왜!!”
궁녀가 크게 외쳤다.
“60년 전, 청기와집 뒷산 동굴에서 죽은 자를 떠올려라! 집사 고두영도 죽었다. 이젠 용궁 보살, 네 차례다!”
“뭐? 고두영을 죽였다고!”
궁모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번쩍 몸을 일으켰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궁모가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등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도가 몰아쳤다.
쾅! 하며 10m 파도가 바닷가를 덮쳤다.
“악!!”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궁모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렇게 한적한 바닷가에 참극이 생겼다.
잠시 후 차 소리가 들렸다. 차 한 대가 진입로로 들어왔다. 검은색 고급 세단이었다.
차가 멈추자, 궁녀가 차에 올라탔다. 궁녀가 타자, 차가 바로 출발했다. 그렇게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바닷가 별장 앞에 시신이 있었다. 궁모였다. 궁모의 시신은 어두운 밤 속에 버려졌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파도도 그 위력을 잃어갔다.
청천의 궁모가 그렇게 인천 바닷가 호화 주택 앞에서 죽었을 때 인천 북부경찰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진석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강력반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실에 두 사람이 있었다. 사건 담당 형사인 원창수 형사와 우경임상실험센터 부센터장인 장동숙이었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 새벽 1시로 향했다.
유강인이 자리에 앉았다. 원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장동숙씨가 수사에 잘 협조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번 헛기침하고 장동숙을 바라봤다.
장동숙이 체념한 듯 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무척 불쌍해 보였다.
원창수 형사가 장동숙에게 말했다.
“물 한 잔 드시고 진정하세요.”
“네에.”
장동숙이 앞에 있는 물잔을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물을 들이켰다. 반은 먹고 반은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불안에 떠는 장동숙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당황한 게 분명했다. 어쩔 줄 몰라 했다. 딱 봐도 조직의 핵심 같지 않았다.
이런 일을 벌이기에는 간이 작았다. 두목급이 아니라 두목이 믿는 수하 같았다.
“음~!”
유강인이 한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