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44_장동숙의 진술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줏의 서릿발>

by woodolee

유강인이 장동숙에게 말했다.


“지문 확인 결과, 당신은 우경임상실험센터 부센터장인 장동숙입니다. 이를 인정합니까?”


장동숙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장동숙씨는 현재 불법 의료 행위 및 살인 사건 공범으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 죄가 막중합니다.

지금부터 모든 답변은 피의자 진술로 기록됩니다. 제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세요. 그러면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이죠?”


장동숙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장동숙이 급히 말을 이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궁모님과 궁인님, 궁녀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 거 뿐이에요.

저는 정말 심부름꾼에 불과했어요.

그들을 믿고 따랐어요.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청천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궁모, 궁인, 궁녀라고요?”


“네, 그 셋이 청천의 삼위일체였어요. 셋이 하나와 같았어요. 그게 핵심 교리에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궁인은 기적을 행하는 자예요. 궁모와 궁녀는 궁인을 보좌하는 성가족이고요.

궁인이 태양처럼 중앙에 있고 궁모, 궁녀는 태양을 도는 위성처럼 궁인을 보좌했어요.

셋이 한 몸이 되어 신도들을 이끌었어요.”


“그렇군요. 삼위일체라!”


유강인이 청천의 교주, 병아리 2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분명히 말했었다.


자신은 기적과 저주, 복수의 화신이며 이것들을 하나로 뭉친 삼위일체라고 ….


유강인이 생각했다.


‘청천의 교주는 … 삼위일체를 참 좋아하는군.’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궁인은 청천의 교주고 궁모는 이름대로 궁인의 어머니인가요? 궁녀는 뭡니까? 궁인의 동생입니까? 아니면 아내입니까?”


“궁모는 궁극의 도를 깨달은 궁인을 낳은 어머니에요. 궁녀는 궁인의 아내고요.”


“궁모가 궁인의 낳았다고요? 친어머니인가요?”


“그, 그건 ….”


장동숙이 말을 흐렸다. 침을 힘들게 삼켰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궁모가 궁인의 친어머니가 아닌 거죠? 그렇죠?”


장동숙이 고개를 끄떡였다. 긴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맞아요. 궁모님은 궁인의 친어머니가 아니에요. 궁모님은 평생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정황상 장동숙은 궁모를 아주 잘 아는 거 같았다. 궁모의 핵심 측근인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원창수 형사에게 말했다.


“예인동으로 들어왔던 우경임상실험센터 차량은 어떻게 됐죠? … 계속 추적 중 인가요?”


원형사가 서류를 뒤적이다가 답했다.


“CCTV 통제센터에서 보고를 받았습니다. 차가 예인동을 떠난 후 김포시로 이동했습니다.

한 집에서 멈췄는데, 차에서 노인 한 명이 내렸습니다.

집 주소를 확인한 결과, 집주인은 최숙자씨였습니다. 최숙자씨는 85세이고 여성입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손뼉을 짝 쳤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85세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아주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궁모는 장동숙이 모시는 사람이었다. 장동숙은 70대였다. 궁모의 나이가 아주 많을 게 뻔했다. 최숙자가 85세라면 궁모의 가능성이 컸다.


최숙자라는 이름을 들리자, 장동숙의 어깨가 축늘어졌다.


유강인이 장동숙에게 말했다.


“장동숙씨, 최숙자씨가 우경임상실험센터장이죠? 어서 답하세요.”


장동숙이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맞아요. 센터장님 성함이 최숙자예요.”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센터장의 정체가 드러났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수사 결과, 우경임상실험센터는 청천과 아주 관련이 깊었습니다. 당신은 청천의 일원이고 부센터장입니다.

센터장도 청천과 관련이 깊나요? 혹 센터장이 … 궁모입니까?”


장동숙이 힘없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맞아요. 센터장님이 궁모예요.”


유강인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청천의 삼위칠체 중 궁모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최숙자였다.


이제 청천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거 같았다. 장동숙이 모든 걸 술술 불고 있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장동숙씨, 장동숙씨는 청천의 핵심 삼위일체가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면 종범입니다.

종범은 그 죄가 주범보다 약합니다. 그걸 명심하세요.”


장동숙이 서둘러 답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실대로 다 말하겠습니다. 제 어머니이신 궁모님도 다 드러난 마당에 숨길 것도 감출 것도 없습니다.”


유강인이 멈칫했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제 어머니이신 궁모님이라고?’ … 분명 궁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왜 자기 어머니라고 말하는 거지?’


유강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궁모와 궁인의 관계는 종교적인 관계였다. 실제 모자 관계가 아니었다.


최숙자와 장동숙의 관계는 궁인과 궁모 관계보다 더 애틋한 거 같았다.


궁모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면 둘은 양어머니와 수양딸 관계 같았다.


유강인이 질문을 던졌다.


“장동숙씨, 최숙자씨를 어머니라고 말하셨는데, 어떤 의미의 어머니죠? 수양 어머니 같은 건가요?”


장동숙이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시, 실은 ….”


“실은 뭔가요?”


“실은 우리는 신어머니와 신딸 사이에요.”


“네에? 신어머니와 신딸사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신딸과 신어머니는 무속에서 말하는 용어였다. 신어머니는 어미 무당이고 신딸은 어미 무당이 거느리는 새끼 무당이었다.


최숙자가 바로 어미 무당이고 장동숙은 새끼 무당이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무속이 등장했다.


이번 사건은 그 양상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먼저 사이비 종교, 청천이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우경병원 산하 우경임상실험센터가 청천과 연결됐다. 거기에다가 무속까지 등장했다.


사이비 종교, 과학 시설, 무속 세 개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이번 사건은 정말 희한한 사건이군. 어떻게 사이비 종교와 임상실험센터, 무속이 하나로 연결되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유강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유행가처럼 요지경이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고 이거라고 꼭 짚어서 단정할 수 없었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장동숙씨, 언제부터 최숙자씨의 신딸이 됐죠?”


“… 그게 벌써 60년도 넘었어요. 제가 아홉 살 때 신딸이 됐어요. 갑자기 몸이 아팠어요. 무병이었어요.

그래서 친어머니가 무당을 불렀어요. 내림굿을 받고 병이 깨끗이 나았어요.”


“네에? 6, 60년이라고요?”


유강인이 그 오랜 시간에 깜짝 놀랐다.


장동숙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네, 그래요. 그렇게 신어머니를 만났어요. 이후 신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셨어요.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렇게 됐어요. 신어머니는 친어머니와 같았어요.”


“그렇군요. 신어머니 무당 이름이 뭐죠?”


“용궁 보살이에요.”


“용궁 보살이라고요? … 모시는 신이 용궁과 관련이 있나요?”


“네, 맞아요. 영험하신 용왕님과 효성이 지극한 심청 황후님을 동시에 모셔서 이름이 용궁 보살이에요.”


“장동숙씨의 무당 이름은 뭡니까?”


“저는 용궁 선녀예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기억의 창고에 두 무당의 이름을 수납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그렇군요. 다른 제자도 … 있나요?”


장동숙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유강인이 씩 웃고 말했다.


“다 아는 수가 있습니다.”


장동숙이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떴다.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아아~! 지금 탐정님한테 신기가 느껴져요. 혹 신내림을 받으셨어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지 크게 웃었다. 원창수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원형사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유강인 탐정님은 신내림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타고난 수사의 신입니다.

그러니 거짓말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마세요. 거짓말하면 다 알아채십니다. 아주 기가 막히게!”


장동숙이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아! 그렇군요. 문곡성(북두칠성의 별 이름) 포청천이 인간계에 내려왔군요.”


장동숙이 유강인의 얼굴을 보고 벌벌 떨었다. 진짜 유강인한테 신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명정대한 판관 포청천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검은 얼굴이 염라대왕처럼 무서웠다.


“아, 그럼 나는 포청천 옆에 있는 어묘 전조인가? 하하하!”


원창수 형사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전조는 포청천의 심복 중 하나로 체포와 호위를 담당했다. 4품 어전호위로 남협이라 불렸다.


어묘(御猫)는 황제가 전조의 날쌘 동작을 보고 지은 별명이었다. 왕의 고양이라는 뜻이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또 신기 타령이군. 내가 박수무당처럼 보이나. 이거 참!’


장동숙이 입을 열었다. 공명정대 문곡성 포청천 앞에서 살려면 아는 대로 다 말해야 했다.


“저는 그냥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에요. 새끼 무당으로 어머니를 보좌하다가 한 부부를 알게 됐어요.

1년 전이었어요. 어머니가 처음 보는 부부를 소개했어요. 그들과 함께 신박한 사업을 할 거라고 했어요.”


부부라는 말에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 부부가 궁인과 궁녀입니까?”


“네, 맞아요.”


“그들이 어떻게 생겼죠?”


“얼굴을 보지는 못했어요. 부부가 어둠 속에 서 있었어요. 너무 깜깜해서 사람 실루엣만 보였어요.”


“그래요? 그 이후에 부부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없어요. 항상 어둠 속에서만 등장했어요.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렸어요. 의식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얀색 롱 패팅과 하얀색 바지 입고 하얀색 후드를 뒤집어썼어요.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군요.”


“어머니가 그 부부와 함께 신도를 모았어요. 남편이 궁인이었고 부인이 궁녀였어요. 셋이 약을 만들었어요.

그 약을 신도들에게 먹이고 주사를 놨어요. 오늘은 청천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오후에 신도들이 약을 먹고 밤에 주사를 맞으면 사업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오늘밤이 매우 중요했군요. 청천의 마지막 날이었군요. 가건물에 어떻게 오셨죠? 우경임상실험센터 밴을 타고 가건물로 오신 건가요? ”


“네, 맞아요. 그 밴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가건물로 갔어요. 오늘 따라 어머니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저만 내리고 어머니는 귀가하셨어요.”


“그렇군요.”


사건의 전모가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원창수 형사에게 말했다.


“센터장, 최숙자를 체포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경찰을 자택으로 보내겠습니다.”


원형사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사실에서 나갔다.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장동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오랜 기간 모신 신어머니를 배신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새날 카페를 통해 신도들을 모집했나요?”


장동숙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답했다.


“맞아요. 새날 카페를 통해 임상실험을 홍보했어요. 참여자 중 쓸만한 사람을 골라서 포섭했어요.

그렇게 그들을 청천의 독실한 신도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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