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1_강선애 용기를 얻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강선애씨! 강선애씨, 괜찮아요?”


유강인이 강선애를 품에 안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몸을 흔들었다. 강선애의 머리가 힘없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서 구급차를 불러야겠어!”


차수호 형사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으으으!”


강선애가 힘들게 눈을 떴다. 아주 천천히 ….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쉬며 반쯤 뜬 눈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집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괴한이 집 안을 다 뒤진 듯 난장판이었다.


장마다 서랍이 활짝 열려있었고 바닥에는 신발 자국이 선명했다. 애지중지 모았던 각양각색의 자기들도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흩어졌다.


“흑!”


강선애가 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따라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뜨거운 눈물이 유강인의 손을 적셨다. 아주 흥건히 ….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눈물이 뜨거웠다. 강선애가 엄청난 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게 분명했다.


“흑!”


강선애가 눈물을 계속 흘렸다.

유강인이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선애가 마음 깊은 곳, 분노와 배신, 슬픔을 다 쏟아낼 수 있도록 가만히 안아주었다.


감정의 찌꺼기가 나가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었다.


상가주택 공동 출입문 앞에 경찰이 모여 있었다.


이호식 형사가 괴한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도대체 넌 누구야?”


괴한은 수갑을 찬 채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복면을 쓰고 있었다. 이마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피가 복면을 붉게 적셨다.


“이놈!”


이호식 형사가 화를 참지 못하고 괴한의 복면을 확 벗겨 버렸다.


순간, 범인의 얼굴의 만천하에 드러났다.


“역시! 맞는구나. 빵집 주인이었어. 그럼 그렇지.”


범인의 얼굴을 확인한 이호식 형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삐리릭!



차수호 형사가 전화 받았다.


“네! 선배님.”


“빵집 주인이 범인이야. 역시, 그놈이었어.”


“그렇군요. 역시 범인은 빵집 주인이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구급차는 왔나요? 강선애씨를 병원으로 후송해야 합니다.”


“그래? 많이 다쳤어? 유형사는? 유형사는 괜찮아?”


“유형사는 한 대 맞은 거 빼고는 괜찮은 거 같습니다. 강선애씨는 상처가 많고 매우 놀란 거 같습니다.”


“알았어, 구급차는 아직이야. 곧 오겠지.”


“알겠습니다, 선배님.”

차수호 형사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엿듣던 강선애가 두 눈을 토끼 눈처럼 커졌다. 차형사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이를 악물었다. 몸을 일으켰다.


“안됩니다. 쉬셔야 합니다.”


유강인이 강선애를 말리며 그녀를 다독였다.


“아, 아니에요. 제가 확인해야 해요. 빵집 주인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강선애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부지런히 닦았다. 그녀가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한발 한발 걸었다.


“아, 이런.”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강선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잠시 후 공동 현관문이 열렸다.


강선애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바로 괴한이아ᅿ갔다.


괴한은 강선애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내려다봤다.


강선애가 떨리는 눈으로 괴한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몇 초 후


“억!”


강선애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손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가녀린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그녀가 외쳤다.


“맞, 맞아요! 빵집 주인이! …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짓을!”


강선애가 크나큰 배신감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강선애씨! 강선애!”


유강인이 공동 현관문에서 나왔다. 그가 강선애를 안았다. 그녀는 졸도했다.


“빨리 구급차를! 빨리!”



앵! 앵!



그때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요원들이 차에서 내렸다. 강선애를 차에 실었다.



***



여기는 황산 병원 응급실이다.


강선애는 가운산동 근처에 있는 황산 병원으로 입원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쇼크 때문에 기절했다고 의사가 진단했다.


한 참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날이 어두워 밤이 되었다.


형사들이 응급실 건물 밖에 있었다. 유강인과 차수호, 이호식 형사였다.


유강인은 강선애가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했다. 계속 서성였다.


차수호 형사는 너무나도 기구한 운명인 강선애를 생각하며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이호식 형사는 할 일이 있었다. 이제 서울청으로 가야 했다. 빵집 주인 정일권을 조사해야 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걱정하지 마. 정일권 그자를 밤샘 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밝힐게.”


“네, 수고해주세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선배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호식 형사가 경찰차에 올라탔다.


그때 응급실 출입문이 열렸다. 강선애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이 무척 수축했다.


강선애가 앞에 있는 유강인을 보고 슬프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녀가 한발 한발 그를 향해 걸어갔다.


“이젠 괜찮아요?”


유강인이 강선애에게 말했다.


강선애는 아름다운 여인이자 가련한 운명의 희생자였다.


“…….”


강선애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꼭 감았다. 잠시 입을 닫았다.


유강인이 다시 물었다.


“강선애씨, 괜찮아요?”


강선애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다물었지만, 분명 유강인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거 같았다.


“강선애씨!”


유강인의 세 번째로 강선애를 불렀다. 그 부름에 강선애가 천천히 눈을 떴다. 빛나는 미소가 아니라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눈썹이 요동쳤다.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눈썹과 달리 입술은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별거 아니래요. 푹 쉬면 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희가 마련한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현재 집은 위험합니다.”


“그렇겠네요. 집이 위험할 수 있겠어요. 이젠 저도 표적이 됐으니 … 10년 전 부모님과 동생처럼 ….”


강선애가 비참한 처지를 깨닫고 말을 흐렸다.


유강인이 송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험한 일은 없었을 겁니다.”


유강인이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자기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아니에요! 형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이 모든 건 ….”


강선애가 급히 말했다. 말을 잇지 못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품은 거 같았다. 눈망울이 점점 원망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미간이 찌푸려졌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강선애씨, 어디 아프세요?”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강선애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강선애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꼭 깨물었다. 그리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 사람 때문인 거 같아요. 그자가 나를 해치고 책까지 뺏으려 했던 거예요.”


“네?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자세히 말해봐요?”


유강인은 큰소리로 물었다. 강선애가 드디어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강선애가 가슴을 폈다. 이젠 울지 않겠다는 거 같았다. 그녀가 유강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두 손을 꼭 쥐고 말을 이었다.


“형사님이 오기 전에 그 사람하고 통화했어요.”


“네? 통화했다고요? 누구하고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혹, 황보술?”


“…….”


강선애가 대답 대신에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황보술하고 통화했다고요? 그자가 무슨 말을 했죠?”


“휴우~!”


강선애가 크게 숨을 내쉬며 심호흡했다. 마음속에 꼭 박혀있었던, 헛된 희망과 맹목적 믿음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강선애는 앞이 컴컴했다. 십 년 넘게 맹목적으로 믿어오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유강인이 있었다. 유강인은 그녀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에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얻고 입을 열었다.


“황보술에게 전화했어요. 아버지가 준 책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순간, 움찔했어요.”


“그래요? 그다음엔?”


“몇 초간 말이 없다니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했다고 말했어요. 떨리는 목소리였어요. 그동안 열심히 봉사한 대가로 줬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믿었어요. 회장님이 저를 절대로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회장님이 말했어요. 책을 소중히 보관하라고 말했어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도 말고 넘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어요. 우리 교단의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고 했어요.”


“황보술이 그런 말을 했군요. 그런데 그 뒤에 빵집 주인이 그 책을 뺏으러 온 건가요?”


강선애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녀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네! 형사님들이 나가신 후 얼마 있다가 초인종이 울렸어요. 1층 빵집 주인이었어요. 그자가 회장님이 보낸 케이크가 있다면 1층으로 와서 케이크를 가져가라고 했어요. 자기는 다른 곳으로 배달 간다고 했어요. 그래서 1층으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서 저를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괴한이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몸을 밧줄로 꽉 묶었어요. … 흐흑!”


강선애가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는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그자가 집을 막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너무나 무서웠어요. 저도 10년 전 엄마, 아빠, 동생처럼 죽는 줄 알았어요. 그자의 정체가 … 놀랍게도 빵집 주인이었어요. 매일 보며 인사한 단골이었는데 … 간혹가다 봉사 활동도 같이하는 다정한 이웃이었어요. 그런데 그자가 저에게 그런 짓을 했어요. 이는 도저히 … 흐흑!”


강선애가 결국,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서러움을 참을 수 없는지 풀썩 쪼그리고 말았다. 뜨거운 눈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다가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님, 빵집 주인이 황보술의 사주를 받고 책을 훔치러 온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몹쓸 짓을 한 겁니다.”


차수호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아 그런 거 같군. 그렇지 않으면 빵집 주인이 강선애씨 집을 뒤질 이유가 없지. 분명 빵집 주인 뒤에 황보술 그자가 있는 거야. 황보술이 강선애씨 전화를 받고 황급히 빵집 주인에게 연락한 거야. 책을 확보하라고!”


“맞습니다, 선배님. 빵집 주인 핸드폰을 압수해서 통화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알았어. 이선배님께 통화 기록을 확인하라고 연락할게.”


차수호 형사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호식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이형사가 전화 받았다.


“차형사. 강선애씨는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강선애씨가 중요한 진술을 했습니다. 우리가 오기 전에 황보술하고 통화했다고 합니다. 황보술 그자가 아버지가 남긴 책을 물어봤답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우리가 집에서 나간 후, 빵집 주인이 강선애씨를 납치했답니다.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 몸을 묶고 집을 뒤졌답니다. 빵집 주인이 황보술의 사주를 받은 거 같습니다. 빵집 주인 통화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알았어. 그런 일이 있었군. 바로 조치하지.”


강선애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질기고 질긴 악연을 끊겠다는 듯 거 같았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강선애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꼭 닫았다. 순간, 몸을 뒤로 휙 돌렸다.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응?”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선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몸을 돌린 강선애가 뭔가를 결심한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가 다시 몸을 획 돌렸다.


그때, 책이 보였다.


강선애의 손에 작은 책 두 권이 들려있었다.


책을 본 유강인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선애가 이를 악물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유강인에게 걸어갔다. 책 두 권을 그에게 건넸다.


“한 권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준 책이에요. 궁극지상 12계예요. 다른 책은 회장, 아니 그 몹쓸 자가 제게 준 궁극지상 12금계예요.”


“궁극지상 12계와 궁극지상 12금계라고요?”


유강인이 책을 두 권을 들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차수호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 들고 있는 책 두 권을 유심히 봤다.


강선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말했지만, 성동연합모임의 실체는 종교 단체예요. 진짜 이름은 음양일체교예요. 우리끼리는 음일교라 불러요. 다사랑 한마음 교회와 평화와 사랑의 성당, 평화사 모두 우리 교단에서 운영하는 종교 단체예요. 세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려 교회, 성당, 절로 위장해서 포교를 해왔어요.”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건 해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책 두 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책들은 무슨 책이죠?”


강선애가 책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다 차마 보기 싫은 듯 두 눈을 꼭 감고 말을 이었다.


“궁극지상 12계는 영생할 수 있는 최고 경지를 말해요. 황보술 그자가 12계를 통달하면 자기처럼 인간 세상의 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저 책은 교주만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저 책을 저에게 주셨어요. 책을 잘 간직하라고 당부하셨어요. 남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하고 신신당부하셨죠. 책을 왜 주시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빙긋 웃기만 하셨어요.”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럼 궁극지상 12금계는 무슨 책이죠?”


“궁극지상 12계는 남성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예요. 궁극지상 12금계는 여성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경지를 말해요. 제가 교단의 성녀가 되던 날, 황보술 그자가 저에게 줬어요. 성녀는 여성 신도 중에서 뽑는데 후보자들을 선녀라고 불렀어요. 저도 선녀였어요. 최종으로 제가 성녀로 선택되었죠.”


유강인이 궁극지상 12금계 책을 펼쳤다. 내용을 대충 훑어보며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책 내용은 여성이 하지 말아야 할 12개 금지였다. 이를 수련하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항상 남자를 멀리하고 순결을 지키며 몸을 하루 세 번 생수로 깨끗이 씻으라고 ….”


궁극지상 12금계를 읽던 유강인이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소리를 들은 차수호 형사도 기가 막힌 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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