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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19.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35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35화_자서전 원고와 대필 작가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내용을 살펴봐. 자서전이 맞는지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조수 둘이 서둘러 움직였다. 백정현 형사가 1권, 황정수가 2권, 황수지가 3권 목차를 확인했다.


셋이 차례대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자서전 내용이 맞아요. 목차를 보니 백두성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기 내용이에요.”


“2권은 중년 시절이에요.”


“3권은 노년 시절 내용이에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백정현 형사가 1권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수사의 보람을 느낀 듯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이제야 원고를 찾았습니다. 곧 비밀을 곧 알 수 있겠죠.”


유강인이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답했다.


“백형사님, 아직 안심하시는 이릅니다. 내용을 꼼꼼히 다 살펴야 합니다.

정수, 수지! 목차를 확인하고 페이지 수를 살펴. 중간에 혹 빠진 페이지가 있나 살펴봐.”


“네! 알겠습니다.”


“페이지 수를 다 확인할게요.”


황정수와 황수지가 목차를 확인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페이지가 착착 넘어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소리에 나름 박자감이 있었다.


1분 후


황정수가 아! 하며 외쳤다. 그가 말했다.


“2권 끝부분에 빠진 페이지가 있어요. 20페이지가량이 부족해요.”


“뭐라고?”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황수지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3권도 마찬가지예요. 군데군데 비는 페이지가 있어요. 40페이지 정도 빠진 거 같아요.”


“이런! 원고가 다 있는 게 아니었네요.”


백정현 형사가 실망감을 표출했다. 중요한 부분이 빠진 거 같아 맥이 빠졌다.


그건 유강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맥이 빠졌는지 어깨가 축 쳐졌다.


황정수가 백두성의 말을 떠올리고 말했다.


“분명 백두성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2권 끝부분에 중요한 게 있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이 빠진 거 같아요.”


유강인이 잠시 말이 없었다.


애써 찾은 단서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거 같았다.


1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내용을 확인해야죠.”


황수지가 애써 힘을 내고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내용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원고 세 권을 챙겨. 차로 돌아가서 내용을 확인하자.”


“네, 알겠습니다.”


“맞아요, 그게 좋겠어요. 아직 실망하기에는 일러요.”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과 백정현 형사가 따랐다.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천일수 사건과 달리, 백두성 살인 사건은 범행 수법이 치밀했다. 자서전도 마찬가지일 거 같았다. 놈들이 어설픈 실수를 할 리 없었다.


그렇게 넷이 복도를 걸을 때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우측에 있는 계단 출입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문은 닫혀 있었다.


유강인이 눈빛이 빛났다. 급한 일이 생겼다는 걸 알아챘다.


쾅! 하며 계단 출입문이 열렸다. 정찬우 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문을 활짝 열고 복도로 들어왔다.


“정형사!”


유강인이 정형사를 보고 말했다.


정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두 눈에 커다란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딱 봐도 큰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정찬우 형사는 대필작가 신원을 확인하고 행방을 조사 중이었다.


“선배님!”


정형사가 유강인을 찾았다. 유강인이 후배 형사의 다급한 모습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기쁜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이 분명했다.


정찬우 형사가 급히 말했다.


“대필작가 셋의 행방이 현재 묘연한 상태입니다. 연락해도 무응답입니다.”


“그렇군.”


유강인이 동요하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예상대로였다.


자서전 담당자인 이동희 대리뿐만 아니라 대필작가 세 명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분명! 넷한테 커다란 문제가 생긴 거 같았다. 놈들에게 당했거나 아니면 놈들과 한패일 수 있었다.


사건이 점점 커져만 갔다.


먼저 비밀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차례대로 죽었다.


그들은 영화감독 천일수와 영화배우 백두성이었다. 모두 고령이었다. 나이를 고려할 때, 그들이 폭로하려는 비밀은 오랫동안 감춰진 비밀이 분명했다.


이후 백두성 집에 불이 났다. 사건은 멈추지 않았다. 출판사 직원 이동희 대리와 자서전을 담당한 대필작가 셋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덩달아 SSD와 하드도 사라지면서 원고 파일도 같이 증발했다.


그렇게 증인과 증거가 사라졌다.


그러다 한 직원의 도움으로 재활용 통에서 교정 교열용 원고를 확보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확인해보니 군데군데 내용이 빠졌다.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놈들이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 게 확실했다.


천일수 살인 사건과 달리 놈들의 수법이 어설프지 않았다.


천일수 사건은 소금이라는 단서가 있었다. 그 단서로 범인 오태환을 쉽게 잡았다. 하지만 지금 자서전과 둘러싼 음모와 살인, 실종 사건은 쉽지 않았다.


놈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한발씩 앞서 나갔다.


황정수가 몸을 떨며 말했다.


“세상에! 놈들이 대필작가까지 다 해치운 건가요? 도대체 몇 명을 죽이는 거죠?”


황수지가 거들었다.


“정말 무서운 놈들이에요. 대체 무슨 비밀이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요?”


두 조수가 혀를 내둘렀다. 악당의 악랄함과 집요함에 질린 듯했다. 두 눈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악당이 비밀을 반드시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같았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침착해야 사건을 풀 수 있었다. 그렇게 차분함을 되찾고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 대필작가 휴대폰을 위치 추적해. 가족과 지인한테 연락해서 셋의 행방을 찾아.”


“네, 알겠습니다.”


정찬우 형사가 답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서울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렇게 미라클 북스 출판사 조사가 끝났다.


일단 방화 위험은 없는 거로 결론이 났다. 



**



유강인이 애써 답답한 마음을 감추고 탐정단 밴으로 향했다. 차에서 자서전 원고를 확인해야 했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차에 들어간 유강인과 조수 둘이 자서전 원고를 살폈다.


황정수가 1권, 황수지가 2권, 유강인이 3권을 맡았다. 각 권은 250페이지 분량이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황정수가 재빨리 1권을 다 읽었다. 1권은 맛보기에 불과한 책이었다. 그래서 정독할 필요가 없었다. 대충이지만, 그 내용을 다 훑어봤다.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비밀이라고 할만한 건 없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1권 안에는 비밀이 없을 거 같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차 안이라 춥지는 않았지만, 허기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탐정단은 저녁 식사를 못 했다. 뭐라도 먹어야 했다. 황정수가 쑥 들러간 배를 움켜잡고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탐정님,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배가 고파서 책을 읽기 힘들어요. 책 내용이 하나도 안 들어와요.”


“맞는 말이에요. 뭐라도 먹어야 해요. 저도 배고파요.”


황수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유강인도 고개를 끄떡였다. 저녁 먹을 때가 많이 지났다. 그가 황정수에게 말했다.


“그럼, 정수가 나가서 뭐라도 사 와. 요기할 거리로.”


“알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테이크아웃할게요.”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나갔다. 그가 사방을 살폈다. 여기는 번화한 곳이 아니었다. 회사 사옥이 모여 있는 4차선 도로였다.


편의점, 마트 등만 보일 뿐, 음식점은 보이지 않았다.


황정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회사원들을 상대로 장사할 음식점을 찾았다.


그렇게 1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궁하면 이루어지듯이 그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아, 저기다!”


저 앞에 돈가스집이 간판이 보였다. 황정수가 입맛을 다셨다. 돈가스를 집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차 안에서 자서전 3권을 살피던 유강인이 황수지에게 말했다.


“수지, 2권에 특별한 내용이 있어?”


황수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탐정님, 특별한 내용은 없는 거 같아요. 백두성 회장님이 배우를 그만두고 엔터 사업에 뛰어드는 내용인데, 특별한 비밀 같은 거 없어요.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지만, 굴하지 않고 사업에 성공하는 얘기에요.”


“그렇군. 나도 마찬가지야. 노년이 돼서 새로운 사업인 IT 분야에 뛰어들어 고전하지만 결국, 성공하는 얘기야. 전형적인 성공담이야. 특별한 건 없었어.

수지 말대로 군데군데 빠진 곳이 있었어. 아마 거기에 비밀이 있었겠지.”


“저도 마찬가지예요. 끝부분이 빠져 있어요. 백회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2권은 끝부분이 중요하다고 … 그 부분이 빠진 거 같아요.”


“그래. 놈들이 수를 쓴 거 같아. 중요한 부분을 챙기고 나머지는 버린 거 같아. 쓸데없다고 여긴 거지.”


“그러면 이 원고들을 철저히 분석해도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중요한 내용이 다 빠졌으니 ….”


“그렇긴 하지.”


유강인이 말을 흐렸다. 원고를 훑어본 결과, 애써 원고를 분석해도 소용이 없을 거 같았다. 현재 분석하는 원고는 단팥 없는 단팥빵과 같았다. 앙꼬없는 진빵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낙담한 모습을 보이자, 황수지가 위로했다.


“탐정님, 다른 수가 있겠죠.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렇겠지.”


유강인이 힘을 내서 답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원고를 다 읽고 내려놨을 때


황정수가 헐레벌떡 탐정단 밴으로 뛰어왔다. 한 손에 돈가스 포장을 들었다. 밴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더니 문을 활짝 열었다. 그가 말했다.


“탐정님, 돈가스 덮밥을 샀습니다. 돈가스 중 덮밥이 맛있다고 했어요. 베스트 메뉴래요.”


“그래, 좋았어. 어서 먹자고.”


유강인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지만, 그럴수록 힘을 내야 했다. 맛있는 돈가스를 먹고 힘을 내기로 했다.


황정수가 돈가스 덮밥과 숟가락을 돌렸다.


유강인이 숟가락을 들고 밥과 함께 잘 튀겨진, 노릇노릇한 돈가스를 한 입 베어서 꿀컥 삼켰다.


참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소스가 혀를 놀렸다. 소스가 충분해서 돈가스가 퍽퍽하지 않았다.


훌륭한 맛이었다. 그가 먹어 본 돈가스 중에서 넘버 원이라고 할 만했다.


황정수가 돈가스를 꼭꼭 씹으며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진장 배고플 때, 음식이 탁 들어가면 누구나 황홀하기 마련이었다. 그가 함빡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진짜 맛있다. 여기에 돈가스 맛집이 숨어있었구나. 역시 세상은 넓어. 먹을 게 널려 있어.”


황정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하루의 피곤이 싹 사라진 거 같았다.


그건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돈가스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돈가스 맛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입맛에도 대단히 훌륭했다. 그녀가 말했다.


“튀김옷하고 고기가 참 잘 어울리네요. 소스도 훌륭해요. 밥과 돈가스를 부드럽게 감싸줘요.”


유강인이 격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참 맛있는 돈가스 덮밥이었다. 이 밥을 먹고 다시 힘을 내야 했다.


이제 초반전이 끝났다. 중반전 시작이었다. 탐색전을 종료하고 적을 코너로 몰 대책을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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