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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20.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36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36화_잔혹한 적의 등장


시간이 흘러 야심한 밤이 되었다. 무척 어두운 밤이었다. 밤기운이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았다. 음산한 기운이 곳곳에 돌았다.


뭔가가 벌어질 듯한 그런 밤이었다.



여기는 울창한 숲속 공터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뭔가가 숲속에서 튀어나왔다.


쿵! 소리가 들리고 한 사람이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으으으!”


살이 찌고 키가 작은 남자였다.


남자가 바닥에서 바둥거렸다.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사지가 묶여 있었다. 튼튼한 끈이 손목과 발목을 꽉 조였다.


“살려줘~!”


남자가 바닥에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여기는 깊은 숲속이었다. 인기척은커녕, 풀벌레 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희미한 달빛과 별빛만이 숲속 공터를 비출 뿐이었다.


남자의 두 눈에 커다란 공포심이 서렸다. 그가 크게 울부짖었다.


“살려줘! 제발!!”


1분 후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공터에 등장했다. 깊은 어둠을 헤치며 길을 걷다가 바닥에서 바둥거리는 남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남자 다섯이었다.


다섯 중 가운데 사람이 심상치 않았다. 손목이 묶여 있었다. 무척 두꺼운 끈이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을 거 같았다.


손목이 묶인 남자는 중간 키에 근육질이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었고 입술이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넷이 한 사람을 여기로 끌고 온 게 분명했다.


끌려온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바들바들 떨다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크게 외쳤다.


“남태호 작가님!”


남태호 작가라는 말에 바닥에서 몸부림치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백두성 자서전 1권을 담당한 대필작가 남태호였다.


남태호가 자기를 부른 남자를 찾았다. 그 남자는 사람들 속에서 손목이 묶였다. 남태호도 급히 외쳤다.


“지인태 작가님!”


손목이 묶인 남자는 지인태였다. 백두성 자서전 2권을 담당한 대필작가였다.


대필작가 두 명이 숲속 공터로 끌려왔다. 지인태는 손목이 묶였고 남태호는 손목과 발목이 다 묶였다.


대필작가 둘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 참담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둘 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심한 구타를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지인태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퇴근길에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아파트 단지를 따라서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이 나타났다. 차에서 괴한이 뛰어나오더니 그를 끌고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지인태는 어두운 창고에서 모진 구타를 당했다. 그렇게 수모를 당한 후 다시 차로 끌려갔다. 1시간 후 이곳에 도착했다.


지인태가 동료 작가 남태호를 보고 사태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둘 다 백두성 자서전 대필작가였다.


“흐흐흐!”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인태를 둘러싼 남자들이 흘리는 비웃음이었다.


지인태의 간이 콩알만 해졌다. 넷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둘러싼 남자들에게 간청했다.


“저는 직업상 글을 쓴 거뿐입니다. 그것뿐입니다. 다른 건 전혀 없습니다. 아무런 죄가 없어요. 저를 풀어주세요! 제발!!”


남자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검은색 옷을 입은 블랙 맨이었다.


검은색 모자,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와이셔츠, 넥타이도 검은색이었다. 구두도 검은색이었다.


지인태는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절망감에 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키가 큰 남자였다. 그도 블랙 맨이었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감쌌다.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자, 검은 옷 남자 넷이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폭력 조직에서 큰 형님을 대하는 듯했다.


키 큰 남자가 대장이고 다른 넷은 부하 같았다.


키 큰 남자가 지인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매우 존경하는 지인태 작가님, 어서 아는 대로 다 말하세요. 백두성 자서전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죠? 백회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자서전에 넣었나요?”


“네에?”


지인태가 깜짝 놀랐다. 그가 몸을 일으키고 급히 답했다.


“백회장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다듬어서 책에 실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빠짐없이 다 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존경하는 지인태 작가님, 인터뷰 녹음 파일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사실과 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키 큰 남자가 말을 마치고 손뼉을 짝 쳤다. 그러자 남자 넷 중 둘이 남태호한테 달려갔다.


“안돼!”


남태호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러댔다. 공포에 질린 다급한 외침이었다.


이윽고 비명이 들렸다.



“악!”



*



지인태의 두 눈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앞에 한 남자가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동료 작가 남태호가 마치 죽은 듯 사지를 쭉 뻗었다. 미동조차 없었다. 눈을 크게 뜨고 쓰러져 있었다.


“흐흐흐!”


블랙 맨 둘이 웃음을 흘렸다. 둘은 남태호를 해친 자들이었다. 남태호를 꽉 잡더니 그의 목을 거세게 졸랐다.


그 처참한 모습을 지인태가 목격했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


지인태가 커다랗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 줄을 놓았을 때


키 큰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지인태 선생님, 저희한테 협조하지 않으면 남태호 선생님처럼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지인태가 매우 놀란 나머지 답을 하지 못했다.


키 큰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물을 뿌려! 정신 차리게.”


“알겠습니다.”


지시가 떨어지자, 물병 뚜껑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차디찬 물이 지인태의 얼굴에 확 뿌려졌다.


“으아!”


얼굴에 물이 쏟아지자, 지인태가 겨우 정신 차렸다. 사태를 파악하고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키 큰 남자가 다시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경하는 지인태 선생님,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저희한테 협조하지 않으면 남태호 선생님처럼 됩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아시겠죠?”


“아, 알겠습니다.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자서전 내용을 다른 사람한테 누설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하나요?”


“네, 맹세합니다.”


“가족이나 지인, 친구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결코!”


“만약 거짓말할 시 저희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가차가 없습니다.”


키 큰 남자가 말을 마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을 재생하고 그 영상을 지인태한테 보여줬다.


영상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처절한 목소리였다.


“안돼”


그 소리를 듣고 지인태의 두 눈이 켜졌다.


어두운 창고였다. 그곳에 중년 여인이 꽉 묶인 채 몸부림쳤다.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지인태가 외쳤다.


“최윤희 작가님!”


영상 속 여자는 백두성 자서전 3권 대필작가 최윤희였다. 그녀도 다른 대필작가들처럼 잡히고 말았다.


키 큰 남자가 말했다.


“존경하는 최윤희 작가님께서 잘 협조하다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대가를 치르는 중입니다. 잘 보세요. 거짓말의 참혹한 대가를.”


“아악!”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5초 후 최윤희 몸이 축 늘어졌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 역시 괴한한테 목이 졸렸다. 마치 죽은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참담한 모습을 보고 지인태가 아연실색했다. 그 앞에서 동료 작가 둘이 처참한 꼴을 당하고 말았다.


둘은 백두성 자서전 1권 작가 남태호와 3권 작가 최윤희였다.


지인태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심에 질려 있을 때 지퍼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둘이 축 늘어진 남태호를 커다란 팩에 넣고 지퍼를 닫았다. 검은색 팩이었다. 한 명이 팩을 걸쳐 맸다.


키 큰 남자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인태에게 말했다.


“존경하는 지인태 작가님, 모든 건 선생님한테 달려있습니다. 잘 생각하고 처신해주세요. 선생님을 굳게 믿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절대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죠.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흐흐흐!”


키 큰 남자가 말을 마치고 웃음을 흘렸다. 무척 비열한 웃음이었다.



다음날 11월 17일


새벽이 되자, 밤공기가 한층 차가워졌다.


의자에 앉은 유강인이 새벽 공기를 마시며 프린트물을 살폈다.


여기는 유강인의 집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유강인이 집으로 돌아와 확보한 원고를 면밀하게 살폈다.


중요도에 따라서 2권, 3권, 1권 순으로 읽기로 했다.


새벽 2시 30분쯤, 유강인이 2권을 다 읽었다.


2권은 백두성 엔터 사업 도전기였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엔터계의 거장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여러 사람한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배신도 당하는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인생사였다.


“젠장! 아무것도 없잖아.”


유강인이 2권을 내려놓으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2권 내용을 꼼꼼히 살폈지만, 비밀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누락 된 부분에 비밀이 있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허탕이라는 생각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눈을 비비고 3권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새벽 4시를 지나 새벽 5시가 됐다.


점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침 7시가 되자, 햇빛이 창가로 스며들었다.


이제 아침이었다.


유강인이 3권을 내려놨다. 책 두 권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아이고 힘들다! 밤을 새워 버렸네. 벌써 7시가 넘었어.”


디지털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유강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창밖을 내려다봤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날이 추운 듯 걸음걸이가 빨랐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길게 숨을 내쉬고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앞에 컵이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실론티였다.


“실론티.”


유강인이 나지막하게 말하고 컵을 들었다. 실론티를 꿀꺽꿀꺽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매로 입을 닦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밤새도록 책을 다 읽었지만, 말짱 헛수고였어. 두 권 다 비밀이랄 건 전혀 없었어. 남은 1권도 마찬가지일 텐데. 일이 꼬이고 있어. 젠장!

배우들 비밀 연애 얘기가 있지만, 이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이건 비밀이 아니야.

역시 누락 된 곳에 비밀이 있었던 거야. 놈들이 나를 갖고 논 거야. 이놈들이 일부러 재활용 통에 원고를 버린 거야. 시간 낭비하라고 유도한 거야.

보기 좋게 한 방 얻어맞고 말았어. 지금쯤 내가 허탕 쳤다고 좋아하겠지.’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적들이 조롱한다는 생각에 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당할 수는 없어. 비밀을 어떻게든 밝혀내서 놈들을 반드시 잡아야 해.”


유강인이 의지를 불태웠다. 마음을 가다듬고 사건을 처음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했다. 작은 단서라도 잡아야 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백두성이었다. 그가 비밀을 폭로하려고 하자, 놈들이 움직였다.


그래서 백두성이 매우 중요했다. 그의 자서전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 말 속에 단서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지.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었지.’


유강인이 백두성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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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움직였어. … 모, 모든 건 자서전에 있어. 만약 없다면 수수 …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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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모든 건 자서전에 있다고 했어. 만약 없다면 수수라고 했어. 그런데 수수가 대체 뭐지?’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수라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삐리릭!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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