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각자의 패턴이 있다
옛날, 초나라에 자신의 물건을 자랑하며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장사꾼은 먼저 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창은 워낙 날카로워서 세상의 어떤 방패라도 꿰뚫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방패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방패는 워낙 단단해서 세상의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때 구경꾼 한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 창으로 당신의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장사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붉혔다.
계, 란 (닭과 달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없다면 달걀이 없을 것이고, 달걀이 없다면 닭이 없었을 테니, 이 질문은 꽤나 철학적인 질문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는 '달걀이 먼저'라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닭이라는 종이 나타나기 수억 년 전부터 알(난자)을 통해 생명체가 진화해 왔다는 생명의 근원인 유전 정보(DNA)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진화
생명 활동의 역사를 보면, 우리의 자율신경계(ANS) 역시 진화 단계에 따라 개별 기관의 기능을 생존을 위해 통합하며 발전해 왔다. 이 시스템은 계층적 구조를 가진다.
초기 척추동물은 위협 시 대사 활동을 극도로 저하시키는 '죽은 척하기' 방어 전략을 가졌는데, 이런 방식은 인간에게도 아직 일부 남았다. 그래서 극심한 트라우마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은 기절하거나, 해리반응을 일으킨다.
이후 발달한 교감신경계는 '싸우거나 도망치는' 투쟁-도피 전략을 위해 심박수를 높이고 당장의 생명활동에는 지장이 적은 소화기관의 활동을 억제하며 기관 간의 협력을 시작했다.
가장 최신 단계는 포유류에 이르러 통합된 '사회적 참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안전하다는 사회적 신호(얼굴 표정, 목소리 톤)를 통해 심장, 장, 뇌가 동시에 이완되도록 조절한다. 즉, 생존을 위한 단일 기능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최적의 생존 환경을 만드는 하나의 완결된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두뇌
통합 시스템을 갖춘 인간은 생명과 직결되는 자율신경계(호흡, 소화)와 더불어, 움직임(근육)과 생각을 통제하는 체성 신경계를 가진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두뇌의 기본 역할은 움직임의 통제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두뇌는 생존을 위한 움직임을 관장하며, 의식적인 사고나 복잡한 기억 저장은 움직임 통제라는 기초 기능 위에 쌓인 첨단 기능이다.
움직이면 생각이 잘 된다. 생각(정신)은 가장 마지막에 더해진 두뇌의 기능이다.
멍게
움직임이 없어지면 두뇌는 부피가 줄고, 극단적으로는 사라진다. 이는 뇌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멍게의 유충은 움직임을 위해 뇌가 있지만, 성충이 되어 한 곳에 정착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를 스스로 소화시켜 없애 버린다. 움직임이 멈추면, 뇌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는 것이다.
뭣이 중헌디?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가, 아니면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가? 나는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는 쪽이다. 정신적 건강을 위한 토대는 결국 물리적인 체력에서 기인한다.
꾸준하게 몸을 움직여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두뇌가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면 거기서 비로소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움직여야 정신이 건강해진다.
움직임
따라서 정신적으로 지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체력에 맞는 움직임'이다. 번아웃,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는 그저 일단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라고 추천한다. 유산소 운동은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을 완화하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
번아웃 상태는 교감신경이 과부하로 고갈되어 부교감신경이 방어적으로 과잉 활성화된 '시스템 셧다운'이다. 이처럼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도 가벼운 산책이 현명한 선택이다.(꼼지락 하기도 싫은 상태이므로 가볍게 산책 나간다는 자체도 주변에서 엄청난 도움이 필요하다.)
코딩, 보고서 작성 등 한자리에서 몰입하는 인지적 피로는 다음 몰입 전에 '창의성 재충전'을 위한 가벼운 산책 같은 움직임을 권한다. 장시간의 인지적 과부하는 뇌의 집중 회로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휴식 상태의 뇌 네트워크인 '멍 때리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재정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멍 때리기는 뇌가 완전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피로를 풀고 무의식적으로 아이디어를 연결하며 창의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재정비 회로를 의미한다. 산책은 바로 그 네트워크를 촉진한다.
마감 기한이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처럼 심리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뇌가 이를 생존 위협으로 인식하여 교감신경을 폭주시킨다. 이때 '투쟁-도피' 반응으로 코르티솔이 분비되어, 당장 적과 싸울 수 있도록 혈액 속에 막대한 에너지(포도당)를 공급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의자에 앉아 속만 끓이고 있는 중이다. 이 '에너지의 불일치'가 만성 염증과 불안을 유발한다. 이때의 근력 운동은 단순한 단련이 아니라, 혈관 속의 잉여 에너지를 태워버리는 소각 작업이다.
근육이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소비하면, 뇌는 비로소 '위협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생물학적 신호를 접수하고 회복 모드(부교감신경 활성)로 전환한다. 즉, 근력 운동은 켜져 있는 스트레스 스위치를 끄는 가장 확실한 생물학적 행동이다.
3단 논법
동물은 움직이는 생명체이다.
진화의 순서상 자극에 대한 반응(움직임)이 생기고 다음에 사고력(정신)이 생겼다.
따라서 움직여야 생각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