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 스트레스에 잡아 먹히지 않기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 부르며 없애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은 천국일까?
아니다. 스트레스 연구의 아버지 한스 셀리에(Hans Selye) 박사는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는 곧 죽음이다"라고 단언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극에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키스-도드슨 법칙'에 따르면, 자극이 너무 없으면 우리 뇌는 '극도의 지루함'을 느끼고 무기력해진다. 반면, 적당한 긴장감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성취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적당한 긴장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성취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문제는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해소되지 못한 잔여물'에 있다. 건강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다스린다는 건, 스트레스를 없애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기술을 익히자는 말이다.
응급실, 한숨, 나의 중동 생존기
건설업계에서 프로젝트 수주액 '1조 원'은 일종의 마의 구간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건설사나 엔지니어링 사들은 대부분 이 1조 원대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다.
이 '성장통'을 견디고 관리 기법을 고도화한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지만, 넘지 못한 회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우리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중동 주재원으로 파견될 당시 우리 회사는 1조 원 전후의 프로젝트를 무려 14개나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마의 구간을 하나도 아닌 10여 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으니 그 수업료는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적자였다.
나는 전무님과 부사장님을 수행하며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 중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하는 협상 테이블에 종종 동석하였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책상을 두드리며 큰소리를 치는 것은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증명하는 것과 같다. 항상 느긋하게 웃으면서 그렇지만 뼈 때리는 농담으로 웃으며 주장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협상이 또다시 결렬되었다. 성공적인 결과를 바라고 시작한 협상은 아니었으나, 그 협상에서 발주처의 비릿한 그 웃음과 깐족거리는 말투에 기분이 정말 많이 상했다. 큰 웃음으로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심장이 매우 크게 뛰기 시작했고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이제는 가슴이 막 쪼이기 시작했다.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서 가슴을 두드렸다. 만국 공통어가 통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서 나를 침대에 눕히고 주사 바늘을 찌르고 이것저것 센서를 가슴에 붙이면서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를 시작했을 때는 가슴 쪼임 현상이 없어진 후였다. 의사가 말했다. 2~3시간 정밀한 측정을 해보자고, 그래서 센서를 여기저기 달고 꼼짝 못 하고 누워있었다.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드르렁드르렁 내 코골이 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 3시간 정도 잤다. 수액은 거의 바닥 정도 남았고, 나는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졌다.
의사가 내게 와서 말했다. 당신의 심장은 완벽하게 작동 중이라고. 하지만 이상증상이 있었던 만큼 하루 입원해서 추이를 보자고. 내가 그냥 집에 간다고 하자, 가다가 혹시라도 이상증상이 다시 발생해도 병원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서류에 서명을 해야만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사인을 해주고 나왔다.
응급실에서 3시간 자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이게 "배알이 꼬인다"는 거구나. 그날은 상대방의 말과 태도가 눈에 몹시 거슬렸는데, 그걸 웃으면서 협상을 끌고 가려니 내 배알이 꼬였던 거다. 계속되는 협상으로 스트레스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내 몸이 살려고 나에게 쉬라고 신호를 보냈던 거구나.
그제야 당뇨약 처방을 해주던 인도 의사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하늘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게 조언했다. 운전하며 지나가는 해변에 잠시 차를 멈추고 멀리 바다를 내다보거나, 하늘을 보면서 큰 숨을 쉬었다가 ‘아~’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도록 천천히 호흡을 내뱉으라고.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그 인도 의사는 내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라고 조언한 거였다. 그 조언을 따르지 않자 내 몸이 직접 행동으로 나섰던 거다. 그래, 적당한 스트레스는 내 집중도를 높이지만, 그 정도를 관리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날 잡아먹으려 들겠구나.
뇌의 비상벨을 끄는 기술: 생리적 한숨과 시야 넓히기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은 교감신경이 폭주하며 '전투 모드'가 된다. 이때 의지만으로 침착해지기는 불가능하다. 뇌를 속여 강제로 '이완 모드(부교감신경)'를 켜는 생물학적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생리적 한숨(Physiological Sigh)
스탠퍼드대 앤드류 후버만 교수가 입증한 가장 빠른 진정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코로 짧게 두 번 들이마신다(들숨-들숨). 첫 번째 숨으로 폐를 채우고, 두 번째 짧은 숨으로 찌그러진 폐포까지 완전히 펴서 산소 교환 면적을 넓힌다.
그 후 입으로 가늘고 길게 내뱉는다. 이 과정에서 폐에 쌓인 이산화탄소가 효과적으로 배출되면서 뇌는 즉각적으로 이완 신호를 감지하고 심박수를 낮춘다.
시야 넓히기(Panoramic Vision)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위협 요소(예: 화난 발주처 담당자의 눈)에 집중하기 위해 시야를 좁히는 '터널 시야'를 갖게 된다. 이는 교감신경을 더 자극하는 악순환을 부른다.
이때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멀리 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은 채 주변 시야를 넓게 인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시각 정보가 넓어지면 뇌는 주변을 탐색할 여유가 생겼다고 판단하여 즉시 이완 모드로 전환한다.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스트레스는 파도와 같다. 막으려 하면 휩쓸리지만, 타는 법을 배우면 즐길 수 있다. 1조 원의 압박도, 일상의 마감도 결국은 지나간다. 피할 수 없는 자극이라면 그것을 나를 성장시키는 에너지로 재정의하자.
그리고 파도가 지나가면 한숨 한 번, 먼 산 한 번을 통해 다시 잔잔한 수면으로 돌아오는 회복의 기술을 발휘하면 된다.
스트레스는 관리하는 것이지,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 내가 군대에서 정말 듣기 싫어했던 그 말을 여기서 쓰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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