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와 사십 대를 거치면서 나름 속한 직장에서 몸부림쳐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맞이하는 많은 부분에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당 분야에서 나름 기준이라 생각하고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일에서 상급자의 변심을 만나기도 하고 이 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일에서 후배들의 무관심과 냉소적인 태도를 만나기도 한다.
교사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야?,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야? 등등 내 생각과 다른 상황과 그 상황을 대하는 동료들 속에서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 않은 것이니, 어느 정도 숙달되었기에 의례적인 일들이라 생각한 것들에 메인 감정을 과감히 이별하지 않으면 내 안에 쌓이는 것은 화뿐이다.
특히 머리에서 ‘나 때는~’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한다면 달라진 환경에 뒤처져 가는 나 스스로에게 채찍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와 접한 그 후배들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상황을 현재의 후배들에게 대입하거나 내가 지레짐작하며 해왔던 일이 꼭 옳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수 없이 드러냈던 불평들, 선배들의 전횡과 적폐다운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만 던져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가 건강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것이라는 것은 나의 경험에서 쌓은 작은 지식의 울타리일 수밖에 없다. 다른 관점에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일인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지랖의 범위와 교만의 차이를 분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도움을 주고자 한 행동이라지만 내 생각에 함몰되어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바라지 않는 일거리’의 제공인 경우도 많다. 내게 유용한 방법이라고 해서 상대도 유용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이 불러오는 문제다.
얼마 전 생활기록부 작성과 관련해서 벌어진 일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교사가 학교에서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 중 가장 부담스럽고 힘든 일 중 하나가 생활기록부 작성이라는 생각에 많은 교사들은 정해진 매뉴얼을 넘어 자기만의 작성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여러 가지 심리 검사를 통한 성격과 진로 지도 작성법이 있다.
나는 학기 초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파악과 생활기록부 작성에 도움을 받고자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물을 생활기록부에 적절하게 응용해 사용하고 있다. 나름 의미 있는 자료이자 내게 많은 도움을 준 자료이기에 마치 자랑하듯이 권하는 이 검사 활용법이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간섭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많은 검사와 활동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검사와 활동지 작성에 들여야 하는 시간이 원하지 않았던 일거리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굳이 그것을 안 해도 작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안 하고 있는 문제아 취급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지 신중히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도움을 주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 본인 나름의 방법으로 부딪혀 해결해 나가는 것을 무시한 채 자기 방식을 강요하는 행태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련의 활동이 진정 상대를 위한 배려인가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 손잡아 이끌어 주는 것과 나의 잘남을 떠벌리기 위한 자기 과시의 오지랖의 차이를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소리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찾아 하면서 도움을 요구할 때, 소리 소문 없이 도와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면 과감히 이별해야 하는 어설픈 행동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