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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또 Aug 29. 2024

왠지 그냥 부지런하고 싶었던 하루

몇 년을 다닌 헬스장의 마지막 날

이제는 더위가 저 멀리 비켜간 듯한 아침에 창문을 열고 누워있으니 불어오는 바람들이 나가라고 떠미는듯한 느낌이 든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커피를 내로 집 근처 헬스장으로 나왔다.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난생처음 피티라는 것을 받아보고 그 뒤에도 혼자 몇 년을 다니던 헬스장..

사정상 헬스장을 옮겨야 하기에 오늘 마지막으로 헬스장에 왔다.


수업 위주의 운영이다 보니 내가 주로 가는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비번을 누르고  들어가 에어컨과 불을 켜고 여느 헬스장 같은 시끄러운 음악이 아닌 잔잔한 배경음악을 튼 뒤 폼롤러에 몸을 짓이겨 본다.

마지막 날엔 무슨 운동을 해야 할까..


등과 목을 문지르며 고민하다가 그냥 다들 한 번쯤 들어본 3대 운동.. 스쾃 데드 벤치를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들어보기로 한다.


사실 3대라고 부를 만큼의 무게를 칠 수도 없을뿐더러 쫄보라 평소운동도 다치지 않기 위한 재활 수준이다 보니 측정이라 할 만큼의 대단할 것도 없긴 하다.


그리고 정말이지 다행인 건 이곳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얼마를 들건 눈치를 볼 사람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으랴.


흔히들 3대 500이라고들 하지만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위해서는 일반적이 아닌 흔히 말하는 헬창이 되어야 하는데 다칠까 무섭기도 하고 성격상 이번 생은 글러먹은 듯하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체력 내에서 최대치는 한 번쯤 도달해보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 아니던가.


자세를 잡고 원판을 끼우고 작은 무게부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가 본다.

20.. 60.. 100.. 140.. 180.. 220.. 그저 적는 숫자처럼 들어 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 자리 근처 어딘가에서 한계를 느끼고 얼굴이 상기된다.


짧은 근력운동 후 후들후들 떨리는 팔과 등,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금 폼롤러를 껴안고 누웠다. 분명 지금이 헬스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임이 틀림없다.


운동을 싫어하던, 매일 누군가에게 끌려 헬스장을 다니던 내가 스스로 헬스장을 오게 되기까지는 약 3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근돼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보니 운동을 막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고 예전 같지 않던 체력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쉽게 짜증 내고, 여유가 없는 나의 모습에 많이 놀라면서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체력을 키우고 난 뒤부터는 항상 체력의 70-80%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잉여분으로 보충해 둔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도 있지만, 체력이 늘고 여유가 생기면서 남들보다 더 움직이고,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되어 여유가 생기게 되니 사람의 그릇도 넓어진 느낌이 들어 항상 잉여분은 그릇용으로 남겨 두는 편이다.


옛말에 흔히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는데 옛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정답인가 보다 하고 또 느꼈다.


젊은 날처럼 매일 운동하며 체력을 성큼성큼 키우면 더없이 좋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체력을 유지하며 한 발자국씩 무겁게 내디뎌 갈 수만 있다면 분명 오늘보다 내일은 더 건강해지고 넓은 그릇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은 또 내일의 내일을 준비할 테니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제자리에서 멈춘 것처럼 보여도 무거운 한걸음을 위해서 항상 힘을 내고 나에게 맞춰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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