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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진 Dec 04. 2023

시험관

일에 많이 지쳐 있었고, 좀 쉬고 싶었다. 스트레스가 이미 너무 쌓여 있었다. 이런 정신 상태로는 될 임신도 안될 것 같았다. 결국 난 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난임병원으로 갔다. 자연적으로 임신이 되기를 기다리기엔 나이가 이미 많고 내 마음이 조급했다. 남들에겐 자연스럽고 쉽게 생기는 아기가 왜 나에게만 안 생기는 걸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지만,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긴 대기 시간을 보며 나만 유별난 건 아니구나, 약간은 안도했다.


시험관을 하기 위해선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먹어야 할 약도 많고, 매일 스스로 배에 주사도 여러 개 놔야 한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배에 주사를 놓았다. 배는 온통 주사로 인한 멍으로 파랗게 물들었다. 약 부작용으로 저혈압에 시달렸고,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 현타가 왔지만, 아기를 생각하며 그때마다 마음을 다 잡았다. 난자를 채취하고 4일 바로 4일 배양한 배아를 신선이식하게 되었다. 나이가 많았으므로 당연히 3개를 이식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의사는 세 쌍둥이가 될 것 같으니 2개만 이식하자고 했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3개를 넣는 게 맞지만, 혹시나 세 쌍둥이가 될까 봐 무서워 2개만 이식하기로 했다.


이식 5일 차.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면서 잠에서 깼다. 누군가 칼로 내 배 안쪽을 마구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온몸이 다 아팠다. 거기다 이유 없이 한 쪽눈의 실핏줄이 다 터져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임신테스트를 해 보았다. 보일 듯 말 듯 정말 희미한 선이 보였다.


이식 7일 차. 배에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정말 배에 물이 가득 찬 느낌이었고 배는 임신한 듯이 부풀었다. 며칠 후엔 복수가 폐까지 차올라 아예 눕지를 못하고 앉아서 잠을 자야 했다. 숨을 쉴 때마다 쇳소리가 나왔다.


이식 10일 차. 임신 피검사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 이식한 두 개의 배아가 다 착상된 것 같다고 했다. 쌍둥이를 임신한 것이다. 배아를 두 개 이식할 때 모두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쌍둥이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전 날 본 쌍둥이 임신의 위험성에 대한 유튜브 때문이 덜컥 겁이 났다.


그래도 쌍둥이라니! 얼마나 귀엽겠는가! 무서움과 두려움은 잠시 뒤로 접어두고 쌍둥이 임신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알콩 달콩 행복하게 살자고 태명을 알콩이 달콩이로 지었다.

소중한 배아 2개



막간 상식


4일 배양 신선이식이 무엇인가요?


4일 배양: 엄마의 몸에서 채취한 난자와 아빠의 몸에서 채취한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2~5일 동안 배양하게 됩니다. 며칠을 키울지는 배아(수정란)상태나 병원의 방식에 따라 결정됩니다. 4일 배양은 4일을 키웠다(배양)는 뜻입니다.


•신선이식: 엄마의 몸에서 난자를 과배란(한 달에 하나만 나오는 난자를 한 번에 여러 개 나오게 만듦)시키고 그것을 채하는 과정은 난소에 큰 자극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배아를 이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채취  칠 후 바로 이식을 합니다. 는 4일 배양한 배아를 채취 4일 후 신선이식했습니다. 남은 배아들은 냉동된 상태입니다.


반면 동결이식은 난소가  많이 부었거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바로 이식을 하기 힘든 경우, 배아를 얼려 두고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자궁을 쉬게 한 다음 녹인 배아를 이식는 것을 말합니다. (몇 년 후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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