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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9. 2024
세쌍둥이 임산부의 하루
25주 2일
경부길이 4cm
첫째 706g
둘째 718g
셋째 709g
28주 2일
경부길이 3.8cm
첫째 1174g
둘째 1204g
샛째 1124g
교수님께서 씩씩하게 관리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몸이 많이 힘들어 용기를 잃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매번, 주로 잔소리와 혼내기를 하시던 분이 안 하던 칭찬을 해 주시니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남은 시간을 버틸 힘이 생겼다. 아이들도 드디어 1kg을 돌파했다. 기특하게도 별 이상 없이 주수에 맞게 잘 자라주고 있었다.
아이들을 임신한 후 나의 하루는 매우 단조로워졌다.
아침 10시쯤 눈을 뜬다. 몸을 일으킬 때는 옆으로 구른 후, 킹콩처럼 주먹으로 침대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임신 이후 뼈가 시리고 손목이 항상 아프다. 일어서거나 누울 때 허리에 힘을 못 써 손목으로 모든 무게를 지탱하다 보니 이미 아픈 손목에 더 무리가 갔다. 그래서 나는 항상 킹콩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다녔다.
티비를 보며 늦은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주로 샐러드에 고기나 계란 등의 단백질과 약간의 탄수화물. 다 먹은 후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을 한다. 그러고 있으면 졸리다. 소파에 누워 어느새 잠이 든다.
처음에는 주로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배가 너무 나오면서 앉아 있는 것도, 배를 위에 두고 눕는 것도 버겁기 시작했다. 오로지 옆으로 누워야만 했다. 그 자세로 오랜 시간 책을 보기에는 손목도 아프고 자세도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티비와 핸드폰만 보게 되었다.
태교 삼아하던 뜨개질도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소 덧신 3개는 다 완성한 후였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웠으면 아이들의 덧신도 다 못 만들 뻔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소덧신(소띠 아이들)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또 졸며 티비 보며 핸드폰을 하며 오후를 보낸다. 남편이 올 즈음 저녁을 준비한다.
한량도 이런 한량이 없다. 글로 적어 놓으니 세상 편해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배가 점점 무거워져 어떤 자세로 있어도 불편하다. 커져가는 배가 폐를 압박해 숨 쉬기가 힘들다. 가만히 있는데도 숨이 차다. 화장실은 또 얼마나 자주 가고 싶은지. 일어나는 것도 큰 일인데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 변기에 앉는 것, 다시 일어서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입덧이 끝난 후, 나의 유일한 낙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요리하는 것을 원래 좋아하는 데다 나는 내가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27주부터 그조차 할 수가 없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잠시 서 있는 것도 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배달의 민족이 되고 말았다. 너무 싫었다.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다 11시쯤 잠을 자기 위해 침대로 간다. 나는 이제 잠을 자야 하는데 뱃속의 아이들은 이 시간에 잠이 깨나 보다. 한밤의 뱃속 클럽은 지금부터 영업 시작이다. 아이 셋이 텀블링을 해대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나와는 다르게 흥이 넘치나 보다.
오른쪽으로 누워도 불편하고 왼쪽으로 누워도 불편하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오른쪽에 있는 둘째가 비좁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왼쪽으로 누우면 왼쪽에 있는 막내가 발을 구르고 난리다. 똑바로 누우면 애 셋이 동시에 내 몸을 눌러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리저리 몸을 돌려가며 잠에 겨우 들지만 깊이 잘 수는 없다. 옆에 있는 남편도 거슬린다. 다른 방에 가서 잤으면 좋겠다.
어렵게 잠이 들었어도 중간에 깨서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잠들 때까지 아까 한 레퍼토리를 다시 반복한다.
애처로운 손목과 킹콩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