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추는 거울

by 김현


난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바라본다. 옆으로 돌아본다. 등은 굽어 있고 어깨는 굳어 있다. 턱은 나와있다. 가슴과 목의 각도가 거의 90도는 돼 보인다.


역겨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여 지나간다. 난 어깨에 힘을 빼본다. 턱을 최대한 당겨 등을 쭉 펴본다.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내 몸을 바라보며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자세는 거울을 보고 고칠 수 있는데, 마음은? 내 마음은 어떻게 고치지?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마음을 비추는 거울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텐데. 어디가 삐뚤어졌는지 얼마나 엇나갔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아닌? 오히려 독이 될까? 혹시라도 내 마음이 썩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마주하지도 못할 마음을 알아서 무슨 소용이지? 그 영혼의 눈을 바라보고 난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냥 모르는 게 나을까? 그게 맞을까?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을 알게 될까 봐. 내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모습을 발견할까 봐.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춘다. 나 자신을 바라보길 포기한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있었다면 우리는 괴로웠을 것 같다. 우리의 추악한 내면을 발견하고 고통 속에 살았을 것 같다. 가면도 필요 없었겠지. 가면이 껍데기라는 것도 몰랐겠지.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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