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는 내가 아니야

by 김현


난 나약함을 억지로 숨겼다. 들이 내 나약함을 눈치채는 날엔 자괴감에 빠졌다. 나를 바보같이 생각하겠지. 나를 신으로 취급하겠지.


난 나약함을 끝까지 외면했다. 남자다워야 하니까.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니까. 그게 병의 시작이었다.










난 남자다운 사람이 되길 원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남자는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남자는 비굴해선 안된다.


몸도 정신도 튼튼해야 한다.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이게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난 남자다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했다. 무슨 일이든 책임지려 했다. 쪽팔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도망치거나 숨지도 않다.


난 모든 나약한 감정을 내 마음속 한 구석에 억압했다. 남자가 쫀다고?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약한 감정은 그곳에서 꿈틀거렸다. 가끔은 몸 밖으로 튀어 오르기도 했는데, 당황한 난 행여라도 누가 볼까 재빠르게 그 감정을 도로 감추었다.


그 뒤로 난 내 마음속에 경계를 강화했다. 철장을 세고 평소보다 더 나약함을 억압했다. 나약함은 나약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학대됐다.




하지만 난 두려울 때도 있었다. 무섭기도 했다. 때로는 숨고 싶기도 했다. 나약함은 억압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약함은 악의를 품고 나를 병들게 만들었다. 철장 속에서 칼을 갈며, 본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게 저항하듯 내 마음에 항변했다.


나약함은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그 존재를 더욱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누구나 본인이 추구하는 모습이 있다. 내가 남자다움을 추구했듯, 누구는 예의 바른 사람이 되길 바라고 누구는 상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남들이 함부로 못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길 원하기도 하고 반대로 누가 봐도 친근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나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내가 원하는 모습과 실제 나 자신은 엄연히 다르다.


누가 나를 이런 사람이다~저런 사람이다~라고 치켜 세워도 그건 내 만들어 낸 모습일 수도 있다.


나도 남들에게 들었던 모습과 다르게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런 속살을 보여주기 싫어 남자다움이라는 옷을 입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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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은 그렇게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상냥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그렇게 남을 위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남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일까? 내가 구하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일까? 둘 다 아니다.


내 진짜 모습은 추구미라는 껍데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본인의 존재를 인정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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