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소리 없는 전쟁

by 이호창

제7장: 소리 없는 전쟁



투명인간을 만드는 그들만의 방식


저편 외딴 코트에서, 젊은 부부와 대학생은 어설픈 랠리를 시작했네.

공은 자꾸 엉뚱한 곳으로 튀고, 헛스윙에 멋쩍은 웃음이 터져 나왔지.

그 모습은 아직 덜 여문 과일처럼 서툴렀지만, 파릇파릇한 생기가 넘실거렸어.

그 웃음소리는 텅 비어 스산하던 코트에 오랜만에 찾아온 따스한 바람 같았지.


문제는, 그 생기 넘치는 소리가 본무대의 주인들 귀에는 자갈 구르는 소리처럼 거슬렸다는 것이지.

요란하던 그들의 게임이 순간 얼어붙듯 멎었어.


새로 온 젊은이들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네.


"저희, 혹시 게임 한 번 같이 쳐봐도 될까요?"


그들의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함께 자신들이 혹여 누를 끼칠까 하는 불안감이 섞여 있었지.


하지만 그 텃새꾼들은 큰소리를 지르거나, 다가가서 훈계를 늘어놓지 않았네.


대신 감씨가 점잖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어.


"아이고, 젊은 양반들.

우리가 나이가 좀 들어서 허리가 시큰하고, 엘보도 성치 않아서 지금은 좀 어려울 것 같네.

저기 빈 코트에서 연습 좀 더 해보는 게 어때?"


능청스러운 거짓말이었지.


그러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라켓을 내려놓고,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기 시작했네.


새로 온 이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마치 그들이 그곳에 그림자처럼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지.


그것은 상대를 경시하는 자들만이 쓸 수 있는, 가장 은근하고도 잔인한 형태의 무시였지.


그건 상대를 완벽한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네.



얼음의 시선, 그리고 고통스러운 침묵


코트를 가득 채웠던 함성이 사라지자, 젊은이들의 서툰 공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네.


'퍽, 텅, 핑.'


그 소리는 이제 즐거움의 소리가 아니라, 자신들의 미숙함을 온 세상에 광고하는 낙인처럼 느껴졌을 게야.


그들을 향한 노골적인 잔소리는 없었지만, 등 뒤에서 수십 개의 눙동자가 마치 차가운 바늘퍼럼 자신들을 찌르고 있음을 어찌 느끼지 못했겠나.


웃음소리는 재빨리 멎었고, 움직임은 얼어붙은 듯 더욱 굳어졌지.


그 초보자들에겐 운동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빨리 끝내고 벗어나고 싶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어버렸어.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불꽃이 인 듯 붉은 기가 돌았고,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흔들렸네.


스스로 쫓겨나는 이들의 뒷모습


결국 그들은 10분을 채 버티지 못했네.


젊은 부부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라켓을 가방에 집어넣었어.


그들의 어깨는 코트에 들어설 때보다 한 뼘은 더 처져 보였지.

마치 꺾인 꽃잎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네.


그들이 철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본무대의 함성이 다시 시작되었네.


마치 시끄러운 파리를 쫓아낸 뒤의 후련함 같은 것이 묻어나는 소리였지.


나는 술이 더욱 쓰게 느껴졌어.


박 사장을 내쫓은 것은 법규이라는 날카로운 칼이었지만, 저 젊은이들을 내쫓은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무기였네.


그것은 그림자처럼 드리운 차가운 분위기, 다시 말해 중압감이었네.


코트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내 눈엔 그 열려 있는 문이 도리어 새로운 이들을 막는 거대한 빗장처럼 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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